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정책 제안 001 1. 문제의 제기 한국에 학교는 많지만 사실상은 하나다. 국공립이든 사립학교든 모두 정부가 통제하기 때문이다. 교육의 정부주도 현상은 교육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매우 중요하고 모든 사 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하기 때문에, 민간에 맡길 수 없고 정부가 최적이라 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제도는 개인의 특기와 창의력을 살리지 못하고 하향평준화를 결과하였다. 물론 학교 교육(schooling)이 없어도 교육 (education)은 가능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교 교육제도가 교육의 성패를 좌우한다. 따라서 학교 교육을 바로 세우는 일이 교육을 바 로 세우는 길이다. 건전한 시민정신의 함양은 물론 개인의 특기와 창의력을 살리기 위 해서는 경제원리에 입각한 자유경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즉,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의 간섭을 함께 배제하고 교육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2. 한국 교육제도의 문제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들이 3R 능력, 즉 글을 읽고(Reading) 쓸 줄 알며(wRiting), 셈을 할 줄 알며(aRithmetic), 또 서로가 최소한의 가치를 공유하 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부효과는 이와 같은 3R 교육 차원에서는 그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신의 비용으로 교육을 받고 그에 대한 보 상 역시 자신이 받는 고등교육에 외부효과는 없다. 설령 교육의 외부효과가 존재하고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재정으로 직접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국영화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사회의 공 통 가치가 필요하다는 것과 자유 사회에서 사상과 이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사이에 한계를 설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민간에 의한 교육이 이러한 공통 의 가치를 저해하리라는 논거도 없다. 한편 ‘기회의 평등’ 이념이 안고 있는 문제 는, 기회라는 것도 그 기회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아무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회는 ‘의미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 서 기회의 평등이라는 말은 빈 개념이다. 프리드만의 지적처럼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 면 자유와 평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지만, 평등을 추구하면 자유와 평등을 모두 잃고 만다. 사회주의의 몰락과 정부주도 하에 평등을 추구했던 한국 교육의 황폐화가 그 예 다. 학교가 사실상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됨에 따라 교육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는 크게 제약되고, 공급자의 권력이 증대되어 교육은 획일화되었다. 여기에 기회의 평등 이념 이 더해져 교육상품과 교육방식, 그리고 평가기준은 더욱 획일적이 되었다. 획일화의 병폐는 무엇보다도 개인이 가진 특기와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기회를 가질 수 없다 는 데 있다. 교육이민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그 단적인 예다. 획일화의 또 다른 폐해 는 존재할 수 없는 객관적인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각급 학교는 가장 기초적인 판단기 준을 세울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수준높은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없으며 교 육산업의 시장진화를 불가능하게 하였다. 국공립대학은 물론 사립대학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과 신설, 입학정원, 등록금, 신입생 선발방법, 기여입학제도 등, 거의 모든 사항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인․허가 사항 이다. 한마디로 대학에 대한 정부규제는 대학간 그리고 대학내 경쟁을 차단하여 자율 능력의 퇴화와 함께 경쟁력 저하를 가져왔다. 한국에 세계 100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학 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중명하고 있다. 이는 바로 각 대학의 경쟁력 과는 무관하게 정부가 대학 재정을 지원하고 순치하여 온 결과이다. 3. 해결책 한국의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주의적 지식 체계를 버리고 교육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경제원리에 입각한 지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즉, 정부주도 교육을 민간주도 교육으로 전환하고, 형평성에 입각한 기본 이념을 각 개 인이 가진 지적, 물적 차이를 인정하는 이념으로 바꾸며, 학교간 경쟁체제를 마련하는 것이다. 교육 시장에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면 다양하면서도 전문화된 교육 상품이 공 급되고 각 개인은 각자의 소질과 특기를 살리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개입하 지 않으면 교육 시장에 남는 것은 경쟁뿐이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퇴출의 위협이 상존하는 환경 하에서 학교 교육은 질적으로 향상될 것이며 부정과 비리도 최소화될 것 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으며 이를 위한 관련법 개정이 요구된다. (1) 중고등학교 ▶ 중고등학교의 민영화를 위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가지고 있는 학교 설립에 관한 인 허가 제도를 폐지하고 시설, 재정등의 기본 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자신의 건학이념 에 따라 자유롭게 학교를 설립,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기본 요건을 갖춘 대안학교 역 시 제도권 내의 학교로 인정한다. ▶ 현재의 중고등학교의 등록금은 모두 동일하며, 학생은 거주 지역에 따른 학군 소속 학교에만 진학할 수 있다. 그만큼 교육 소비자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다. 평준화와 이 에 따른 학군제를 폐지하여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교육 내용 및 방 법, 신입생 선발기준 및 정원, 등록금 산정, 교원의 급여체계 등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획일적인 틀 안에서의 경쟁이 아닌 다양한 범주에서 경쟁을 추구하여 개인의 특기와 창의력이 계발될 수 있는 경쟁체제로 유도한다. ▶ 참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형평성을 지향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교간 경쟁을 통 한 성과에 따라 그 존립 여부가 판가름나도록 위에 열거한 학교간 경쟁체제의 구축을 가 속화한다. ▶ 이러한 경쟁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각급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정 기간동 안 한시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입법 예고함과 동시에, 공립이든 사립이든 자립형 사립 학교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민간에 의한 공립학교의 인수․합병이 활성화되도록 한 다. ▶ 과외 근절이 중고등학교 교육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나 기타 교육 정책을 과외 진정을 위한 도구로 사용함으로써 전반적인 교육 제도의 왜곡 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건학 이념에 따른 다양한 대학 설립과 사회가 인정하는 가치관 의 다양화가 과열 과외를 진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상당한 시간을 요구할 것이다. ▶ 교육인적자원부의 역할을 초등교육에만 한정하도록 교육국 규모로 축소, 개편한다. (2) 대학교 ▶ 정부의 인허가 제도나 재정 지원으로 인하여 경쟁력이 없는 대학의 시장 퇴출이 억제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지원은 한시적이어야 하며 점차 민 영화한다. ▶ 민간에 의한 대학 설립과 대학간 인수합병을 넓게 허용하고 학생 정원 및 선발기 준, 등록금 책정, 졸업요건, 기여금 입학제도 등 모든 사항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 하고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하며, 그 결과에 따라 교육시장에서 존립 여부가 결정되도 록 한다. 학교간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우수 학생 유치를 위한 장학기금 확충도 기대 할 수 있다. ▶ 국내외 대학간 경쟁을 높이기 위해 외국 대학의 국내 분교 설립을 자유화하고 국내 대학의 외국 분교 설립도 규제하지 않는다. ▶ 교수계약제, 승진제도 강화, 연봉제, 퇴출제도 등은 학내 경쟁을 위한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들에 대한 교수들의 반대는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것이므로 크게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 역시 학교간 경쟁을 통해 그 성과가 판가름나 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대학 스스로 제도를 선택하도록 하고 그 성과에 따른 경쟁력을 바탕으로 존립 여부가 결정되도록 한다. ▶ 현재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이 참여하여 경쟁하도록 하고, 어떤 시험을 어떻게 반영하여 평가할 것인지는 각 대학교에 맡김으로 써 평가기관간의 경쟁을 유도함은 물론 지원자들에 대한 정보 유실의 문제를 최소화하도 록 한다. 이러한 경쟁환경을 단시간에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국공립학교의 민영화 와 교육인적자원부의 규모 축소등은 10-15년의 장기 과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제도의 개편, 과외 축소 대책 등은 7-10년의 중기과제로, 학교 설립의 자유화, 신입생 선발기 준, 학군제 폐지, 등록금 책정, 기여금 입학제, 외국 대학의 국내 분교 설립과 학내 경쟁제도의 정착 등은 3-5년의 단기 과제로 분류하여 실천해 나간다. 자유주의 교육제도의 관건이 되는 교육 민영화에 대해 현재 존재하고 있는 많은 국공립 학교를 인수․합병하여 운영할 민간이 있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민영화 전망은 밝다. 학부모들이 교육에 많은 자원을 투자할 용의가 있으며 또 그럴만한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예전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교육인 적자원부의 통계에 의하면 2000년 현재 초․중․고교생 과외비로 7조 1276억원(GDP 대 비 1.38%)이 투입되고 있으며, 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자원을 정부나 교 육 전문가가 아닌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 스스로가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자유 가 증진되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국내총생산의 6%를 교육자원으로 확보하겠다는 정 책은 취소되어야 한다. 민간의 건학(建學) 이념은 다양하다. 어떤 설립자는 일류 학교 를 추구할 것이며, 다른 설립자는 학습능력이 낮은 학생이나 장애아 교육에 남다른 관 심을 보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학교를 세울 것인지 우리가 다 예측할 수는 없지 만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에 따른 다양한 학교가 세워질 것임은 분명하다. 저소득층 자 녀들을 위한 장학 기금도 더 튼튼하게 마련될 것이다. 따라서 교육산업의 경쟁력 향상 은 물론 형평의 이념도 더 잘 실현될 수 있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참고문헌 김영용, “대학교육의 문제점과 그 대안: 공급자 측면,” Briefing Papers (BP- 20), 자유기업원, 2001년 6월 Friedman, Milton, The Role of Government in Education, Capitalism and Freedom (Chap. 6),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2 Friedman, Milton and Rose D. Friedman, What's Wrong with Our School, Free to Choose (Chap. 6), Harcourt Brace Jovanovich, Inc. 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