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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해법, 3개·1천억원씩 보다 생존 환경 조성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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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면서 9개 거점국립대학 중 3개 대학을 선정해 집중 투자하겠다며 지방대 살리기 해법을 제시했다. 서울대를 제외한 9곳 가운데 3곳에는 나머지 대학(연 300억 원)보다 많은 약 1000억 원의 추가 재정 지원을 하기로 했는데, 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의 축소판으로 예산 한계를 고려해 선택과 집중을 택한 조치라고 한다.

교육부는 성장산업을 뒷받침할 브랜드 단과대학 설치와 AI거점 육성을 약속했다. 이 브랜드 단과대학은 모빌리티대나 신재생에너지대처럼 지역 전략산업을 겨냥한 특성화 단과대 설립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로 지역에 안착하지 않으면 이런 브랜드 단과대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보여지는 그림은 화려하지만, 이런 '거점국립대 프로젝트'가 과연 지방대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지역대학 생존은 여전히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았는 자생적 환경 조성이 핵심다. 중앙정부가 선도대학을 '지정’해 돈과 권한을 몰아주는 방식은 지방대 위기의 본질을 오히려 왜곡할 위험이 있다.

◆ 낙수효과에 의존하는 선별육성

교육부는 성공모델을 만들어 확산하겠다고 설명하지만, 3개 대학에 예산을 집중하는 낙수형 접근은 지방대학 생태계 전체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각종 규제와 제도 차별 등 복합적 요인이 지방대 위기를 초래하는데 정부는 일부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로 문제를 축소하고 있다. 거점국립대에 1천억 원을 몰아주고 다른 대학은 300억 원에 그치는 지원 구조는 지역 내부 격차를 키운다. 우수 교수와 학생, 기업 프로젝트가 집중된 대학으로 빨려들어가면 다른 지방 대학들은 더 빠르게 공동화될 수밖에 없다.

◆ 돈보다 자유가 필요하다

이번 방안은 수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대학 자율성 확대는 빠져 있다. 지방대학이 살아남으려면 학과 통폐합, 외부기관과의 공동운영, 자산 개발 등 다양한 전략을 자유롭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핀란드·노르웨이의 대학 구조개혁은 자율성과 책임을 함께 부여했고, 일본의 지방창생 정책도 국공립·사립 구분 없이 네트워크 전체를 지원했다. 반대로 성과관리와 KPI만 강조하고 규제를 그대로 둔 재정투입은 지속가능한 혁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 국립 중심 사고가 시장을 좁힌다

지방대 위기는 국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지역에서 사립대가 청년교육과 직업교육, 평생교육을 담당한다. 지원과 규제가 국립대 위주로 설계되면 지방 사립대는 공정한 경쟁 기회를 잃고,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가 더욱 약해진다. '서울대 10개'라는 구호를 '서울대 3개'로 줄인다고 해서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앙의 서열체계만 지역으로 복제될 뿐이다.

◆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생적 지역대학 생태계 조성


특정 대학에 재정을 몰아주는 방식보다 규제개혁과 시장 유인을 확대하는 것이 지방대학 생존의 핵심이다. 첫째, 성과 중심의 공정한 지원이 요구된다. 국립·사립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 청년 취업률과 산업 연계 성과, 평생교육 기여 등을 기준으로 예산을 경쟁형으로 배분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열어주되 성과가 없으면 지원을 중단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간 자율적 통합과 규제 완화가 급선무다. 학령인구 감소기에 대학 간 통합과 연합은 같은 지역 안에만 국한될 수 없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이 공동학위나 공동캠퍼스, 통합법인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지방대학의 수도권 거점 설치와 자산 활용을 허용해야 한다. 이는 지방대학의 시장 접근성과 수익모델을 강화하는 길이다.

셋째, 민간 파트너십 확대다. 기부금과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해 기업과 동문, 민간 자본이 지방대학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대학을 공공재정에 의존하는 기관이 아니라 투자 가능한 혁신 플랫폼으로 전환하면 지역산업과 대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

교육부의 거점국립대 3개 집중육성 정책은 겉보기에는 지역 전략산업과 인재 양성을 위한 혁신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선별육성에 그친다. 지방대 위기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구조와 자율성의 문제다.

경쟁과 자유를 회복시키는 환경 없이 수조 원을 퍼붓는 방식은 또 다른 서열과 지역 내 격차만 확대할 뿐이다. "정부의존적 서울대 3개"가 아니라 "살아남는 지방대 다수"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친화적 제도만이 지방대학을 살릴 수 있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