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국립대 3개 집중육성, 지방대 해법이 될 수 있는가?
-
글쓴이
자유기업원 2026-04-17
-
- 이슈와자유 제16호(교육개혁리뷰 제1호), 지방국립대 3개 집중육성, 지방대 해법이 될 수 있는가.pdf
- '서울대 10개 만들기' 축소판의 한계와 지방대 생존을 위한 시장친화적 대안 -
1. 서론
교육부는 2026년 4월 15일 「성장엔진 연계 지역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고, 거점국립대 가운데 3개교를 선정해 성장엔진 분야와 AI 교육·연구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 정책을 '서울대 10개 만들기’ 국정과제의 실행모델로 설명했고, 2026년부터 3개교를 시작으로 거점국립대에 5년간 4조 원 이상을 추가 투자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책의 핵심은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학’과 연구거점 육성, 지역 AI 교육·연구 거점 지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확대, 공유대학 확장 등이다(교육부 보도자료, 2026).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 방안은 수도권 일극체제를 완화하고 지역인재의 정주를 유도하려는 적극적 정책처럼 보인다. 특히 지역 전략산업과 대학, 기업, 연구소를 연결해 교육-연구-취업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정책의 설계 방식을 들여다보면, 이 방안은 지방대학 전체의 생존 전략이라기보다 소수 거점국립대 중심의 선별 육성정책에 더 가깝다. 지방대 위기의 원인을 구조와 규제의 문제로 보기보다, 특정 대학 몇 곳의 경쟁력 강화 문제로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교육부 보도자료, 2026).
본 보고서는 정부의 지방대 위기 해법 중 하나인 지방거점국립대 3개교 육성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외사례 교훈을 감안한 합리적 정책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2. 정부 지방거점국립대 3개 육성 정책의 내용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3개 거점국립대에 대한 대규모 집중 투자다. 교육부는 해당 대학들에 성장엔진 브랜드 단과대학과 특성화 연구거점을 설치하고, 우수 학생 장학, 대학원생 연구장학금, 특성화 교원 트랙, 기업·연구기관 연계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대학을 지역 AI 교육·연구 거점으로 육성하고, 대학 내 AI 학사조직과 총장 직속 전담기구를 두는 방안도 제시했다.
동시에 다른 거점국립대들에는 '성장 브릿지 구축’ 사업을 통해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확대, AI 기본교육 필수화, 프로젝트 기반 교육 강화, 공유대학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3개 대학 중심 모델과 전체 거점국립대 지원이 병행되는 이중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핵심 자원과 상징성이 3개 대학에 집중되는 구조다. 교육부가 직접 “한정된 예산으로 신속한 성과를 내려면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한 점은 이 정책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지방대학 위기는 국립대 3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의 고등교육 생태계는 거점국립대, 일반 사립대, 전문대, 직업교육기관, 지역 평생교육기관이 복합적으로 얽혀 유지된다. 따라서 지방대학 위기를 풀려면 지역 고등교육 전반의 생존 기반을 다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방안은 지방대학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지 않고, 상층부 몇 곳을 키우면 아래로 효과가 확산될 것이라는 '낙수형’ 사고에 기초해 있다. 이 방식은 교육부가 기대하는 것과 달리, 지역 내부 격차를 더 키울 가능성이 적지 않다.
3. 정부 지방대 위기 해법의 문제점 분석
◩ 지방대 위기를 '거점국립대 프로젝트'로 오인했다
지방대 위기의 본질은 단순하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선호, 취업시장 집중, 등록금 동결, 부동산과 자산 활용 규제, 정원조정의 경직성, 산학협력 제약, 국립·사립 간 차등적 제도 환경이 동시에 작동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거점국립대를 전략산업 허브로 육성한다고 해서 지방대학 전체의 위기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거점국립대 몇 곳만 살아남고 다수 지방 사립대와 중소규모 대학이 더 빨리 쇠퇴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성공모델의 단계적 확산’으로 설명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성공모델이 확산되기보다 인재·교원·기업협력·정책관심이 한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우가 더 흔하다. 지방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방 안에서도 다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셈이다.
◩ 지역균형이 아니라 지역 내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만 볼 것이 아니라, 비수도권 내부의 격차도 함께 봐야 한다. 특정 거점국립대에 장학, 연구비, AI 조직, 우수교원 처우, 기업연계 패키지가 집중되면 우수 수험생과 교수, 연구과제, 기업 프로젝트는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몰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근의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는 학생 충원과 교원 확보, 산학협력 기회에서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즉 정책의 수혜가 '지역 전체’로 가기보다 '지역 내 상위 대학’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부가 내세우는 지방대 육성은 사실상 지방 엘리트 대학 육성으로 수렴할 수 있다. 지역대학 생태계를 두텁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부에서 또 다른 서열화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 재정지원 중심이고 규제개혁이 약하다
이번 방안은 재정투입 규모를 크게 강조한다. 그러나 지방대학이 살아남는 데 더 중요한 것은 돈보다 자유다. 대학은 학과를 통폐합하고, 외부기관과 공동운영을 하고, 수요가 있는 지역에 거점을 만들고, 기업과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짜고, 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제도는 여전히 정부가 정한 틀 안에서 움직이는 성격이 강하다.
교육부 방안 역시 대학 자율성 확대보다 KPI, 성과관리, 교원 인사기준 강화, 실적평가 체계 등 통제와 관리의 언어가 더 강하다. 이는 대학이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기보다 정부사업 수행기관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자율권 확대 없는 재정투입은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 국립대 중심 사고가 사립대의 현실을 지운다
지방의 대학위기는 국립대만의 위기가 아니다. 상당수 지역에서는 사립대가 오히려 지역 청년층 고등교육, 직업교육, 평생교육, 지역사회 서비스 기능을 더 넓게 담당한다. 그런데 정책과 재정의 중심이 계속 거점국립대에 맞춰져 있으면, 지방 사립대는 제도적으로 2등 시민 취급을 받게 된다.
이는 정책의 형평성 문제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같은 인구감소와 같은 충원난, 같은 수도권 유출 압력을 겪고 있는데 설립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회가 크게 차등화된다면, 지방 전체의 교육 기반을 지키기 어렵다. 지방소멸에 대응한다면서 사립대를 제도적으로 주변부에 남겨두는 것은 정책목표와도 맞지 않는다.
<표1> 정부 거점국립대 3개 육성방안과 시장친화적 대안 비교

4. 해외사례 검토 및 시사점
◩ OECD: 지역 기여의 핵심은 자율성과 자원 구조
OECD는 고등교육기관의 지역 기여를 분석하면서, 국가마다 대학이 지역 수요에 대응하는 역량이 크게 다른 이유로 자율성과 재정자원, 국가계획의 통제 수준 차이를 지목했다(OECD, 1999). 다시 말해 지역대학이 지역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는 중앙정부가 어느 대학을 찍어 지원하느냐보다, 각 대학이 지역 수요에 맞게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뜻이다.
이 점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준다. 지역대학 육성의 방향은 정부 지정형 선도대학 만들기가 아니라, 대학 전반의 자율성을 넓혀 각 대학이 자기 지역, 자기 시장, 자기 산업과 연결되는 전략을 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 일본: 지방창생형 대학정책은 국공립대만의 정책이 아니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COC, COC+, COC+R, SPARC 등 지역-대학 연계정책을 통해 지방창생과 지역인재 정착을 도모해 왔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4). 이들 정책은 지역 문제 해결, 지자체와 기업·NPO 협업, 지역 취업률 제고, 교육개혁 등을 함께 다루며, 지원 범위도 국공립대만이 아니라 다양한 고등교육기관으로 열려 있었다.
즉 일본 사례는 지방대학 문제를 '몇몇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로만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지역대학 정책은 지역 전체 고등교육 네트워크를 전제로 해야 하고, 지역사회와 산업체, 지방정부, 다양한 대학 유형이 함께 얽힌 생태계 정책이어야 한다. 한국 역시 거점국립대 중심 프레임을 넘어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까지 포괄하는 접근으로 갈 필요가 있다.
◩ 핀란드·노르웨이: 통폐합의 성패는 자율성 설계에 달렸다
핀란드와 노르웨이의 대학 통폐합 사례를 분석한 국내 연구는 두 나라 모두 구조개혁을 추진했지만, 단순한 재정배분이 아니라 자율성과 책무성을 결합한 방식이 핵심이었다고 정리한다. 핀란드는 법인화와 자율성 확대를 바탕으로 성과기반 구조개혁을 추진했고, 노르웨이는 정부주도 방식의 저항을 겪은 뒤 자율적 통합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조정했다(채재은 외, 2019).
이 사례는 한국에 매우 중요하다. 대학 구조개혁은 정부가 상위 몇 곳을 지정해 키우는 방식보다, 대학 스스로 통합·연합·기능 재편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이 더 지속가능하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가 구조적인 상황에서는 같은 지역 안에서만이 아니라 수도권-비수도권을 넘는 다양한 결합 모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및 정책적 시사점
교육부의 이번 정책은 지방대학 육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점국립대 3개교에 대한 선별적 집중지원 성격이 강하다. 물론 지역 전략산업과 대학을 연결하려는 시도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방대 위기의 본질이 생태계 전반의 붕괴와 제도 경직성에 있다면, 해법 역시 재정 집중이 아니라 구조개혁과 규제혁신, 그리고 대학 자율성 확대에 있어야 한다. 지방대학 위기의 해법은 정부가 지정한 소수 대학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데 있지 않다. 진짜 해법은 국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지방대학 전체가 생존할 수 있도록 규제를 걷어내고, 대학 간 자율적 구조개혁을 허용하며, 민간의 참여와 투자 유인을 넓히는 데 있다. 다시 말해 필요한 것은 '3개 대학의 집중육성’이 아니라 '더 많은 지방대학의 생존 가능성 확대’다.
<그림1> 지방국립대 3개 집중육성이 과연 지방대 살리기 해법인가 
◩ 국립·사립 구분 없는 지방대 생존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방대 위기를 진짜로 해결하려면 지원의 기준을 설립주체가 아니라 성과와 혁신역량, 지역기여도로 바꿔야 한다.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같은 충원난과 같은 재정압박, 같은 수도권 유출을 겪는 대학이라면, 국립인지 사립인지보다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혁신을 하려는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향후 지방대 정책은 거점국립대 중심의 지정형 지원에서 벗어나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까지 포함한 경쟁형·성과형 체계로 재설계돼야 한다. 지역 청년 고용, 지역산업 연계, 평생교육, 지역사회 서비스, 산학협력 성과 등을 기준으로 지방대 전체에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간 통폐합과 연합운영을 허용해야 한다
이제 대학 구조조정은 지역 내부 통합만으로는 부족하다. 학령인구 감소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는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간 공동학위, 공동캠퍼스, 통합법인, 연합대학, 원격·대면 혼합형 교과 운영 등 훨씬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사례가 보여주듯 구조개혁의 핵심은 행정적 강제가 아니라 자율적 결합의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채재은 외, 2019). 한국도 대학 간 벽을 허물고, 지역을 넘어선 네트워크형 생존전략을 제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지방대의 생존을 '독자 생존’만으로 보지 말고, '연합 생존’까지 포함해 사고를 넓혀야 한다.
◩ 지방대의 수도권 소재 건물 건립과 교육거점 운영 규제를 풀어야 한다
지방대학이 수도권에 연구소, 산학협력센터, 취업지원 거점, 창업공간, 평생교육시설, 기숙형 교육공간을 두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학생 모집, 기업 연계, 기부 유치, 취업 연결, 성인학습자 확보를 위해 지방대가 수도권과 연결되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은 생존전략으로 봐야 한다. 지방대의 수도권 거점 설치를 무조건 수도권 집중 조장으로 해석하면, 결과적으로 지방대는 학생과 기업이 몰린 시장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지방에 본교를 두고 수도권에 일부 거점을 운영하는 것은 지역 포기가 아니라 지역대의 시장 확장이다. 이런 제도적 유연성이 있어야 지방대도 스스로 수익모델과 연결망을 넓힐 수 있다.
◩ 대학 운영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정원조정, 학과 통폐합, 교원 운영, 외부기관과의 공동운영, 산학협력 수익사업, 자산 개발, 복수학위, 계약학과 설계 등에서 자율성이 더 커져야 한다. OECD가 강조한 것처럼, 지역 기여의 핵심은 대학이 자율성과 자원을 가지고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OECD, 1999). 지방대학의 미래를 정부 재정사업 공모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각 대학이 시장과 지역의 수요에 맞춰 과감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학 운영 규제의 대대적 완화가야말로 재정지원보다 더 본질적인 처방이다.
◩ 세제혜택과 민간투자 유인을 확대해야 한다
지방대학 정책은 공공재정 의존에서 벗어나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대 기부금 세액공제 확대, 산학협력 투자세액공제, 대학 보유 자산의 교육·연구 목적 복합개발에 대한 세제지원, 대학발 창업 및 기술사업화 우대세제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역대학이 지역경제와 연결된 혁신기관으로 기능하려면, 정부보조금만이 아니라 기업, 동문, 지역사회, 투자자금이 대학으로 흘러들어올 유인이 필요하다. 지방대학을 '지원 대상’이 아니라 '투자 가능한 지역 혁신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 '서울대 10개'가 아니라 '살아남는 지방대 다수'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지방대 정책의 목표는 몇 개 상징대학을 키우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진짜 균형발전은 소수 대학의 간판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지방대학이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지역과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서울대를 닮은 대학을 몇 개 늘리는 방식은 중앙이 설계한 서열체계를 지역으로 복제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지방대 다수가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은 지역사회 유지, 청년 정주, 산업 인력 공급, 평생학습, 지역혁신 기반을 동시에 두텁게 만든다. 정책의 철학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