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23
No. 11
1. 문제제기
일본은 일본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3개의 유사법안을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첫날에 참의원을 통과시킴으로써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외교적 폭거’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동아시아 주변국들로부터는 경고, 경계의 비판을 받아야 했는데, 유사법제는 일본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 자위대의 원활한 부대이동, 진지구축 및 필요한 토지사용, 물자사용, 인력동원 등을 가능케 하는 관계 법규들을 통칭하는 것이다.
일본의 유사법제 정비는 그동안 일본국민들의 반전 정서를 바탕으로 한 야권의 '전쟁동원체제의 부활’에 부딪쳐 무산되어 왔는데, 고이즈미 내각의 강력한 추진에 힘입어 현실화 되었다.
이는 향후 후속 유사법제의 정비 등 안보관련 법안의 개혁을 시사하는데, 전후 논의조차 금기시되었던 일본의 유사법제의 정비가 최근 고조되고 있는 일본 국민들의 안보위기의식 속에서 미일동맹의 강화와 일본의 전략적 역할 수행,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의 전략적 목적을 지향하여 성립된 것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본 보고서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에서 일본 유사법제 제정의 배경, 추진 경위, 3개 법안의 주요 내용 등에 관해 분석하고자 한다.
2. 일본의 유사법제 제정의 배경과 추진 경위
일본 유사법제 제정은 1970년대부터 추진되었으나 계속 무산되었다, 그러나 탈냉전기에 접어들어 (1) 미·일동맹의 강화 (2) 21세기 정치대국을 지향한 일본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확대 추구 (3) 정치공간의 보수화 등을 배경으로 하여 성립되게 된 것이다.
일본 유사법제 제정의 추진경위는 다음과 같다.
(1) 1970년대 후반의 연구'검토의 착수와 무산
1970년대 후반 미'일 군사협력이 질적·양적으로 강화되면서 1978년 11월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작성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 정비가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1977년 후쿠다 내각에서는 방위청 주관아래 연구'검토에 착수하게 되었으나. 야권이 '전시동원체제’라고 강력하게 반발함에 따라 입법화는 지연되고 사실상 무산되었다.
(2) 탈냉전기 미일동맹의 강화와 일본 유사법제 정비의 재차 부각
1996년 4월 '미·일 안전보장 공동선언; 21세기를 향한 동맹(Japan-U.S. Joint Declaration on Security- Alliance for the 21st Century'(이하'미·일 신안보 공동선언'이라 약칭함)의 발표와 더불어 미·일안전보장체제를 확대·발전됨에 따라 일본 자위대의 군사적 역할 및 해외활동의 확대되게 되었다.
따라서, 일본 정부는 자위대의 대내외적 활동 강화를 위해 법적 정비를 추진하게되었다. 즉, 일본 정부는 '미·일 신방위협력지침'(97.9) 관련 법안인 '주변사태법’, '자위대법 개정안’, '미·일 물품역무 상호제공 협정(ACSA) 개정안’ '선박조사 활동법’을 성립시켰고, 2001년 9월의 9·11 뉴욕의 테러사건을 계기로 '테러대책 특별법’ '대미 지원 기본계획’을 마련하였으며, 나아가 자위대의 무기사용 제한 완화, UN평화유지군(PKF) 참가 허용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PKO 협력법’의 개정 법안을 성립시켰다.
이처럼, '일본 주변지역의 유사시’에 자위대 활동을 보장하는 법제가 정비되는 가운데 '일본 유사시’에 대비한 법제정비의 필요성이 재차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2000년 4월 모리 요시히로 前총리는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국회 시정연설’을 통하여 유사법제의 입법화의 의지를 천명하였고, '1999年度 防衛白書', '2000年度 防衛白書', '2001年度 防衛白書'에서는 유사법제 정비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3) 고이즈미 내각의 출범과 급진전
2001년 4월 개혁을 기치로 등장한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공간의 보수화, 보수대연합에 의해 강화된 국정운영능력 및 권력기반의 강화, 국민들의 안보위기 의식 증대 등의 전략적 활용을 꾀하면서 일본 유사시에 대비한 법제의 정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즉,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5월 내각관방 산하에 외무·총무·국토교통성 및 방위청 관계자 15명으로 구성된 '유사법제 검토팀’을 구성하도록 한 뒤,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시켰고, 나아가 2002년 4월 16일 각료회의에서 '무력공격사태법안', '자위대법 개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 등 3개의 유사법제 관련 법안을 결정하였고, 4월 17일 국회에 일괄적으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국회논의 과정에서 '무력공격사태법안', '자위대법 개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 등 3개의 법안은 (1) 유사법제 정의가 모호해 정부의 자의적 해석 우려 (2) 긴급사태시 국민의 강제협력 의무만을 명시한 채 국민보호 관련 법제 누락 등의 이류로 야권이 반발하게 되면서 심의는 공전되고 '2003년정기국회(1.20-6.18)’로 이월되었다.
따라서, 고이즈미 내각은 '2003년 정기국회(1.20-6.18)’에서 3개의 법안의 성립을 위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수정요구를 대폭 수용하는 한편, 북핵'미사일 개발문제 고조된 국민들의 안보 위기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대야권 설득에 주력하였다.
그 결과, 유사법제 관련 3개 법안은 금년 5.15 중의원 본회의에서 통과된데 이어 6.6 참의원에서 최종적으로 가결됨에 따라 성립되었다.
3. 일본의 유사법제의 주요 내용 및 특징
성립된 3개의 법안 가운데 유사법제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무력공격사태법안'은자위대의 출동요건인 '무력사태’의 정의 및 전쟁수행에 필요한 동원체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즉, '무력공격사태법안'은 자위대의 출동요건인 '무력사태’의 정의에 관해 '무력공격 발생'임박 사태’ 뿐 아니라 '무력공격 예측사태’로 까지 확대'규정하고 있고, 아울러 유사시 방위소집 등 대응방침 마련' 대책본부 설치' 총리의 지방자치체 및 공공기관에 대한 명령권 등 국민협력의무 강제 등 전쟁수행에 필요한 동원체제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이 민영방송국의 공공기관 지정 제외 및 국민보호 규정마련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보도표현의 자유를 손상하지 않는다’는 규정과 더불어 유사시 국민 피난조치 등 국민보호법제의 1년내 정비를 명백히 하면서 테러 게릴라 대책관련법, 미군행동관련법 등 향후 정비할 유사법제도 적시하고 있다.
'자위대법 개정안'은 '방위출동 명령의 발동후’에만 허용되는 자위대의 진지구축'무기사용, 토지'식량 강제수용 등을 '방위출동 명령이 예상’될 경우에도 실시가 가능하도록 개정되었다. 아울러 '자위대법 개정안'에는 자위대의 방위출동 시, 부대이동'토지이용'위생의료 등 군사행동이 신속'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로'하천'산림법 등 20여개의 일반법에 자위대의 행동을 우선시하는 특수조항이 신설되었다.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은 안보회의(총리 등 각료 8명 참석)를 안보기구로서의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산하에 평상시부터 위기관리 대책을 연구'제언하는 전문위원회를 신설하도록 하고 있다.이상과 같은 내용의 '무력공격사태법안', '자위대법 개정안'', '안전보장회의 설치법 개정안' 등은 유사시 총리에 권한을 집중시킴과 더불어 신속한 대응체제의 구축을 도모하면서 자위대의 원활한 군사 활동을 위해 개인 재산권의 침해 등 기본권 제한도 가능케 한 점이 특징으로 지적될 수 있는데, 일본은 '일본 주변지역의 유사시’에 대비하는 '주변사태법'의 제정(99.5)에 이어 3개의 법안을 마련함으로써, 일본과 주변지역 유사시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적 토대를 갖추게 된 것이다.
일본의 이와 같은 유사법제의 정비는 방위청의 성(省) 승격, 테러'괴선박 대책관련법 등 후속 유사법제의 정비, 미·일동맹의 강화 및 국제사회에서의 군사적 역할의 확대를 위한 집단적 자위권의 인정 등 여타 안보관련 법'제도 정비의 추진에 탄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전후 안보논의의 새로운 단계로 가는 전환점으로서 보통국가(normal state)를 지향한 안보관련 법'제도의 정비를 전향적으로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표> 有事法制 관련 3개 법안의 주요 내용 |
주요 내용 | |
武力攻擊事態法 제정안 | ㅇ유사법제의 기본 방향 제시. ㅇ무력사태의 범위를 자위대 방위출동 요건인 “무력공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를 넘어 “무력공격이 예측되는 사태”로 까지 확대. ㅇ유사시 신속대응을 위해 지자체 및 방송국 등 공공기관에 대한 총리의 지시권 부여 및 국민의 협력의무 적시. ㅇ유사시 국민 피난조치 등 국민보호법제의 1년내 정비를 포함하여 테러'게릴라 대책관련법, 미군행동관련법 등 향후 정비할 유사법제도 적시 |
자위대법 개정안 | ㅇ방위출동 명령(76조)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자위대의 사전 진지구축 및 무력사용을 허용. - 자위대 임무수행에 필요한 토지'식량 등 의 강제수용 가능 ㅇ자위대의 방위출동 시, 부대이동'토지이용'위생의료 등 군사행동이 신속'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도로'하천'산림법 등 20여개의 일반법에 자위대의 행동이 우선시될 수 있도록 특수조항을 신설함. |
안보회의 설치법 개정안 | ㅇ안보회의의 산하에「전문위원회」(위원장: 관방장관)를 신설함. -평시부터 위기관리 대책을 연구 |
4. 결론
한국, 중국 등 동북아 주변 국가들은 유사법제의 제정을 계기로 자위대에 적용해 온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이 폐기될 것을 우려하여 유사법제의 제정에 대해 경계'비판하는 견해를 나타내었고,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도 우려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예컨대,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은 전수방위에 전념하는 방위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경고하였고, 북한은 내각기관지 '민주조선'(5.14)을 통하여 “반동들의 해외팽창 전략”이라고 비난하였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 국회연설(6.9)을 통해 “의혹과 불안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유사법제는 9·11테러 사건과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으로 인해 일본 국민들의 안보위기 의식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미일동맹의 강화 및 미국의 대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 유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지향한 일본의 국제사회에서의 군사적 역할 확대 등 일본의 장기 전략 목적을 추구하기 위하여 이루어 진 것이라는 사실을 냉철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21세기의 정치대국을 지향하는 일본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증대를 위하여 '미'일 파워분담(power sharing)'을 지향한 '미·일 신방위협력지침' 관련 법안의 정비에 이어 자위대의 분쟁지역 파견을 가능케 하는 '테러대책 특별법’의 제정, UN 평화유지군(PKF) 참여를 가능케 하는 PKO 협력법의 개정 등을 성립시킨 뒤, 일본 급변사태에도 적극적으로 대비할 있는 주요 3개의 유사법안을 정비하였고, 나아가 테러'괴선박 대책 관련법, 방위청의 방위성으로 승격,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21세기 전략환경의 변화와 일본의 국가전략 및 안보전략, 미국의 세계전략과 미일동맹, 미국의 대일본전략 등에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와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긍'부정적 파급영향에 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 감정적 차원의 배일(排日)을 배제하고 지일(知日, 일본을 앎), 나아가서는 용일(用日 즉 일본을 이용함), 을 지향하는 전략적 마인드를 배양하고 냉정한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대일본 전략을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배정호(정치학박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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