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개혁은 한국 경제와 행정개혁 논의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과제이지만, 그 성과는 대체로 부분적이고 제한적이었다. 역대 정부는 방만경영, 낙하산 인사, 복리후생 남용, 부채 누증, 유사·중복 기능, 낮은 생산성 등을 문제로 지적해 왔으나, 정권 교체 때마다 개혁의 강조점과 추진 강도는 달라졌고 일관된 원칙에 입각한 구조개혁은 지속되지 못했다. 최근 새정부도 공공기관 통폐합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개혁의 방향이나 철학은 불분명한 상태다.
공공기관 개혁은 개별 기관의 경영개선이나 단순한 기관 수 감축이나 구조조정이 아니라 공공부문 전체의 규모와 기능, 그리고 국가와 시장의 역할 분담을 재설계해야 할 국가 운영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개혁은 기능 재설계와 경쟁 촉진, 재무건전성 회복, 인사·보수체계 개편을 포괄하는 종합적 구조개혁으로 접근될 필요가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최근 10년간 공공기관의 규모와 인력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새정부가 추진해야 할 공공기관 개혁의 전략과 방향을 제시하는데 주요 목적을 두고 있다.
먼저 조직 규모 측면에서 보면, 공공기관 수는 2015년 316개에서 2025년 331개로 증가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완만한 증가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자회사, 부설기관, 위탁조직, 정책사업 확대 등을 통해 공공부문의 외연이 더욱 넓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숫자 이상의 구조적 팽창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공기관 수는 2020년 350개까지 확대된 뒤 일부 조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330개 안팎의 대규모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공공기관 개혁이 일회성 감축만으로는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개혁은 기관 수 자체보다 어떤 기능이 공공부문에 남아야 하는지, 어떤 기능은 민간으로 이양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인력 측면에서도 공공기관은 이미 거대한 고용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공공기관 임직원 정원은 42.3만명으로, 국가행정공무원 정원의 절반을 넘는 규모이다. 최근 5년간 공공기관 정원은 대체로 42만 명대에서 유지되었으며, 이는 공공기관 인력구조가 일시적 정책 대응 수준을 넘어 고착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건강보험공단, 한국철도공사, 정책금융기관, 공공의료기관 등 정책사업 확대와 서비스 수요 증가에 따라 인력이 꾸준히 늘어났지만, 한 번 증가한 정원은 사업 종료나 기능 축소 이후에도 쉽게 줄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더욱이 총정원은 유지 혹은 증가한 반면 신규채용은 감소하고 있어, 공공기관 노동시장이 외형상 안정성을 유지하는 대신 내부적으로는 점차 경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청년인재 유입과 조직의 유연한 재편을 어렵게 하며, 민간과의 인재경쟁 구조에도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해외 주요국 사례 검토 결과, 영국은 민영화와 규제기관 신설, 집행기능 외부화를 통해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했고, 뉴질랜드는 회사화와 자율성 확대, 경쟁 도입을 통해 공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였다. 스웨덴은 국가가 소유를 유지하되 상업적 원리와 장기 가치 중심 전환, OECD 역시 전문적 소유권 행사, 경쟁중립성, 투명성을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공공기관 개혁이 곧바로 일괄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수행해야 할 기능과 시장에 맡길 기능을 구분하고, 남겨둘 공기업에는 더 엄격한 책임성과 시장규율을 부여한다는 데 있다. 즉 성공적 개혁의 핵심은 소유 형식보다 기능 재설계와 규율의 질에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본 보고서는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기본원칙으로 기능 중심 재설계, 경쟁 촉진, 재무건전성 강화, 책임경영 확립을 제안한다. 공공기관 개혁은 기관 단위가 아니라 기능 단위로 진단되어야 하며, 판단 기준은 국가필수성, 민간 대체 가능성, 경쟁 도입 가능성, 유사·중복 여부, 재정·부채 위험도, 국민 편익 기여도 등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개혁 수단은 존치와 성과관리 강화, 통폐합, 시장개방, 지분매각, 민간이양·민영화로 차등 적용될 필요가 있다. 유사·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문화·전시·연구기관, 보증·금융지원기관, 지역 유관조직 등은 통폐합이나 기능 재배치가 바람직할 수 있다. 반면 6개 발전사와 KTX-SRT처럼 비교 경쟁을 통해 효율성과 서비스 품질이 제고될 수 있는 영역은 성급한 재통합보다 분리 유지와 경쟁 보완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최근 추진 및 논의 중인 새정부의 공공기관 통폐합 사례 검토 및 개혁방향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코레일(KTX)과 SR(SRT), 한전 5개 발전자회사는 겉으로는 유사 기능처럼 보이나 공공부문 내부의 제한적 경쟁과 비교평가, 성과책임 분리라는 측면에서 전면 통합보다 분리 유지와 비효율 기능 조정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통합은 가덕시신공항건설공단의 비용을 인국공에 전가하는 LH 통합 실폐 사례의 반복이 될 수 있으며 특화된 공항관리 기능, 건설·운영·정책지원 기능을 분리 진단하고 한시조직 정비, 중복 기능 통합, 일부 민간개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정책금융·보증 기능의 중첩과 창구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통폐합 또는 대대적 기능 재조정이 필요한 분야로 분석되었다. 아울러 소규모 공공기관 61곳은 독립법인 유지 실익이 낮은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상위기관 흡수, 유사기관 통합, 한시사업 종료 후 폐지, 민간위탁, 완전 폐지 등 유형별 정비가 요구된다. 결국 새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유사기능이면 무조건 통합’이라는 접근이 아니라 국가필수성, 민간 대체 가능성, 경쟁 촉진 필요성, 유사·중복 여부, 국민 편익을 기준으로 통합, 분리 유지, 기능조정, 시장개방을 차등 적용하는 정교한 기능 중심 개혁이어야 한다.
종합하면, 새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정권 초반의 상징적 구조조정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중장기 국가운영 원칙에 입각한 구조개혁으로 제도화되어야 하며, 작지만 유능한 정부의 구상고 전략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지정기관, 미지정기관, 자회사, 출자기관까지 포함한 실질 공공조직 전수 진단과 기능 분류가 필요하다. 중기적으로는 통폐합, 지분매각, 민간이양, 부채감축 프로그램, 직무·역량형 보수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재정립하고 디지털 기반 성과공개 시스템을 통해 개혁성과를 상시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목 차>
I. 서론: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방향 모색 필요성
II. 최근 공공기관 규모․인력 변화와 문제점 진단
1. 공공기관의 양적 팽창: 완만한 증가가 아닌 구조적 팽창
2. 최근 인력 변화: 42만 명대 고착화와 팽창의 후유증
III. 해외 주요국의 공공기관 개혁 사례와 시사점
1. 영국: 민영화, 규제기관 신설, 집행기능의 외부화
2. 뉴질랜드: 회사화(corporatisation), 자율성 확대, 경쟁 도입
3. 스웨덴: 국가가 소유하되, 상업적 원리와 장기 가치 중심 관리
4. 한국: LH(토공+주공) 통합 개혁 실패(부채 통합 후 재무건전성 악화일로)
5. 국내외 주요국 공공기관 개혁 및 통폐합 사례 시사점
IV.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전략과 방향 모색
1.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의 기본원칙과 판단기준
2. 공공기관 구조개혁의 방향: 통폐합, 지분매각․민영화, 분리유지
3. 공공기관 통폐합 추진 사례별 검토 및 개혁방향 제언
Ⅴ. 결론: 새정부 공공기관 개혁 로드맵과 정책제언
참고 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