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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돈 쓰느라고 신이 났습니다. 재난지원금에, 뉴딜펀드에…. 첩약도 건강보험으로 지불해주겠다고 합니다. 돈 쓰느라고 정신이 없습니다. 새로 늘어나는 지출은 대부분 적자이고 결국 한국은행의 통화 남발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정도되면 물가가 오르는 것이 지금까지 경제의 작동원리였는데요. 하지만 소비자물가는 요지부동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물가가 계속 떨어져서 5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를 기록했습니다. 소비자물가가 오히려 떨어진 겁니다. 6월부터는 조금씩 높아져서 8월에는 0.8%가 됐군요. 하지만 본격적 상승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죠. 이처럼 정부가 돈을 마구 써 대는 데도, 물가는 오르지 않으니, 문재인 정권은 정말 신이 났습니다. 정말 운도 좋습니다.
그런데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상황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반대말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입니다. 디플레이션은 그 반대의 상황, 즉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이 지도는 IMF가 세계 각국의 물가상승률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초록색이 짙을수록 디플레적 상황이고 붉은색이 짙을수록 인플레적 상황을 나타냅니다. 짙은 초록색은 마이너스 물가, 옅은 초록색은 0~3% 상승, 주황색은 3~10% 상승, 그 다음 짙은 주황이 10~25% 상승, 가장 짙은 붉은색은 25% 이상입니다. 붉은색 계열은 대개 개도국과 저소득 국가들이죠. 중국,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데요. 특히 심각한 나라들로는 이란, 수단, 베네수엘라가 있습니다. 이란 34%, 수단 81%, 베네수엘라는 무려 15,000%입니다. 돌아서면 값이 몇 배씩 오르는 상황인 거죠.
이처럼 개도국 또는 저소득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으로 고생인 반면, 선진국들은 오히려 디플레적 상황입니다. 옅은 녹색의 미국, 캐나다는 0.6%, 일본 0.2%, 스페인은 -0.3%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코로나로 돈을 많이 풀어낸 것은 선진국들입니다. 이 지도는 나라별로 코로나 대응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풀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파란색이 짙을수록 돈을 많이 풀어낸 나라입니다. 유럽 나라들과 캐나다, 미국 등의 색이 짙습니다. 선진국들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돈을 많이 풀었죠. 그런데 앞의 지도에서 보셨듯이 선진국들은 오히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낮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들 있지요. 반면 개도국, 저소득 국가들은 돈도 많이 못썼는데 물가만 올랐습니다. 물론 베네수엘라 같은 나라들은 예외이지만 말입니다.
왜 선진국들은 돈을 푸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을까요?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돈이 돌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저축이나 부동산, 금융자산에 돈을 묻어두고 쓰지 않는 것입니다. 돈이 돌지 않으면 아무리 정부가 돈을 풀어도 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그러니 돈을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게 됩니다.
돈이 도는 속도는 보통 화폐유통속도로 측정합니다. 명목 GDP를 통화량으로 나눈 숫자입니다. 이 그래프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한국의 화폐유통속도를 보여줍니다. 두 나라 다 유통속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죠. 미국은 2020년 들어 하락 속도가 급격합니다. 한국도 미국 정도는 아니지만 화폐유통속도가 계속 떨어져왔고 코로나 이후에도 하락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들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이처럼 돈이 돌지 않으니 돈을 풀어도 값이 오르지 않게 됩니다.
둘째,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하기 때문입니다. 이 그래프는 한국과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입니다. 붉은색 타원으로 표시한 부분이 2020년인데요. 두 나라 다 소비자심리지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그나마 급락했다가 상당히 회복되었지만 그래도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낮습니다.
셋째는 남아 도는 공급 능력입니다. 소비는 줄었는데 공급능력은 남아 도는 거죠. 그러니까 값이 조금만 올라도 생산이 늘게 되고 값이 오를 여지도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공급의 여력은 제조업 가동률, 공장가동률로 가늠하는데요. 아래 그래프는 미국, 영국, 유럽의 제조업가동률입니다. 2020년 코로나 이후 급격히 떨어진 걸 볼 수 있죠.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노는 기계도 많다는 뜻입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 멕시코 등도 공장가동률이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느 나라에 소비가 살아나면 세계 어디선가 공장이 돌아가고 공급이 이뤄지게 되죠. 가격이 오를 새가 없는 겁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선진국들에서는 돈이 풀리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습니다. 특히 소비자 물가가 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개도국, 저소득 국가들은 돈도 많이 풀지 않았는데 왜 물가가 오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자본 유출 때문입니다.
이 그림은 코로나 발생 이후 개도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보여줍니다. 경제가 불안하니까 투자자들이 개도국에서 돈을 빼서 안전한 선진국으로 돈을 옮긴 것이죠. 그 결과 환율이 치솟고 수입물가가 오르게 됩니다. 수입물가가 오르니 국내 물가도 오릅니다. 이렇게 되리라는 상황을 소비자들도 예상을 하니까 물건을 사재기하게 되고, 물가는 더 오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까지 많이 풀어내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터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가 그런 일을 겪고 있는 중이죠.
우리나라도 3월 초중순 그럴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차트에서 보시듯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환율이 치솟았죠. 그러다가 3월 19일 미 연준이 한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발표하자 환율은 떨어지고 자본유출도 멈췄습니다. 유출이 오히려 유입으로 돌아섰죠.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개도국은 인플레이션인데 선진국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서 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선진국이 디플레이션이라고 해서 모든 물가가 안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디플레 상황인 것은 소비자물가입니다. 선진국들에도 엄청나게 오르는 가격이 있지요. 바로 금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입니다.
이것은 국제 금 가격의 움직임인데요. 2019년부터 끊임없이 오르고 있죠. 돈이 풀리는 만큼 금 가격은 오르는 것 같습니다.
주가도 그렇습니다. 미국 S&P 500지수를 보면 3월 19일까지 급격히 떨어지다가 연준의 급격한 유동성 공급이 발표된 후 급상승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아졌죠. 한국의 코스피도 거의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는 최악인데 주가만 오르는 것은 풀린 돈들이 자산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자산에 대한 수요는 먹고 마시고 노는 소비재 수요와는 달리 코로나가 퍼진다고 줄어들지 않습니다. 특히 돈 거래는 인터넷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으니 코로나가 문제 안됩니다. 돈이 풀리니까 오히려 자산 수요가 늘었습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주식가격이 오릅니다. 주택가격도 상승압력을 받습니다. 그 와중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다주택규제라는 것을 하는 바람에 소위 똘똘한 한 채에 수요가 폭발해서 안 그래도 비싼 값을 더 올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화폐의 유통 속도인데요. 일반 소비에 대한 돈은 잘 안 돌기 때문에 소비자물가는 잘 안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은 어느 순간 쏟아져 나올 수 있습니다. 또 베네수엘라나 이란, 최근의 터키처럼 국가의 수준이 떨어지면 대한민국도 개도국 취급을 받게 되고 자본유출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나라들처럼 물가로 고통을 받게 되겠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돈을 마구 찍어내면 언젠가는 물가가 치솟기 마련입니다. 지금 당장은 사람들이 불안감으로 돈을 안 쓰다 보니 잠잠한 겁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으면 잠자던 돈들이 어느 순간 쏟아져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때는 이미 늦겠죠. 그러니 정부가 돈 낭비 못하도록 우리 국민이 잘 감시해야 합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9.7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인플레인가 디플레인가? 돈 푸는 선진국은 디플레, 못 푸는 저소득국은 인플레. 이유는? 소비자물가와 금, 주식 가격의 차이.>의 텍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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