지주회사 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기업의 다각화 현상 자체를 좋지 않은 것으로 본다. 그들은 다각화된 기업주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독점의 심화 등을 이유로 든다. 그러나 기업의 다각화가 기업주의 정치적 영향력을 늘린다는 증거는 없다. 설령 늘릴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클 경우에나 가능하다. 경제전반에 대한 정부개입을 줄인다면 소위 `경제력 집중`을 통한 기업주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염려할 이유가 없다. 독점에 대한 우려도 근거가 없다. 세계로 시장이 개방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국내시장에 몇 개의 기업이 있는가가 독점여부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설령 국내 기업의 숫자와 독점 간에 정(正)의 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독점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다각화가 아니라 오히려 전문화이다. 대규모의 기업이 전문화하면 시장 내에 공급자의 숫자가 작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각화가 사회에 피해를 주는 측면이 있다면 그것은 부도위험의 전가이다. 한 계열사 또는 한 사업부의 부도는 그룹 전체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연쇄도산의 위험이 높은 기업일수록 정부가 부도 방지에 더 적극적일 것이고 그 결과 다각화된 기업일수록 부도의 위험이 사회 전체로 전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업이 다각화된 체제가 전문화된 체제보다 기업의 부도 위험을 더 높이는지 확실하지 않다. 또 부도의 규모가 같은 정도라고 했을 때 전문화된 기업에 대해서보다 다각화된 기업에 대해서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할지도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연쇄도산 그 자체가 아니라 부도를 막아주는 정부의 행동이다. 그것은 예금자의 부담이거나 또는 세금을 내는 납세자의 부담이다. 지나친 다각화를 우려한다면 기업의 도산을 막아주는 장치를 제거해야 한다. 설령 정부의 지원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주회사는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장려의 대상이다. 순환출자 방식 등에 비해 연쇄도산의 위험이 작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규제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사업부제나 순환출자방식에 비해 지주회사제는 경영성과에 대한 투명성을 높인다. 이것은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유동성을 높일 것이다. 그 결과 주식시장을 이용하는 다른 모든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이익을 본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결정하는 기업은 타인에게 귀속하는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유의사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업의 숫자보다 더 많은 지주회사가 있는 것이 좋다. 지주회사로의 전환과정에 대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면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장려책이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관련 조항들은 지주회사로의 전환 비용을 높여 놓고 있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은 100%로 제한받는데, 현실적인 현금동원의 어려움, 부실화 가능 채권에 대한 은행의 태도변화, 지주회사 자신의 부채비율 제한 성향 등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제한이다. 제한 지주회사로의 전환과정에 수반되는 현물출자나 주식 교환은 실질적인 주식의 매각이나 매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특별부가세의 부과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따라서 회사의 재산을 줄이지 않고는 기존의 다각화된 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없다. 자회사에서 지주회사로 지급되는 배당이 법인세의 부과대상이기 때문에 지주회사 전환은 세부담의 증대를 초래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율을 50% 이상 소유해야 하는데, 그 결과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기존 계열사 가치의 40% 포기를 감수해야 한다.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완료한 이후에나 지주회사의 자격을 인정받기 때문에 전환기간 동안 출자총액제한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는 지주회사의 설립이 불가능하다. 기존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열사 중 하나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도 있고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하여 기존의 내부 지분을 현물 출자할 수도 있는데, 법에서는 전자에 대해서만 요건 충족의 유예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기존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지분율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 만약 불가피하다면 합작사의 경우 지분율 요건을 낮추거나 또는 합작사의 지분율을 합쳐서 요건 충족 여부를 따져야 한다. 둘째, 부채비율 규제의 폐지와 더불어 손자회사의 보유에 대한 규제도 폐지해야 한다. 셋째, 주식의 교환이나 현물출자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이연(移延)해 주어야 한다. 넷째, 자회사가 지주회사에 지급한 배당금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지주회사 설립 후 신고 제도를 설립개시신고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는 한 지주회사의 설립을 통해서 추진하는 경우도 요건 충족의 유예기간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