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공화국’ 최근 우리나라의 급격한 공무원 증가 추세를 보며 나오고 있는 말이다. 이젠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의 수는 현재까지 무려 10만명 이상이 증가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기간 총 늘어난 공무원 수의 2.2배에 달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첫 해에 비해서도 23.7%가 증가한 수치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공무원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민간의 일자리를 늘리기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나, 이처럼 공무원 수에 치우친 증가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공무원의 수의 급증은 당장 재정적인 면에서 부담을 준다. 올해 중앙정부의 공무원 인건비는 40조원을 돌파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더 이뤄질 공무원 증원은 9급 공무원 임금 기준으로 연금을 미포함하여도 30년간 327조 7847억원의 인건비를 요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급격히 증가한 공공부문의 인건비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500대 민간 기업의 인건비 합을 추월하기도 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연금이다. 이미 공무원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국가 예산은 바닥이 난 지 오래다. 즉, 공무원 연금 지급은 그대로 국가 부채가 되어 재정을 위협한다. 그 부채의 크기는 2020년 이미 1044조원에 달했고 공무원 수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부채는 더욱 가파른 속도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눈앞의 재정문제 외에도 공무원 급증 현상은 인재 부족 현상을 야기하여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선발하는 공무원 자리가 급격히 늘어나자 많은 청년들이 이른바 ‘철밥통’ 공무원이 되길 희망하여 공무원 준비생 수만 30만명에 달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 취업 준비생 10명 가운데 3명은 공무원 준비생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민간 기업들에서는 인재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당장 세계 시장에서의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소프트웨어, 디지털 신기술 분야 등에서의 인재 한 명 한 명이 필요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일자리가 공공부문에 쏠리다보니 민간부문 인력 공급의 비대칭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 자연히 더 많은 공무원이 필요하게 되고 공무원 수를 늘리게 마련이다. 이는 정부의 행정 수요의 증가와 함께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민간 경제의 활성화와 경제성장 없이 공무원 수만 늘리는 것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해친다. 현재의 공무원 수의 증가가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서 64개국을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평가하였을 때 우리나라 정부의 효율성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6계단 하락하여 34위를 차지하였다. 결국 공무원 수의 급증은 실익도 없이 재정을 방만하게 만들며 공공부문의 몸집만 비대하게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우리에게 그리스의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공무원 공화국’의 시초였던 그리스는 1980년대 30만명이었던 공무원의 수가 2010년에는 77만명으로 증가하여 노동인구 4명 중 1명은 공무원인 상황이 벌어졌다. 그 결과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무원 인건비에만 쏟아 붓게 되었다. 부채가 극심해졌음에도 공무원 수를 유지하느라 EU에 차관을 빌려서까지 임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를 필두로 국가 채무는 점점 쌓여만 갔고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구제금융을 수차례에 걸쳐 받기도 하였다. 결국에는 국제통화기금 채무 상환에 실패하여 선진국 사상 처음으로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스의 이러한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이 비쳐 보인다면 이는 지나친 기우일까.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수의 공무원이 아니다. 공무원 수의 증가가 불러온 것은 빈약한 재정과 민간부문의 인력 부족일 뿐이다. 당장의 일자리 늘리겠다며 공공부문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실(失)만 있는 행보는 멈추고 민간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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