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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혼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자신이 차기 대통령 당선자라며 앞으로 펼쳐 나갈 정책들을 공표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진영은 물러날 기색이 없습니다. 이번 선거에 사기와 부정선거의 증거가 넘친다며 여러 주들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총칼을 들지 않았을 뿐 거의 내전 상태에 돌입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필자만 이런 느낌을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크라이시스 그룹도 미국의 위기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1 내전의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내전은 수단이나 소말리아, 이라크 같은 나라들에나 해당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크라이시스 그룹은 미국에서 내전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미국의 많은 관련자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에 기반한 연구 결과물이어서 특히 관심이 갑니다.
보고서는 내전 발발 가능성의 이유로 11가지를 들고 있는데, 다음의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크라이시스 그룹이 경고한 미국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인종 간, 계층 간 적대감입니다. 트럼프의 중요한 지지층은 개신교도와 고졸 이하의 저학력 백인들입니다. 에디슨 리서치가 대선 투표일인 11월 3일 미국 전역에서 15,590명을 대상으로 전국에서 행한 출구 조사 결과가 그런 사실을 말해 줍니다.2 백인 투표자 중 트럼프 지지자는 58%, 바이든 지지자는 41%입니다. 반면 흑인은 대다수인 87%가 바이든을 찍었고, 트럼프를 찍은 사람은 12%에 불과했습니다. 학사 이상의 백인 중 트럼프를 찍은 비율은 48%인데 고졸 이하 백인은 67%가 트럼프를 찍었다고 답했습니다. 저학력 백인은 트럼프 지지자가 바이든 지지자의 두 배나 됩니다. 종교별 성향을 보면 프로테스탄트, 즉 개신교도는 트럼프 지지자가 60%, 바이든 지지자가 39%인데, 가톨릭 신자들의 경우 트럼프 47%, 바이든 52%로 바이든 지지율이 더 높습니다. 회교 등 다른 종교를 가졌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트럼프와 바이든 지지는 종교 인종 갈등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문제는 이 갈등이 생활에 직접적인 차질을 줄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겁니다. 샤이 트럼퍼(shy Trumper), 즉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존재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샤이 트럼퍼는 주로 고학력 백인인 트럼프 지지자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학력 백인들은 동료들도 트럼프 지지자가 많기 때문에 트럼프 지지자라는 사실을 감출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고학력자들의 경우 바이든 지지자가 많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말을 하면 따돌림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심지어 직장에서 해고될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ute)는 이와 관련해서 놀라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3 2020년 여름, 18세 이상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트럼프 또는 바이든 지지 여부가 직장 생활에 어떤 위험을 주는지를 조사한 결과입니다. 강한 진보 성향(Strong Liberal) 답변자 중 50%가 직장에서 트럼프 지지자를 해고하는 데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강한 보수 성향(Strong Conservative) 답변자는 36%가 바이든 지지자 해고에 찬성의사를 밝혔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느끼는 위협의 정도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직장에서 민주당 지지 의사가 드러났을 경우 해고될 위협을 느끼는 비율은 23~25% 입니다. 우려할 수준이긴 합니다만 학력과 큰 관계를 가지지는 않습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경우 대졸 학력 이하에서는 민주당 지지의 경우보다 약간 높은 26~27% 수준입니다. 하지만 위협을 느끼는 비율은 학력이 높아질수록 급격히 높아져서 대졸학력자는 40%, 대학원 이상 학력자의 경우 무려 60%가 자신의 보수적 견해가 드러날 경우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미국에서 좌우 간의 대립, 트럼프-바이든 간 대립, 공화-민주 간 싸움의 승패가 시민 각자의 삶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지경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조사결과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선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는 싸움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갈등이 제도적으로 해소된다면 내전까지 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 단계를 벗어난 듯합니다. 패배한 측이 선거 관리를 신뢰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 트럼프 측이 선거와 개표 과정에 대해서 여러 법원에 제소해 놓은 것은 그런 연유 때문입니다.
제도에 대한 불신은 트럼프 측에 국한된 현상은 아닙니다. 만약 법원이 트럼프 승리를 선언할 경우 바이든 지지자들, BLM 운동을 이끌던 혁명가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이 멀지 않은 상황에서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하고 대테러 작전 전문가인 크리스 밀러를 장관 대행에 앉힌 이유는 본인이 소송에 승리한 후 벌어질 민주당 급진세력의 폭동에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실 미국 사회의 분열 상황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코네티컷 대학의 피터 터친 교수가 2010년 유명과학잡지
이 지수는 2000년부터 또 다시 급격히 높아져 왔습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터친 교수는 2020년 무렵 다시 커다란 소유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예언이 아니라 상당한 근거를 가진 예측을 한 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10년 후인 2020년 실제로 그 예측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태를 기폭제로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터친 교수는 이 정치스트레스가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도 예측을 했습니다. BLM 시위와 대선 갈등이 겹친 요즈음 정말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은 세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기둥 역할을 해왔습니다. 미국이 내부적으로 흔들려서 글로벌 정치에서의 영향력이 쇠퇴한다면 정말 걱정입니다. 미국이 빠진 공백은 중국이 메울 것이 분명합니다. 그 세상은 1당 독재와 개인숭배가 횡행하는 세상, 일거수일투족을 CCTV로 감시당하는 세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런 논의들은 모두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 구체적 확률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렴풋이나마 그렇게 될 확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가 있습니다. 미국 국채의 CDS 프리미엄과 국채수익률입니다. 미국 정부가 흔들릴 정도의 혼란이 온다면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부도확률은 높아질 것이고 그에 대한 보험료 격인 CDS 프리미엄도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국채의 수익률도 높아지겠죠.
다음 그림이 보여주듯이 미국 국채의 CDS 프리미엄은 4월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으며 11월 3일 대선 이후에도 계속 낮아져서 11월 16일 현재 14.6을 기록했습니다. 국채수익률은 0.4% 수준으로 지난 1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투자자들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위험에 처해있다고 보지 않음을 뜻합니다.
지난 200년 동안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복원력이 가장 강한 나라였습니다. 제1, 2차 세계대전, 대공황, 1970년대의 오일쇼크, 닷컴 버블 등을 겪을 때마다 위태로웠지만 잘 극복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길 바랍니다. 지금은 당장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지만 조속히 극복하고 다시 자유세계의 수호자로 우뚝 서길 기대합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 https://www.crisisgroup.org/united-states/004-us-presidential-election-managing-risks-violence
2 https://edition.cnn.com/election/2020/exit-polls/president/national-results
4 Peter Turchin, Political instability may be a contributor in the coming decade, https://www.nature.com/articles/46360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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