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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 대전략: 신흥 경제강국, 중국과 인도의 도전 가능성

김기수 / 2006-02-09 / 조회: 5,215

1. 서 언


중국 신드롬 현상을 만들어 낸 중국의 약진은 이제 너무도 익숙한 명제가 되었다. 한걸음 나아가 인도도 중국과 비슷하게 묘사되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인구와 자원을 가진 두 국가의 경제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그것도 한두 해가 아니라 10년 이상 장기 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외형상 두 국가가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될 만도 하다. 중국과 인도를 하나로 묶어 그 위력을 은근히 과시하는 말인 친디아(Chindia)라는 용어는 이러한 일반 정서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새로운 현상이 몰고 온 인기에 휩싸이곤 한다. 과거에는 이름이 없던 상품 혹은 문화가 어느 순간 급속도로 인기를 얻게 되는 예를 우리는 많이 목격한다. 한마디로 '떴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물론 중국과 인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와 똑같은 현상이라 할 수는 없으나, 아무튼 그것에 신드롬이라는 측면이 있다면 '떴다는’ 현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과 인도에 대한 낙관전인 전망이 전혀 근거 없는 주장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예측들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미국을 능가하거나 혹은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이른 국가가 나와 본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2. 미국에 대한 도전 가능성: 과거의 예측들


미국의 국력에 대해 의구심이 처음 제기된 것은 미국이 월남전에서 고전하며 국력을 탕진하던 때였다. 미국은 천문학적인 전쟁비용과 당시 유행하던 이른바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한 재원의 상당 부분을 달러화의 남발을 통해 해결하였다. 달러를 찍어 해외로 돌렸으니 이를 받고 자신들의 물건을 미국에 수출한 국가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를 위시한 서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도전하게 되는데, 그들의 주장은 간단했다. 금도 준비하지 못한 채 달러화를 남발하는 것은 브레튼우즈 협정의 위반이니 이를 중단할 것과 그렇지 않을 경우 유럽에 있는 달러를 모두 수거하여 미국 중앙은행을 통해 금으로 교환해 버리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서유럽 강국들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말끔히 치유하며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하였기에 미국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응은 단호했다. 1971년 8월 일방적으로 달러화의 금태환 금지조치를 취해버린 것이다. 유럽의 반격은 전혀 없었다. 한마디로 힘이 달리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어 1973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달러화는 각각 7.5% 그리고 10.0%씩 평가절하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의 위상추락이 보다 구체적으로 예견되고, 또한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었던 사례는 1980년대 말 일본의 급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전성시절인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경제력은 한마디로 경악 그 자체였다. 미국 인구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고, 면적으로 치면 1/25밖에 안 되는 국가의 전체 GDP가 미국의 2/3에 이른 것이다. 당시의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쇠락과 일본의 부상을 기정사실화했고, 따라서 조만간 일본이 미국과 대등한 국력을 지니며 세계를 양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일본의 과잉팽창에 대한 경제적 제재였고, 다른 하나는 국내적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가 바로 전자에 해당하는데, 1985년 플라자 회합을 통해 일본의 엔화 환율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가시화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당시 1달러대 260엔 하던 엔화의 환율이 3년 후에는 120엔으로 급상승하였다. 일본의 팽창에 족쇄가 채워졌던 것이다. 아무튼 1988년부터 일본경제의 거품은 붕괴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초에 이르자 그 여파가 일반 국민생활에까지 미치며 이른바 일본의 쇠락이 가속화되었다.


일본의 전성시절 그들의 도전을 가장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그렸던 미국의 저명한 경제전문가 레스터 더러우(Lester Thurow)의 다음과 같은 회고는 당시 일본 신드롬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초 출판된 ”Head to Head"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세계경제패권(global economic supremacy)을 놓고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이 다툴 것이라고 분석했던 자신의 예언을 전문가로서 최대의 실책이었다고 스스로 토로했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한 미국의 두 번째 대응은 기존의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주요 산업 수준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이른바 지식기반 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편이 이루어지자 미국과 같이 새로운 최첨단 지식을 소유하지 않은 국가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 미국이 IT 산업을 석권하고 있는 사실은 산업재편의 위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10여년의 침체를 겪은 후 현재 일본의 GDP는 미국의 2/5에도 못 미치고 있다.


미국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또 다른 주장은 국제통화제도에 대한 논쟁을 통해 강력히 제기된 적이 있다. 1985년 채택되고 이듬해 발효된 유럽단일의정서는 유럽통합이 현실화됨을 의미했다. 통합의 핵심 내용은 당연히 단일시장의 출범과 공동화폐의 창출이었다. 이와 때를 맞추어 등장한 주장이 국제통화체제 3분론이다. 즉 강력한 유럽공동체의 등장, 그리고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일본의 약진, 이와는 반대로 미국의 위상 추락 등이 어우러져 달러 본위의 국제통화체제가 유럽통화, 엔화 그리고 달러화의 3극 기축통화체제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그 후 1990년대 들어 유로화가 현실화된 반면, 일본의 경제침체가 이어지자 같은 주장은 유로화와 달러화의 2극 국제통화체제로 슬그머니 대체되었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현재까지 그런 현상은 목격되지 않았고 향후에도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달러화의 건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너무도 그럴듯했고 또한 치밀한 논리적 분석에 기초했던 예측들이 모두 빗나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술(technology)에 대한 정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즉 응용기술의 대가였던 일본은 현재도 기초 과학의 부재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원천기술의 개발이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경우 산업상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게 되면 원천기술의 부재 때문에 대응책을 마련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의 부진에 대한 연구는 주로 경제학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자연과학자들은 일본경제의 부진 원인을 원천기술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경우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된다. 그것은 크게 보아 국가 전체의 문화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해고가 쉬운 기업문화와 제도, 다양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경쟁체제, 타협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 및 경제제도, 그리고 성공적인 국민통합의 전통 등이 미국 사회시스템의 특성과 국민의 의식 수준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통합유럽조차도 이 면에서는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결국 한 국가의 국력이란 다양한 요소의 결합임으로 어느 특정 분야의 비약적 발전에 기초한 국력 신장은 일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위의 논의에서 군사력은 포함되지 않았으니 미국의 가공할 군사력이 부가되면 국력의 의미는 더욱 분명해 질 것이다.


3. 미국의 대외경제전략


미국의 대외경제전략은 자본주의의 패자답게 통화패권을 지렛대로 시장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는 데 맞추어져 있다. 1948년 출범한 브레튼우즈체제는 곧 미국의 통화패권, 즉 달러화만이 세계 기축통화라는 사실을 합리화시킨 제도였다. 그러나 달러화의 금태환 금지조치로 브레튼우즈체제가 붕괴되어 달러화가 금이 아닌 단순한 지폐로 전락하였음에도 현재까지 미국의 통화패권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논리적으로 신기한 일이다. 대략 두 가지의 설명이 가능한데, 우선 미국 경제력의 상대적 하락은 있었으나 미국과 대등한 경제력을 지닌 국가가 존재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즉 마르크화와 엔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의 위상을 지니지는 못했음으로 대안은 애초부터 없었던 셈이다. 또 다른 설명은 지폐시대가 도래하자 아래와 같이 기존의 생산 및 구매 방식을 변화시킨 것은 물론, 이 변화를 금융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새로운 지배 수단을 미국이 창출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달러화의 발행에 제약이 없어지자 미국은 외부에서 저렴한 노동력을 적극 활용하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싼 값에 제조하여 수입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달러화로 외국의 저렴한 물품을 구매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 효과는 우선 국내적으로 소비자의 후생증대와 인플레이션의 진작으로 나타났다. 세계화는 사실상 그 때부터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바로 이 생산전환의 이득을 톡톡히 누린 국가가 과거의 한국이며, 현재의 중국이다. 여기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이유의 일단을 알 수 있다.


미국은 해외로부터 상품의 구매를 위해 필요한 달러화를 두 가지 방법으로 조달할 수 있다. 하나는 뉴욕의 금융시장을 활용하는 방안인데, 이는 막대한 무역흑자 국가들의 넘치는 달러를 첨단의 금융기법을 통해 재흡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만약 위의 것으로 부족하면 달러화의 발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이다. 반면 무역흑자 국가들이 달러화를 처리하는 방법은 대략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해외직접투자(FDI)를 통해 해외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밀려들어 오는 외화를 국내에 그냥 풀어 놓는 경우 엄청난 규모의 거품이 발생하여 국내경제가 몰락할 수도 있음으로 무역흑자 국가들은 싫든 좋든 위의 방법을 동원하여 넘치는 외화를 해외로 빼돌려야만 한다.


하지만 해외투자를 마구잡이로 할 수는 없다. 수익이 창출되고, 안전하며, 나아가 환금성이 보장되어야 바람직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면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고 또한 위기 시 환금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여기서 금융상품의 이점이 발견되는데, 상기의 조건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상품이 바로 미국의 재무부 채권(treasury bond)인 것이다. 하루에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재무부 채권이 익명으로 자유롭게 상시 거래되고 있다. 그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상기의 투자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자가 포함된 사실상의 화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한국, 중국 그리고 일본과 같은 대규모 무역흑자 국가들이 그들의 외화를 미재무부 채권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이유가 분명해 진다.


이 거대한 자본순환 메커니즘은 결국 통화패권국인 미국의 신용과 경제적 영향력, 그리고 뉴욕과 같이 잘 발달된 국제금융시장의 존재, 나아가 자금 공여국가들의 이해 등이 서로 얽히며 창출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의 외화 유인 상품은 금융기법의 발달로 더욱 다양해졌다. 2004년 미국에 투자된 총 외국자본은 무려 1조 2,584억 달러에 달하는데, 과거와는 달리 미국 재무성 및 정부기관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36%에 불과한 반면, 미 회사채 비중은 20%로 급증하였고, 나머지는 그 밖의 다양한 금융상품이 차지하고 있다. 더욱 발전된 메커니즘을 통해 달러화가 재순환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금융의 세계화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힘의 비대칭성을 이야기할 때 흔히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게 된다. 즉, 그래도 미국은 채무국임으로 미국의 위약성은 피할 수 없는 바, 만약 투자국들이 미국 금융상품을 일시적으로 처분하면 미국이 대혼란을 겪지 않겠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량 매도의 여파로 금융상품의 가격은 급격히 하락할 것임으로 그 일차적인 피해는 투자국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수천억 달러의 자산이 허공으로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미국을 골탕 먹이기 위해 투매전략을 구사할 국가가 과연 있을까? 현재까지는 없었다. 물론 천천히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상품 이외의 대안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그것이 쉽다면 왜 여태까지 미국 금융상품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겠는가! 유럽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마디로 유럽이 엄청난 무역적자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미국처럼 외화를 대규모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


미국은 또한 환율의 조정을 통해 자산가치의 변화를 쉽게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다. 뉴욕의 모든 금융상품은 달러화로 표시되어 있음으로 만약 환율의 변동이 있는 경우 당사국은 앉은 자리에서 수천억 달러의 자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과거 일본 엔화의 급격한 상승 시 일본이 입은 자산손실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일본의 예를 다시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는데, 풍부한 외화를 제대로 처리 못해 몰락의 길을 걸은 대표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넘치는 달러를 해외로 빼돌리며 적절히 처분하지 못함으로써 국내적으로 자산 가치의 급격한 인플레가 초래되었고, 거품이 붕괴되자, 경제에서 가장 풀기 어렵고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는 치명적인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오늘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도 적정 환율유지에 실패하여 외환위기라는 큰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일본의 전성 시절,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의 일본 주식가격, 즉 니케이 지수는 39,000을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불과 3년 후인 1992년 14,000으로 폭락했고, 2004년에는 7,000까지 내려갔다. 앉은 자리에서 일본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허공에 날려버렸는지 계산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이러한 상황은 또 다른 예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세계 500대 기업 중 일본기업의 수는 무려 149개였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50개에 불과하고, 전성 시절 미국과 동등하던 산업 생산력은 1/5로 뚝 떨어졌다.

중국의 경우도 위완화의 급격한 평가절상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미국에 대한 투자 자산 자체에 피해가 있는 것은 물론, 국내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우선 수출 부진에 따른 경제성장률의 저하로 실업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수입이 증대하며 더 싼 외국 농산품이 밀려드는 경우 중국의 농촌지역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경제적 충격이 정치문제로 쉽게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중국의 권위주의 정치치제가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사태인 것이다. 논리를 확장하면 중국이 왜 지속적으로 미국의 금융상품에 의지해야 하는지도 설명된다. 즉 현재의 메커니즘에 어떤 식으로든 급격한 변화가 있게 되면, 충격은 미국경제의 변화 및 환율의 변동 등과 같은 국제경제 메커니즘을 통해 중국경제로 즉각 전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국이 왜 미국의 위완화 절상 압력을 그토록 무서워하는지, 나아가 중국경제에 비추어 본 미국 금융상품의 전략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


4. 결 어


내년이면 중국이 드디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외환보유국으로 등극하게 된다. 과거 일본처럼 중국에 달러화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100년 이상 운영하며 세계적 강국의 지위를 오래전부터 누려온 일본의 경제운용 수준이 그 정도였는데, 자본주의 역사가 불과 30년 미만인 중국 그리고 이제 막 경제성장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인도가 다양한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지혜를 이미 터득했다고 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다. 역으로 막대한 재정 및 무역적자가 야기할 미국 자신의 경제문제 또한 과거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약 25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심각한 문제의 징후는 발견된 적이 없다. 나아가 앞서의 분석을 통해 무역흑자 국가들의 이해가 미국에 대한 의존을 버릴 수 없는 것이라면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인센티브는 별로 없는 셈이다. 물론 미국도 혼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1920년대 대공황 시의 처참한 상황은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극복했다. 그 후 위기의 징조가 보이면 민감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터득하게 되었다. 새로 취임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버냉키(Ben Bernanke) 박사가 대공황 연구의 대가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는 자본주의 경기순환 및 경제위기에 대한 모든 처방은 대공황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했다.


경제제도, 산업력, 정치체제, 기술력(특히 원천기술), 교육제도, 군사력, 나아가 문화수준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초강대국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대외경제적 측면만을 살펴봤음에도 중국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뜬다는 현상에 비논리적으로 휩싸이는 것의 오류 가능성을 상기의 분석은 단편적이나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완벽한 예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중국이나 인도가 기적적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언젠가 초강대국으로 등장하면 그 때가서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이다. 과거에 자기를 미국처럼 대접하지 않았다고 중국이 그 때가서 우리를 괄시할까? 한국의 지정 및 지경학은 다행이도 중국의 그런 오만함을 허용치 않는다. 문제는 괜히 검증도 안 된 사실에 입각하여 지금부터는 중국이 미국보다 중요하다는 식의 어설픈 가설에 국운을 맡기는 설익은 대외관계의 설정이다.


김기수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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