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대한민국 축구팀의 선전에 열광하고 있는 6월 하순의 이 순간 북한은 대포동 2 미사일 발사 실험 준비를 갖추고 또 하나의 국제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북한의 대포동 2 미사일 발사 징후가 나타났지만 미국 측 정보 당국은 6월 19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에 액체 연료 주입을 완료함으로서 언제든지 발사가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실험준비를 완료한 것으로 보이는 대포동 2 개량형 미사일은 1톤 정도의 탄두를 장착할 경우 그 사정거리가 6,700Km 에 이르며 탄두 무게를 줄이면 약 10,000Km 까지 사정거리를 늘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미국의 주요한 군사시설인 구암, 오키나와는 물론 알라스카 및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이 대포동 미사일 사정권내에 포함 되는 것이다. 그러나 6월 20일자 미국 측 자료는 대포동 2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9300마일 (약 15,000Km)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이는 미국 중서부조차 북한 미사일 사정권에 포함 된다는 의미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위기 상황은 월드컵의 열광 속에 그 진면목이 상당부분 묻혀져 있지만, 북한이 대포동 2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 할 경우 야기될 위기는 우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엄중한 것 일지도 모른다. 이미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경우 적절한 '자위 조치’ 를 취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일본도 연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일본에 대한 도발로 간주하고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기체계는 여러 차례의 실험을 통해서 완성되고 그 이후 배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그러나 북한은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은 채 미사일을 실전 배치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자는 북한이 스스로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파키스탄 이란 등에 수출한 북한제 미사일들의 실험을 통해 북한 자체의 실험을 대체 했다고 판단 한다. 파키스탄이 실험한 가우리 미사일은 북한제 노동미사일 이라고 알려져 있다.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들의 사정거리가 자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 등은 역시 북한의 각종 미사일들이 체계적인 실험을 거쳐 완성되고 실전 배치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하는 것이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이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초래할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충격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 해야 할 것인가?
2.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의 문제점과 의미
이 세상 어느 나라라도 자신의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이 있다. 그러나 국가들은 제멋대로 모든 무기를 만들지는 않는다. 핵 기술을 얻는 대가로 핵폭탄은 결코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대가를 위해 미사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미사일을 만들더라도 사정거리는 제한하겠다고 약속 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 핵확산 금지조약 (NPT, Non Proliferation Treaty) 이 전자의 대표적인 경우며 우리나라는 현재 300Km 이상 날아가는 미사일은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즉 국제법적으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무기를 만드는 일이 문제가 되곤 한다.
북한은 1999년 9월 미사일 실험 발사 유예(Moratorium) 선언을 한 적이 있었고, 고이즈미 일본 수상이 방북했던 2002년 9월에도 미사일 발사실험을 유예 한다고 약속 했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북한이 약속했던 모라토리엄(유예)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2003년 2월 및 2005년 5월 동해상으로 단거리 사일들을 발사한 적이 있었고 2006년 3월에도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행했다. 이 작은 미사일 실험들은 큰 국제위기를 야기하지 않은 채 지나갔다.
무기 체계의 개발이나 실험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원인은 그것이 법적인 측면과 관계없이 군사전략적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상호 적대관계 혹은 라이벌 관계에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 상대방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무기가 개발되는 경우 그것은 법적인 측면과 관계없이 국제분쟁 및 국제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대포동 2 미사일 발사 실험이 이처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이 실험이 군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2005년 2월 에 있었던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동일한 연장선 위에 놓여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2005년 2월 10일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었다. 만약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는 북한의 핵폭탄이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북한의 핵무기 체계(Nuclear Weapons System)가 완성되었음을 의미한다. 무기는 독자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총만 있어도 안 되고 총알만 있어도 안 된다. 무기는 체계로서 작동하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의 경우 그러하다.
미국은 2001년 이후 북한의 핵폭탄을 주로 '국제테러리즘’의 맥락 아래서 미국에게 위험한 것으로 인식해 왔다. 북한의 핵폭탄이 테러리스트의 수중에 들어가는 경우를 상정하고 미국은 이를 저지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의 성공은 미국으로 하여금 기왕의 대북 군사전략을 대폭 수정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다. 북한이 확실한 핵무기 운반수단을 부유했다고 판단 한다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리즘의 위협과 더불어 정규적인 전략적 위협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미국 사람들은 북한으로부터의 핵 위협은 '가장 심각한 핵 위협’ (single greatest nuclear threat) 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가장 위험한 핵이라고 생각하는 북한 핵무기 체계의 완성을 그냥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1962년 10월 소련의 위성국 쿠바에 소련제 미사일이 배치된 사실을 발견한 후 소련에게 3차 대전이냐 미사일 전면 철수냐 양자 중 하나를 택하라며 압박을 가한 적이 있었다. 냉전의 전 기간 중 미소간 핵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시점이 바로 그때였다. 소련은 쿠바에 배치했던 미사일을 전면 철수시킴으로서 위기를 종료 한 적이 있었다.
3.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대응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갖추게 되는 것을 그대로 방관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체제(system)가 완성 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 방법도 있고 사후에 처리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북한이 기대하는 외교적 해결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북한 핵무기 체계의 완성을 사전에 막는 방법에는 북한으로 하여금 미사일 발사 실험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혹은 실험 비행중인 미사일을 요격해서 폭파 해 버리는 것 등 두가지 방안이 있을 것이다. 북한이 아예 실험을 못한다면 북한의 핵무기 체계는 완성되기 위해 더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요격 당한다면 북한은 국제적인 모욕을 당하는 일이 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이론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2002년 11월 미국은 심지어 날아오는 대포알을 요격하는데 성공한 바 있었다.
THEL(Tactical High Energy Laser, 전술용 고 에너지 레이저)이라는 미국 TRW사, 미국 육군, 이스라엘 육군이 합동 개발한 레이저 무기는 비행중에 있던 60cm 크기의 대포알을 요격하는데 성공했었다. 미국이 현재 동해에 10척 정도 배치했다고 알려진 이지스(AEGIS) 함도 미사일 요격 능력이 있는 군함이다.
미국은 실험 과정을 모두 살펴 본 후 보다 적극적인 정책으로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 대포동 미사일의 발사 궤적을 분석함으로서 북한이 얻는 정보 보다 오히려 더 훌륭한 대포동 관련 정보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획득한 정보에 따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정책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위협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미국은 보다 시급하고 적극적인 (핵시설 및 미사일 발사시설을 공격, 파괴한다는 군사적 옵션이 포함되는) 대북한 압박 정책을 전개 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자위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일본 역시 대포동 2 실험 발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나라다.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은 대포동 미사일을 요격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본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미사일 방위망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일본은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의 군사 능력을 대폭 강화시키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북한 핵무기 체계의 완성은 일본의 핵무장 논리마저 정당화 시킬 수 있는 최고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4. 북한 행동의 연원과 결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 하려는 작금의 행동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합리적인 정책 결정의 결과로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북한은 특히 2005년 9월 마카오의 델타아시아 은행을 통한 해외 송금 통로가 차단 된 이후 극심한 외화 부족으로 경제 파탄의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정권의 통치자금이 고갈 되는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위기, 군사위기가 동시에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형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것이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 위협이다. 북한은 미국이 모종의 양보를 해 줄 것으로 기대 할지도 모른다.
북한의 기대와 달리 미국 북한 간의 위기 상황은 너무 오래 지속 되었다. 하나의 획기적 사건이 이제까지 진전된 상황을 돌려놓기에는 너무 오래 위기상태가 지지부진 계속 되었다. 즉 지금 이 판국에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미국이 물러설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은 오히려 적국의 도발을 기대해야 할 정도로 군사과학 기술의 획기적인 향상을 이룩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개시할 당시 미국의 군사력은 1990년 걸프전쟁 당시의 미국 군사력보다 약 6-10배 강하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다. 2005년 5월 해사 졸업식에서 부시는 미국은 죄 없는 민간인들 틈에 숨어있는 독재자, 테러리스트조차 가려내어 공격할 수 있는 군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결국 대포동 미사일 발사 실험은 북한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북한 정권 최대의 악수(惡手)가 될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북한에게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지하라고 강권하며 북한 정권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5. 한국의 대안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북한 핵폭탄의 최종적 전략 목표는 미국이 아니다. 북한의 대전략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게 함으로서 자신들이 한반도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북한 문제 해결에 주체가 아니라 객체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아직 초읽기 수준에 임박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며, 미사일이 아니라 군사적 위험이 없는 인공위성 발사일지도 모르며 아직도 액체 미사일 주입이 완료 되지 않았고, 주입 되더라도 다시 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가 가진 대포동 관련 정보가 확실하다면 미국과 일본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불확실한 경우라면 이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대처해야만 하는 국가안보전략의 기본 원칙을 어기는 것이 된다. 국가 안보에 낙관적인 가정은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가 서서히 '종결전략’ 의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시점이다. 북한의 행동들이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의 결과처럼 보이지 않는다. 북한 내부가 온전한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철도 운행에 관해 북한이 보인 우왕좌왕하는 입장도 북한 내부가 이상하다는 의문이 들게 한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은 마치 기회를 포착한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연일 최강의 경고를 발하고 있다. 이미 파탄 난 북한의 경제를 더욱 조이고 있으며 미국 군사력의 압도적 부분이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쏠리고 있다.
한국의 해방이 미국과 소련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 한국은 분단되었고 우리는 지난 60년 이상 힘들게 살아 왔다. 한국 문제는 본질적으로 국제문제다. 국제체제의 진행 방향에 순응 함으로써 우리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민족 끼리라는 북한의 대안은 한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장 비현실적 대안이다.
중국마저도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파도에 올라탔다. 역사상의 초강대국 미국과 세계 2 위 경제대국 일본은 가장 막강한 동맹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대세를 한국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춘근 /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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