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나랏빚, 재정 안정화 대책이 필요한 때

최승노 / 2021-12-15 / 조회: 6,424       자유일보

정부 씀씀이가 커지다 보니,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과 국가채무 비율 모두 역대 최대치이다. 게다가 내년 예산안이 확정되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50%대’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이는 국내 모든 경제 주체가 1년 동안 생산하는 가치 절반 수준의 빚을 지게 되었음을 뜻한다. 국가채무가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대 나랏빚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다른 나라보다 적은 편이라고 안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해외자금이 빠져나가도 화폐를 발행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축통화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부채 규모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이다. IMF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의 예측에서 우리나라는 증가율이 4.89%로 부채를 마구 늘리는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G20 국가의 평균은 0.06%에 불과한 상태에서 우리나라만 유독 무분별하게 빚을 늘리고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2000년대 집권한 다른 정부와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르다. 흔히 코로나 19 사태가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현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정치적 구호를 앞세우면 재정지출을 늘렸고, 나랏빚도 크게 늘었다. 그런 선심성 재정풀기 방식이 코로나 19를 핑계로 자제력을 상실한 채 확대된 것이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많아진다. 부채 비율이 늘어나면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예산을 빚 갚는 데에만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국가뿐 아니라 민간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빚이 늘다보면, 국가 전체의 신인도가 낮아져 기업이 빌린 외채에 대해서도 더 높은 이자를 물게 된다. 이러한 빚 늘리기 정책은 장기적 폐해를 키운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국민은 그 부담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것은 바로 재정지출의 성격이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나라 재정은 일시적 위기 극복을 위한 용도 외에도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 항구적 지출로 연결되는 행태를 보인다. 이는 정책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도 장기적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임을 의미한다. 고령화 추세에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세금을 지원받는 이들은 크게 늘어나면서 사회보장비가 급증할 것이다. 이러한 형태는 재정 악화를 지속시킨다.


채무 증가속도와 지출 성격을 비추어 봤을 때 재정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해진 재정을 정상화하는 노력에 나섰지만, 우리 정부는 방만한 재정을 방치하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아직 국가부채 비율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더 빚내서 써도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현실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생각이다.


이제는 막대한 재정을 동원해 퍼주기 식으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단기적인 정부 일자리 창출, 청년 월세 지원, 국민 재난지원금 등 효과가 불분명한 지출을 반복해서는 곤란하다.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살펴야 할 때이다. 단지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은 세금을 낭비하고 국가의 빚만 늘린다.


재정은 무한하지 않다. 과다한 재정지출로 인해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음에도 현 정부는 귀를 닫고 있다. 더 큰 위기가 닥치기 전에 재정 안정화 대책을 마련할 때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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