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정책 제안 002 1. 문제의식 1990년부터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1996년까지의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 의 수익률이 보통 2배에서 4배 차이가 났다. 국내은행의 부실여신은 외국은행국내지점 보다 9.3배나 되었다. 이렇게 한국의 은행이 부실해지고 다른 국가들의 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은행이 상업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운영되어 온 결과다. 한국에서 은행에 대한 동일인 주식소유는 4%로 제한되어 왔다. 이 소유제한은 은행의 소유권을 널리 분산시 켜 민간부문에서 최대주주가 나타나기 어렵게 만들었고, 대다수의 은행들에서 정부관련 기관들이 최대주주가 되었다. 그로 인해 1980년대에 일반은행들이 민영화되어 은행에 대한 민간의 소유권이 압도적이었을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은행들이 정부에 의해서 운영되 어 왔던 것이다. 최근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다시 국유화되었던 은행들의 민영화와 관련하여 은행의 소 유제한 완화 문제가 또다시 주요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개인소유지분 한도를 높여 개인으로 하여금 실질적으로 은행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많다. 그 주된 이유는 은행의 개인소유를 자유화하면 대기업집단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어 은행이 사금고로 이용되고 그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 다. 또한 은행의 공공성을 들어 은행의 개인소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러한 논거는 검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2. 규제 논거에 대한 비판 1) 사금고화 및 경제력 집중 은행이 기업의 주요 대출기관이라는 점에서 사금고화 문제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사금고화 문제는 기업소유의 은행이 다른 경쟁기업들에게 신용을 제한함으로써 경쟁자 의 경쟁적 활동을 방해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행위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은행대출시장과 그 대체시장이 비경쟁적이어야만 한다. 경쟁기업들이 다른 은행들과 회 사채 시장과 같은 비은행금융시장을 이용한다면 기업이 소유한 은행이 효과적으로 경쟁 자들에게 신용을 제한할 수 없다. 경제력 집중과 관련하여 주장되는 것이 은행산업의 독점화로 인한 예금자에게 낮은 금리 와 높은 대출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 가 단지 은행상품만을 사려고 하는 소비자 혹은 기업제품만을 사려고 하는 소비자들에 게 은행상품과 기업상품을 결합한 다른 상품을 사도록 강요한다, 즉 ‘끼워 팔기(tie- in sale)’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은행소유 허용은 은행산업의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것으로서 은행산업이 독점화 되기보다는 오히려 경쟁적으로 된다. 따라서 예금자에게 제공하는 금리가 낮아지기보다 는 오히려 올라가고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대출금리가 상승하기보다는 하락할 것이다. 한편 ‘끼워 팔기’로 기업이 이윤을 얻는 시장수요조건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어떤 기업이 어떤 시장에서 독점력을 갖고 다른 경쟁적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독점력이 있는 제품의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끼워 팔려고 한다면 그 기업의 전체 이윤은 오히려 감소할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은행소유로 인한 독점의 폐해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그 근거가 희박 하다. 사실 독점은 경제력 집중 자체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인허가 등에 의 한 진입규제로 발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경제력 집중과 독점의 폐해는 기업의 은행업으 로의 진입을 허용하는데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는데서 비롯된다. 따라 서 대기업집단의 독점화를 우려한다면 오히려 은행소유제한과 같은 진입규제를 제거해 야 할 것이다. 2) 은행의 공공성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은행의 국가소유나 민간소유제한을 주장하는 것은 은행의 공공성을 공공이익을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은행의 공공성 은 1694년 영국정부가 잉글랜드 은행(the Bank of England)을 설립할 때 민간법인이 면서도 정부에 자금을 대여하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생긴 것이다. 당시 프랑스와의 전쟁 으로 자금조달 문제에서 절박했던 영국정부는 잉글랜드 은행을 인가해 주면서 일정액의 자본금과 연8% 금리의 정부대출 조건을 명시하여 정부의 자금조달 기능을 하도록 하였 다. 즉 은행의 공공성은 정부에 자금을 대여해주는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인가로부터 나온 것이다. 따라서 원래 은행의 공공성이라는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 는 공공(국민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은행이 정부기관 (public agent)으로서 인식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은행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 는 의미로 공공성을 강조하고, 이를 근거로 은행의 소유제한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 다. 3. 은행 소유 자유화 방안 1) 은행소유한도 철폐 은행의 책임경영을 가장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은행의 소유주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다. 은행의 소유가 제한되어 은행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없을 경우 경영자를 통제할 수 있는 기업통제시장(corporate control market)과 시장적 내부통제장치(marekt- oriented internal control mechanism)가 잘 작동되지 못한다. 은행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이 자신의 은행을 직접 경영한다면, 은행의 이윤을 극대화하 려 하고 은행경영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만약 그가 그러한 방식으로 은행을 경영하지 않는다면 기업통제시장에서 압력을 받아 결국 그의 지분이 보다 효율적으로 은행을 경영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어 가 은행의 소유주가 바뀔 것이다. 만약 자신이 직접 소유은 행을 경영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경우 경영자의 화폐적 및 비화폐적 소득을 은 행의 이윤과 연계시킴으로써 경영자를 독려하여 자신의 부가 극대화되도록 동기부여를 할 것이다. 만일 정부 또는 정치적인 압력을 받을 경우 소유주가 확실한 은행은 소유주 가 분명하지 않은 은행보다 쉽게 그 압력을 거부할 수 있다. 따라서 소유주가 분명한 은행이 그렇지 않은 은행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은행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소유지분한도를 폐지하여 은행의 지배주주가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소유 문제와 경영을 완전히 시장에 맡겨 은행이 지배주 주에 의해 직접 경영되든, 아니면 전문경영인에 의해 경영되든 그것은 전적으로 주주 의 결정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2) 기업의 은행소유 허용 만약 은행을 민영화하면서 은행소유를 자유화할 경우 현실적으로 은행을 소유할 수 있 는 여력이 있는 자는 대기업집단뿐이며, 또한 한국의 은행산업의 규모가 영세하고 경쟁 적 산업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집단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사금고화 가 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기업의 은행소유를 제한한다면 우리는 바로 그 현실적인 이 유 때문에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관치금융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경험하였다. 만일 관치금융과 기업지배금 융 중 선택해야 한다면 관치금융보다는 기업지배금융이 훨씬 낫다. 이것은 사독점이 국 가독점 보다 나은 것과 같은 이유이다. 아무리 독점이라 하여도 사독점의 경우는 시장 의 압력을 받는다. 그래서 주어진 시장 내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장기간 동안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독점의 경우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영할 유인이 적다. 따라서 사독점의 경우가 경쟁 적인 경우보다는 비효율적일지 모르지만 국가독점보다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마찬가지로 기업지배금융 하에서 은행은 시장의 압력을 받지만, 관치금융 하에서 은행 은 시장의 압력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기업지배은행이 관치를 받는 은행보다 는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관치금융과 기업지배금융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기업지배금융을 선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낫다. 3) 기업의 은행소유 보완책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은행과 모기업 또는 계열사간의 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은행 위험의 증가할 수 있다. 즉 은행을 소유한 모기업이 은행에게 많은 배당금과 경영료 (management fees)를 요구하거나, 은행의 소유주인 기업이 은행으로 하여금 다른 계 열사로부터 불량자산을 구입하도록 하거나 실패한 투자를 만회하기 위해서 그의 계열사 인 기업에 보조를 하던가 혹은 불건전한 대출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은행의 자 본금을 훼손시켜 은행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은행소유규제가 이러한 문제들의 일반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 다. 이러한 문제들은 기업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면서 다른 보완책을 마련하면 충분히 해 결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은행으로부터 모기업으로 가는 배당금을 제한한다. 둘째, 은행에 의해 모기업 혹은 계열사로 가는 모든 신용에 대한 완전 또는 적절한 담보를 요구한다. 셋째, 은행과 모기업 혹은 계열사간의 모든 거래를 다른 기업과 같이 시장거래(an arm's length basis)로 행할 것을 명시한다. 넷째, 은행의 모기업과 계열사가 은행에 부채증권을 팔고 그 대금을 은행에 다시 예 금할 경우 이것은 예금으로 취급되지 아니하며 예금보험의 적용이 되지 않도록 한다. 다섯째, 모기업이나 계열사로 공급되는 대출이 편중되지 않도록 동일인 여신한도를 두어 철저하게 감시 감독한다. 4) 금융시장 완전 개방 금융시장이 개방이 되면 경제가 경쟁적 체제가 되어 어느 한 기업이 독점적 위치를 차지 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은행소유자유화에 따른 대기업 집단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기업집단의 사금고화와 경제력 집중이 정말 우려가 된다 면 금융산업을 완전 자유화하여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하여 국내외 은행들간 에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유도하며, 고객들에 대해 완벽히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 이 필요하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참고문헌 배상근'안재욱 『국내은행의 소유형태에 따른 정치적 영향과 경영성과』, 한국경제연구 원 연구보고서, 2002. 안재욱, 『은행민영화 방안: 은행소유자유화』, 자유기업원, 2002(근간). Huertas, Thomas F. “Can Banking and Commerce Mix?,” Cato Journal, Vol. 7, No. 3 (Winter 1988), 743-762. Saunders, Anthony. “Banking and Commerce: An Overview of the Public Policy Issues,” Journal of Banking and Fiance 18(1994), 231-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