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종결된 지 1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미국의 전쟁명분이었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음으로서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종전 후, 이라크 내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는 임무를 수행한 무기사찰단장 이었던 케이(Kay)는 후임자와 교체되면서 이라크 내에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였다. 미국의 대선정국과 관련하여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중요이슈로 등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부시대통령은 케이 단장이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사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언급하였다. 즉 사담 후세인은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있는 위험한 인물이라서 만약 그를 제거하지 않았다면 사담 후세인은 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을 위협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라크 내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점에 대하여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침공전후에 무기를 타국에 은닉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무기사찰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확언 할 수 없다고 언급하였다.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추가파병과 관련하여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여부는 논란거리이다. 특히 북핵문제에 직면한 우리로서는 전쟁의 정당성문제는 초미의 관심이다. 이라크 전쟁의 초기부터 국내외에서 전쟁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국내외의 논쟁은 주로 각국의 국익이나 편향된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에서의 주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러한 논쟁은 포괄적, 체계적, 철학적 논쟁을 가로막았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전쟁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정치사상적인 체계적 연구를 소개하고 이에 의거하여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즉, 정의로운 전쟁이론(just war theory)을 소개하고 이에 근거하여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에 대하여 논하겠다. 또한 이러한 조건에 의거하여 이라크 전쟁의 윤리성을 분석하겠다. 실제로 이라크 전쟁의 결정과정과 배경은 복잡한 외교적 맥락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이는 국제정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정확한 이해의 바탕위에서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한국의 현실정치에 길잡이 노릇을 하는데 이글의 중요성이 있다.
I. 정의로운 전쟁이론
현대 정치사상에서 정의로운 전쟁 이론은 통상적으로 다음의 3가지 영역으로 분류되어 논의되고 있다. 첫 째, 전쟁을 수행하기 전의 고려 사항으로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Jus ad Bellum)이다. 즉 어떠한 조건하에서 결정된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인지에 대한 연구이다. 둘 째, 일단 전쟁이 발발한 경우 교전국들은 어떤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정의의 원칙에 부합하는 가에 대한 연구이다(Jus in Bello). 셋 째, 전쟁이 종료된 후의 전후 처리 과정상의 정의론(Jus post Bellum)이다. 이하에서는 첫 번째 영역(즉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에 집중하여 논의를 전개하겠다.
첫 째,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으로서 전쟁의 원인(cause)이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 즉 적국이 자국이나 제 3국에 대하여 부당한 행동을 하였다면 이를 방지하거나 응징하기 위하여 수행하는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다. 자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가 적국의 부당한 침략 전쟁에 대항하여 수행하는 방어전쟁은 정당한 원인에 의거한 것이다. 또한 정의로운 전쟁 이론은 선제공격(preemptive war)을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국(A)이 타국(B)을 부당하게 침략할 확실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자. 즉 양국 사이에는 분쟁의 소지가 있는 긴박한 문제가 현존하고 있다. 이러한 긴박한 문제에서 A국의 주장은 부당한 것이라고 가정하자. 침략 예상국(A)은 상대국(B)에게 공공연히 호전적인 발언을 하였고 국경지역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와 같은 대랑 살상 무기를 적극적으로 개발하였다. 또한 양국 사이의 분쟁거리인 긴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되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러한 경우, A국이 B국을 부당하게 침략하리라는 것은 긴박하고 확실한 예상이다. 따라서 B국은 A국으로부터 멀지 않은 장래에 부당한 침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우 B국은 A국의 공격을 받고 심각한 손실을 당하기보다 먼저 A국에게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속한다. 물론 선제공격의 요건은 엄격히 정해져야 한다. 즉 침략예상국의 침공 가능성이 확실 하고 현존(clear and present)하여야 하며, 침략예상국의 주장이 부당하고, 양국간의 분쟁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처럼 엄격한 조건을 정하는 이유는 선제공격의 남용의 결과 세계평화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에 의하면 전쟁은 합법적인 당국자(legitimate authority)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공포되어야 한다. 전쟁과 같은 긴박한 상황은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됨으로 국가의 합법적인 당국자에 의하여 전쟁이 결정되어야 하고 공개적으로 공포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최고결정권을 행사하는 정치 집단이 합법적인 공포권자이다. 합법적인 당국자는 전쟁을 공개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자국민에게 전쟁을 인지시켜야 한다. 나아가서 적국의 지도자와 국민들에게도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려서 적국이 더 이상 술수를 쓸 수 없게 하고 전쟁이 그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야한다. 이외에도 전쟁을 공개적으로 선포함으로써 적국과의 마지막 타협의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세 번째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은 전쟁의 의도(intention)가 정당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전쟁의 의도는 정의로운 전쟁의 첫 번째 조건인 정당한 원인(cause)에 부합하여야 한다. 전쟁을 유발한 분쟁의 해결에만 전쟁의 목적이 제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당하게 영토를 침략당한 피 침략국이 수행하는 방어 전쟁의 의도는 실지의 회복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합당한 의도를 넘어서는 의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자국의 방어와 미래의 침략 예방이 정당한 의도에 속한다. 따라서 인종적인 혐오감이나 자국의 영광을 위하여 전쟁을 결정한다면 이는 정당한 의도라고 할 수 없다.
정의로운 전쟁의 네 번째 조건은 정의로운 전쟁 수행이 초래하는 전반적인 손실이 전쟁수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초래되는 전반적인 손실보다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대칭성의 원칙이라고 칭한다. 전쟁을 수행할 정당한 사유(cause)가 존재하고 이러한 전쟁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초래되는 전반적인 손실이 심대할 때에는 전쟁이라는 수단을 동원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전쟁 수행에 의하여 초래되는 전반적인 손실 (물적, 인적 손실 뿐 아니라 기회비용과 심리적, 윤리적 비용까지 포함하여)은 지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손실이 우려되어서 정당한 사유에 의한 전쟁을 수행하지 않은 결과는 더욱 커다란 재앙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적국이 자행한 침략 전쟁에 대하여 방어전쟁을 통하여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모든 국가는 전쟁의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며 이러한 국제질서는 불안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는 방어전쟁의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개전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칭성의 원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건으로써 전쟁은 최후의 수단(last resort)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전쟁을 수행할 정당한 사유가 존재할지라도, 그 분쟁이 전쟁이 아닌 외교적인 방법이나 비폭력적인 수단들에 의하여(예를 들어 해상 봉쇄나 경제적 제제)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 전쟁은 회피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비폭력적인 수단들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 전쟁은 최후의 수단으로써 감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전쟁이 초래하는 비용은 지대함으로 가급적 평화적 방법으로 분쟁을 해결하라는 권고에 해당한다.
이상에서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이러한 조건들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정당한 전쟁의 이유와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전쟁이라는 조건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야만 전쟁의 정당성은 증가한다. 물론 역사적으로 모든 전쟁이 이러한 조건들을 완벽히 충족시킨 경우는 드물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부분적으로 조건들을 충족시켰다. 그러나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들은 전쟁의 가능성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II. 이라크 전쟁
미국은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후, 테러를 자행한 빈 라덴과 그를 지원한 국가를 응징하기 위하여 아프카니스탄을 공격하고 이어서 2003년 3월 20일 이라크를 공격하여 사담 후세인을 정권에서 축출하였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찬성하는 국가와 반대하는 국가로 양분된 상태였다. 독일, 프랑스의 이라크전쟁 반대는 전통적인 서구 진영의 동맹 관계를 약화시켰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체계적인 윤리적 분석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정의로운 전쟁 이론에 의거하여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 여부를 분석하겠다.
정의로운 전쟁(justice of the war)의 첫 번째 조건은 전쟁의 원인이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 즉 적국의 부당한 침공에 대한 방어 전쟁이나 선제공격이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정부는 알 카에다 테러 조직에게 은닉처를 제공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행한 연설에서 세계 20여국에서 90번이나 테러를 감행한 아부 니달(Abu Nidal)과 여객기를 납치하여 미국의 승객을 살해한 아부 아바스(Abu Abbas)와 같은 테러리스트를 이라크가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부시 대통령의 주장에 의하면, 테러집단과 이라크 정부와의 연계는 명백하며 따라서 이라크가 소유하고 있는 생화학무기가 테러집단에게 제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걸프전의 종전 이후에도 국제연합의 결의안을 위반하고 지속적으로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려고 시도하였다는 것이다. 이라크는 알 카에다 요원에게 독가스와 폭탄의 제조법을 교육시켜서 생화학 공격을 준비하기 위하여 연대하고 있음으로 미국이 처한 위험은 이미 심각한 정도라는 것이다. 만약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테러집단에게 전수하여 9.11 테러보다 더 큰 파괴력의 위협에 직면할 것임으로 미국은 전쟁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통적인 억지전략(deterrence)의 개념으로는 이러한 위협을 방지할 수 없고 적극적인 예방 전략을 취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선제공격의 논리를 적용한 것이다. 테러 집단들에 의하여 탈취된 민간 비행기 공격을 경험한 미국으로서는 향후에 테러집단들의 대량 살상무기에 의한 공격이 임박하였음으로, 미국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라크를 선제공격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회주의 소련의 붕괴 후, 러시아의 범죄 집단에 의하여 러시아내의 핵물질이 테러집단에게 밀매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또한 이라크는 걸프전의 종전 후에도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2002년 7월 경, 이라크 요원이 농축 우라륨 생산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부품을 구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테러집단에게 넘겨진다면 9.11 테러보다 더욱 심각한 테러의 가능성이 있다. 테러집단들이 획득한 대량살상무기를 미국 내에 은밀히 반입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광대한 미국 국토내의 많은 항구를 통하여 세계 각국에서 교역물량이 유입되고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접국으로부터 불법이민자가 범람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그 위험을 실감할 것이다. 이러한 테러집단에 의한 대량살상무기 공격은 전통적인 억지전략으로 방지할 수 없다. 억지전략에 의하면, 일 국가에 의한 핵 공격 위협은 상대국이 충분한 보복능력을 구비하고 있다면 이를 억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살공격을 감행한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집단은 대량살상은 그들 신의 뜻이라고 강변할 것이다. 즉 억지전략이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테러집단에 의한 공격을 방지하기 위하여서는 선제공격이 더욱 효과적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주장처럼, 이라크가 테러집단에 제공한 대량살상 무기에 의한 공격가능성이 사실이라면 이라크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 사유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테러집단에 의한 대량살상 무기 공격은 민간인들에게 예고도 없이 가하는 잔혹 행위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테러집단에 의한 대량살상 무기의 공격 가능성이 확실 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면 미국의 선제공격은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이 제시한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개발과 테러집단과의 연계가 추측이나 불확실한 정보에 의한 과장된 위험이라면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정의로운 전쟁의 두 번째 조건은 전쟁은 합법적인 당국자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공포되어야 하며, 국민들에게 그 정당성을 설득하여야 하고 국회나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여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인 미국은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로써 전쟁 공포의 합법적 당국자이다.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미국 국민들에게 테러 집단에 의한 공격 가능성을 설득 시키려고 노력하였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국제연합에서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소유를 증명하려고 노력하였다. 2002년 10월 2일, 미국 의회의 상하원은 대통령에게 미국의 안보를 위하여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양원 결의안을 통과 시켰다. 2003년 3월 20일 이라크와 개전하기 전, 부시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에게 최후통첩을 공개적으로 하였다.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 사건 때부터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까지 이라크 국민과 미국 국민은 전쟁의 이유와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음으로 정의로운 전쟁의 두 번째 조건을 충족시킨다.
정의로운 전쟁의 세 번째 조건은 전쟁의 의도가 정당하여야 한다. 즉 전쟁의 의도는 전쟁의 이유와 부합하여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의 의도는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를 제거(disarm)하는 것과 테러 집단과의 단절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는 걸프전의 종결 후에도 생화학 무기와 핵무기의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구입하였고 이동 연구소를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대량 살상 무기를 연구, 개발한 것으로 봐서 대량 살상무기 보유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알 카에다의 테러요원을 교육하는 것은 미국에 대한 생화학 무기테러를 준비하고 있는 것임으로 전쟁을 통하여 무장해제를 하고 테러집단과의 단절이 그 목적이라는 주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의 이러한 무모한 시도는 이라크 정권의 전체주의적 속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독재자의 수중에 대량 살상무기가 있는 한, 미국의 위협은 긴박하며 이라크 국민들도 인권이 유린당함으로 이라크를 비호전적인 국가로 체제변화(regime change)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라크 전쟁의 의도는 독재자를 제거하여 무장해제와 체제변화를 위한 것이지, 이라크 국민들에게 테러에 대한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담 후세인의 리더쉽(leadership)을 제거하여 이라크의 체제변화를 통하여 국제질서의 안정과 이라크 국민들의 삶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무장 해제라는 전쟁의 의도는 전쟁의 원인과 일치한다. 테러집단에 의한 무력 공격을 당한 미국의 안보를 위하여서는 이라크의 무장 해제가 선제공격의 정당한 의도이다. 이라크 전쟁이 아랍인들에 대한 인종적인 혐오감에 의한 복수가 아니고 이라크 국민을 독재자의 압제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인도주의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에 의한 인권의 보호임으로 정당한 전쟁이다.
정의로운 전쟁의 네 번째 조건은 거시적 대칭성의 원칙이다.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초래되는 손실이 전쟁 수행의 비용보다 지대하여야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대량 살상무기가 테러 집단에게까지 확산되어 불안정한 국제 사회가 초래될 것이다. 또한 9.11 테러처럼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고 이를 예방할 수 없는 국제 사회가 될 것이다. 일국이 수행하는 전쟁이 정의로운 것이 되기 위하여서는, 그 전쟁 이후 출현하는 국제질서가 이전 보다는 안정된 것이어야 한다. 만약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지 않은 결과 테러집단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한다면 전쟁의 가능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국제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와 같은 불완전한 상태일 것이다. 물론 이라크 전쟁의 수행 결과로써 교전 양국간의 물적, 인적 손실이 발생하였고 중동지역에 반미 감정이 고조되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손익 계산의 기준으로써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라크 전쟁의 손익을 객관적으로 비교 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대량 살상 무기에 의한 테러나 침공이 가능한 국제사회에서는 모든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될 것임으로 이라크 전쟁의 이득이 지대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거시적 대칭성의 원칙에서 이라크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이다.
거시적 대칭성 원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건으로서 전쟁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감행되어야 한다. 1991년 걸프 전쟁의 종전 후,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안 687호를 채택하여 이라크는 생화학 무기와 이와 관련된 시설들과 사정거리 150 킬로미터 이상의 미사일을 파괴하여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또한 이라크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여야 한다. 이를 감시하기 위하여 특별 사찰단(UNSCOM)과 국제원자력기구 요원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결의안 687호에 의거하여 무기 사찰단은 이라크에서 수차례에 걸쳐 사찰을 시행하였다. 사찰의 결과 일부 대량살상무기가 파기되었으나 이라크는 특별 사찰단의 활동에 충분한 협조를 하지 않았다. 이라크는 특별사찰단을 미국의 첩자라고 비난하였고, 특별사찰단은 이라크의 사찰방해공작을 비난하였다. 결국 1998년 12월 특별사찰단은 이라크에서 철수하였다. 이어서 안전보장이사회는 1999년 결의안 1284호를 채택하여, 국제연합 검증. 감시단(United Nations Monitoring, Verification and Inspection Commission)을 구성하여 사찰활동을 계속하도록 하고 이라크는 국제연합 검증. 감시단이 어떤 지역이라도 무조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야 하며 검증. 감시단은 그 활동을 개시한 후 60일 이내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라크가 지속적으로 무기 사찰단의 활동에 협조를 하지 않자 안전보장이사회는 2002년 11월에 결의안 1441호를 채택하여, 이라크가 협조를 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전쟁의 위험에 직면한 이라크는 무기 사찰을 수용하였다. 이라크에서 무기 사찰을 수행한 후, 검증. 감시단의 한스 브릭스(Hans Blix)단장은 2003년 3월 19일에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3달 반에 걸친 이라크 무기사찰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파기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의 사찰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무력 사용이 임박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피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를 무력으로 공격하였다. 이와 같이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파기를 위하여 모든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였다. 1990년 걸프전의 발발 후, 국제연합은 이라크에게 대량살상 무기와 미사일 파기를 위하여 외교적 압력과 경제 제제를 가하였지만 이라크의 비협조 때문에 국제사회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였다. 확실하고 검증 가능한 무기 사찰의 노력을 다하였지만 이라크의 비협조는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집착의 의구심을 지워버리게 하지는 못하였다. 따라서 미국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전쟁을 선택하였다.
III. 결론
정의로운 전쟁 이론을 이라크 전쟁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필자는 이라크의 지원을 받는 테러 집단의 공격이 확실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인가에 따라 전쟁 사유(cause)의 정당성이 정해진다고 언급하였다.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놓고 벌어지는 국내외 논쟁의 초점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정당한 전쟁의 사유에 대한 실제적인 평가는 항상 어려움을 수반한다. 특히, 테러집단에 의한 무력 사용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국제연합무기사찰단에 대한 이라크의 비협조와 은밀하게 진행된 테러집단과의 연계가능성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지를 포기하였다고 추정할 만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의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했던 부시대통령과 측근들은 확실하고 현존하는 위험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정당한 전쟁 원인만이 정의로운 전쟁을 판단하는 근거는 아니다. 이상에서 살펴 본바와 같이 전쟁의 의도, 최후통첩 여부, 거시적 대칭성의 원칙을 포함한 포괄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미래의 국제 사회의 안정이라는 조건은 이라크 전쟁의 윤리적 평가를 내리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안정된 국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역사발전이 지향하여 할 목표이다. 9.11 테러를 자행한 극단주의 집단들이 대량살상무기를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국제사회는 결코 안정된 국제환경이 아니다. 테러집단 마저 대량살상 무기를 소유하고 있다면 전쟁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을 상당부분 충족 한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양진석 / 정치학박사, 연세대학교 강사, 정치사상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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