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부, 나쁜 정부] 국민이 원하면 뭐든 주려했던 아르헨티나의 페론 대통령

자유기업원 / 2008-12-22 / 조회: 8,562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잘살던 나라였다. 런던과 파리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지하철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1920년대에 이미 막강한 경제력을 만들어냈다. 많은 유럽인들이 앞 다투어 살기 좋은 이곳으로 이민을 온 결과 인구도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르헨티나의 정부가 경제적 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이었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농산물과 육류를 수출할 수 있었고, 그것이 아르헨티나의 부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다가 사정이 급변한 것은 1929년 이후의 대공황부터였다. 선진국들이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함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수출 시장을 잃게 되고 경제는 위기를 맞이한다. 아르헨티나도 보호주의로 방향을 바꾸어 간다. 농산물의 최저가격 보장제도가 도입되는 등 각종 규제들이 등장한다.

정치적으로는 무솔리니의 영향을 받아 파시즘이 세력을 넓혀간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페론이 등장한다. 1930년 군부 쿠데타를 통해서 정계에 진출한 페론은 1946년 노동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54%의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노동자들이 그를 지지한 것은 그가 파격적인 친노동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임금 인상을 약속했고 수많은 복지혜택을 나눠줬다. 그의 부인이었던 에바 페론은 퍼포먼스식 감성정치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간다. 그런 식의 퍼주기식 정책은 페로니즘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하지만 페로니즘은 아르헨티나의 장래에는 치명적 함정이었다. 정부가 국민에게 베풀기 위해서는 세금을 거두어서 나눠주거나 또는 돈을 찍어 내야 한다. 페론은 두 가지 방법 모두를 택했다. 가진 자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계급 갈등 구조를 만들어냈고,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화팽창을 통한 재정적자를 택했다. 생산은 줄어들고 임금과 통화량은 늘어나니 당연히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율의 인플레이션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외환위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페론의 통치는 1959년의 쿠데타로 막을 내리지만, 인플레와 계급 대립, 반미주의 등 그가 뿌린 씨앗은 뿌리를 내리고 더욱 커져 간다. 페로니즘의 핵심은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모두 베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인기영합주의가 아르헨티나의 비극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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