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1세기 미국의 신 군사전략과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
2003년 11월 25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 이후시대를 맞이해서 본토방위와 전방전개능력의 강화를 지향한 새로운 군사변환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주둔 군사력의 재검토 협의를 동맹국 및 의회와 본격화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즉, 미국 부시행정부는 새로운 위협인 테러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 군사기술에 의한 장비의 경량·고도화 및 기동력·정찰력의 강화를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병력의 규모 및 구성을 개편한다는 전략적 구상아래 신 군사전략의 키워드로서 군사변환(transformation)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 Global Posture Review)을 제시하였다.
군사변환전략의 핵심은 최첨단 무기체계를 기반으로 한 '유동성 있는 군사능력’을 지향하여 미군을 언제 어디서든지 전투가 가능한 '규격화된 군(Module Army)으로 바꾸는 것이다. 규격화된 군의 대표적 예로서 스트라이커 전투부대를 들 수 있는데, 스트라이커 부대는 첨단장비로 무장했으면서도 가볍고도 기동성이 뛰어나 최첨단전차들과 함께 유사시 초대형 수송기에 실려 3, 4일만에 분쟁지역으로 투입될 수 있는 부대이다. 즉, 미국의 군사변환전략은 이와 같은 기동성을 갖춘 최첨단 전투부대를 기존 기지에 두지 않고 기동군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냉전시대의 해외 주둔 미군을 해외 배치군을 넘어서서 해외 기동군으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표 1>에서 나타나 있는 바와 같이 해외주둔 미군기지를 4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미국은 전략적 목적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기지를 대규모 병력전개의 근거지인 전력전개거점(PPH), 대규모 병력이 장기 주둔하는 상설기지인 주요작전기지(MOB), 소규모 상주 간부와 상당수 교체근무 병력을 포함한 전방전개기지(FOS), 소규모 연락요원과 훈련장만 유지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외부에서 확보하는 안보협력 대상 지역(CSL) 등 4개의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표 1> 해외주둔 미군기지의 전략적 분류
전력전개거점(PPH) | 대규모 병력전개의 근거지 -미국 본토, 일본, 영국, 호주 등 예상 |
주요작전기지(MOB) | 대규모 병력이 장기 주둔하는 상설기지 -한국,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아프가니스탄 등 예상. |
전방전개기지(FOS) | 소규모 상주 간부와 상당수 교체근무 병력 포함 |
안보협력 대상 지역(CSL) | 소규모 연락요원과 훈련장만 유지하고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외부에서 확보하는 안보협력지역. |
그리고, 미국은 이와 같은 군사변환 구상 및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의 삭감을 발표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8월 16일 “예측할 수 없는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외 주둔미군을 새로운 장소로 배치한다”고 선언함과 더불어 6만-7만명의 해외 주둔미군의 삭감을 발표하였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15만명의 미군을 제외한 주요 해외 주둔미군의 현황은 <표 2>와 같은데, 주로 냉전시대의 최전선이었던 한국으로부터 12,500명, 독일로부터 30,000명 등 6만-7만명의 미군병력이 삭감되는 것이다. 삭감되는 병력은 미국 본토나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지로 재배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표 2> 해외 주둔미군의 현황
한국 | 일본 | 독일 | 이탈리아 | 영국 |
41,360명 | 40,680명 | 73,500명 | 11,965명 | 11,097명 |
육군 31,460 공군 9,420 해군 300 해병대 180 | 육군 1,600 공군 14,130 해군 5,200 해병대 19,750 | 육군 57,300 공군 15,650 해군 300 해병대 250 | 육군 2,900 공군 4,600 해군 4,400 해병대 65 | 육군 180 공군 9,600 해군 1,220 해병대 97 |
2. 주일미군의 재편
<표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해외주둔 미군기지가 재편될 경우, 주일 미군기지는 대규모 병력전개의 근거지로서 전력전개거점(PPH)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따라서 일본은 미군의 동아시아에서의 전력중추가 된다.
현재 이와 같은 전략적 맥락에서 전방전개능력의 강화와 함께 주일미군의 재편작업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에서 부상되고 있는 주일미군의 재편 구상의 주요 내용은 <표 3>과 같다. 즉, 인도양까지 담당하는 제1군단을 보다 前線 가까이에 두기 위해 제1군단 사령부를 워싱턴주에서 일본 가나가와縣의 자마(座間)지역으로 옮기고,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체를 총괄하는 중추기능의 강화를 위하여 괌의 제13공군사령부와 東京都 요코다의 제5공군사령부를 통합하여 사령부를 요코다에 두며,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제3해병사단의 일부를 홋카이도의 육상자위대 연습장 지역으로 이전한다는 것이다. 또, 東京都의 근교에 있는 항공자위대 총사령부를 요코다 미군기지로 이전하는 구상, 해상자위대와 주일 미국 해군의 요코스카(橫須賀) 및 사세보(佐世保) 기지의 공유를 통한 연대 강화 구상 등이 강구되고 있다.
요컨대, 미국의 세계적 군사전략의 변환에 따라 주일미군의 재편과 더불어 일본의 '전선기지화(前線基地化)’ 작업이 전개되고 있으며, 아울러 미국과 일본의 군사적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표 3> 주일미군 재편안의 주요내용
구체적인 안 | 전략적 목적 |
미국 제1군단 사령부를 워싱턴주에서 일본 가나가와縣의 자마(座間)지역으로 옮김. | 인도양까지 담당하는 제1군단 사령부를 전선(前線) 가까이에 둠. |
괌에 주둔하고 있는 제13공군사령부와 요코다(橫田)에 주둔하고 있는 제5공군사령부를 통합. 통합사령부는 요코다(橫田)에 둠. |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체를 총괄하는 '사령 중추’기능을 가지도록 함. |
오키나와 해병대의 일부를 홋카이도로 이전함. | 현지 부담의 경감. |
아츠키(厚木)의 야간 발착훈련(NLP)을 이와구니(岩國)로 이전함. | 현지부담의 경감 및 태평양 항공모함 2척과의 조응. |
앞에서 언급한 해외주둔 미군기지의 재편구상과 더불어 전력전개거점(PPH)의 역할 수행을 위한 주일 미군의 재편이 이루어질 경우, 일본은 미군의 동아시아에서의 전력중추가 된다. 즉, 일본의 전략적 위상 제고와 함께 미일동맹은 태평양판 미영동맹 수준으로 성장·발전하게 된다.
미일동맹의 전략적 상호의존의 강화와 관련, 미일 양국이 서로 상대방에게 가지는 전략적 가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다.
먼저 미국의 전략적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전략적 존재의 구체적 가치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전략을 전개하는데 일본은 지전략적으로 중앙거점이고, 전진배치 안보전략의 주춧돌이다. 미국의 세계적 군사전략의 변환 및 주일미군의 재편과 더불어 일본의 전선기지화 작업이 전개되고 있는데,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동맹국이고, 미일동맹은 미영동맹과 함께 미국의 양 날개이다.
둘째, 미국은 미·일동맹체제를 통하여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보다 깊이 연결될 수 있다. 즉 미일동맹체제는 미국으로 하여금 아시아국가로서 보다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고, 나아가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행동능력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셋째, 미국이 세계전략 및 아시아·태평양전략 차원에서 중국을 견제하여 봉쇄하거나 또는 포용할 경우에 일본은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전략적 파트너이다.
그리고, 일본의 입장에서 본 미국의 전략적 가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일 동맹체제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역할증대를 도모하고 국제지도국으로 성장하는데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렛대이다. 일본은 정치대국화 또는 국제지도국화 전략차원에서 UN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데, 미국은 영국과 더불어 일본의 강력한 지지자이다. 이는 중국 견제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둘째,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우려가 큰데, 미일 안전보장체제는 일본이 국제지도국화를 지향하여 군사적 역할의 확대를 추구하는데 전략적 명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세째, 중국의 군사력의 증대 및 패권주의 추구,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 주변 정세변화에 일본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 미국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동북아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익의 일치이기도 하다.
미국과 일본 양국은 이상과 같은 전략적 이해관계에 의해 미일 동맹을 미영동맹 수준으로의 발전을 지향하여 '역할분담’ 또는 '책임분담’에서 '지도력 및 권한의 분담’(Power- sharing)을 향하여 전략적 상호의존 관계를 한층 강화시키고 있고, 이를 위하여 새로운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1996년 4월 탈냉전시대의 안보환경에 대응하기 미일동맹의 재정의와 더불어 '미일 신 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군사협력 범위의 확대에 따른 효율적 협력을 위하여 1997년 9월 '미일 신 가이드라인’을 작성·발표한 바 있는데,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군사변환 전략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의 전개와 더불어 미일의 군사협력 틀을 바꾸는 새로운 21세기의 미일안보선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로운 '21세기 미일안보선언’에는 해외미군의 재편에 따른 주일미군기지의 재편, 일본의 군사적 역할의 확대, 주일미군과 일본 지위대의 공동운영체제의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이와 같은 주일미군의 재편 및 미일동맹의 강화에 대응하여 군사력의 질적 증강 등 하드 파워의 증강, 법적 정비 등 소프트 파워의 강화 뿐 아니라 새로운 군사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국제사회에서의 군사적 역할의 확대를 위하여 첨단기술에 의한 군사력의 질적 증강뿐 아니라 '미일 신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일본 주변지역 유사법안’의 정비, 자위대의 분쟁지역 파견을 가능케 하는 '테러대책 특별법’의 제정, UN 평화유지군(PKF) 참여를 가능케 하는 'PKO 협력법’의 개정, '일본 유사 관련 법안’의 정비 등을 성립시켰는데, 현재 새로운 방위계획의 대강을 준비하고 있다. 즉, 일본은 1976년에 수립된 '방위계획의 대강’을 19년만인 1995년에 개정한 바 있는데, 2004년 말에 책정될 새로운 '방위계획의 대강’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사적자문기관인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는 2004년 7월 27일의 회합에서 새로운 방위계획의 대강을 위한 논점정리를 하였는데, 그 요지는 <표 4>와 같다. 즉, 일본은 2005년부터 시행될 '신 방위계획의 대강’을 통하여 국제테러,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할 수 있고, 아울러 자위대의 본격적인 해외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무기체계의 질적 증강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되며, 나아가 일체의 무기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무기수출 3원칙’을 검토 및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일본 방위청은 '21세기 신 방위계획의 대강’의 자위대 해외활동의 본격화 추구와 관련, 자위대의 해외활동을 자위대의 '부수적 임무’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자위대법을 수정하여 '본래의 임무’로 격상사키는 법개정을 꾀하고 있으며, 아울러 국제활동을 위한 전문부대의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표 4> '안전보장과 방위력에 관한 간담회’의 '신 방위계획의 대강’의 논점 요지
위협인식 |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및 국제테러 등 새로운 위협에 대 한 대응이 중요. |
동아시아의 전략환경 | 0 동북아시아에는 북한의 존재가 있고, 전통적인 안보문제 와 새로운 안보문제가 병존하고 있음. 0 중국은 국방비와 국방정책이 불투명함. -민족주의의 고양 -방위선의 전진. |
미일안전보장체제 | 0 전통적인 위협이 강한 동아시아지역에는 미일동맹을 바 탕으로 한 억지력이 중요함. 0 미군의 재편은 일본에게는 미일 전략적 대화의 기회임. |
산업·기술기반(무기수출 3원 칙 포함) | 0 미사일 방위(MD)을 미국과 함께 추진되고 있고, 미국 이 외의 국가와 공동으로 장비개발을 하는 것은 '죽음의 상 인’이 되는 것과 다름. |
요컨대, 일본은 미국의 군사변환 전략에 따른 주일미군의 재편과 그에 따른 미일동맹의 강화를 미일의 전략적 대화의 기회로 간주하고 있고, 따라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확대를 지향한 자위대의 해외활동의 적극적 전개를 위하여 군사력의 질적 증강 등 하드 파워의 증강 및 법적·제도적 정비 등 소프트 파워의 강화 등을 포함한 새로운 전략구상을 수립하고 있다.
배정호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동경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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