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시장경제콜로키움

시장경제콜로키움 / 2025-02-21 / 조회: 79

[시장경제콜로키움]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진정한 이유.pdf


제3회 시장경제콜로키움

일시: 2025년 2월 21일 오전 11시, 장소: 열림홀

주제: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진정한 이유

발표: 안재욱 자유기업원 이사장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토론: 권혁철 자유시장연구소 소장, 김영용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김행범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한 진정한 이유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근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주주환원 정책인 자사주 소각이 금산분리 규제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규제의 하나인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24)’은 금융회사의 비금융계열사의 주식을 2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5%, 10%, 15% 이상 지분을 보유할 때마다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3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여 소각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만약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10.08%에 달하게 되어 규제를 위반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약 3,000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의 하락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은 금산분리 규제가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금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과의 충돌을 이유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릴 수 있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은 사업 확장, 혁신 또는 고용과 같은 생산적인 투자에 쓰일 자원을 전용하여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주주환원 정책이 아닌 금융 산업의 발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현재 한국의 금산분리는 금산법, 은행업법, 금융지주회사법, 보험업법 등 다양한 규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은행업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4%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금융지주회사법은 은행지주회사의 최대 주주 지분율을 10%(지방은행지주는 15%)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1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산분리 규제의 논거는 거대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소유하면 재벌의 사금고화로 이어져 무분별한 투자와 사업 확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금융감독과 공정거래법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로 인해 이러한 우려는 현재 설득력을 잃었다. 그런데도 금산분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가 '원칙이라는 명제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금산분리는 '원칙이 아니다. 진정한 원칙이라면 모든 경우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어야만 한다. 금산분리가 국가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원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금융업과 산업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영국에서는 다양한 투자 펀드와 자산 관리 회사가 산업 기업의 지분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의 통합이 더욱 두드러진다. 독일의 은행들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포함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니버설 은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편,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은 자체 금융 서비스 사업부인 폭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자동차 운영을 위한 금융을 제공한다. 일본 역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통합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게이레츠 시스템을 통해 은행, 제조업체, 무역회사 등이 상호 연계된 기업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는 자체 금융 서비스 부문인 도요타 파이낸셜 서비스를 운영하며 자동차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금산분리를 가장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 미국조차 개인 차원에서는 금융업과 일반산업의 겸영을 허용해 왔다. 19세기에 모세 테일러는 무역회사와 철광석 회사를 운영하면서 씨티은행의 전신인 내쇼날씨티은행의 대주주이자 CEO로서 활동했다. 월마트의 대주주이면서 CEO였던 샘 월튼 또한 노스웨스트 아칸서스 뱅크쉐어의 대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했다. 또한 GE Capital은 제너럴 일렉트릭의 주요 금융 서비스 부서로, 산업과 금융의 통합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GE CapitalGE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상업 대출 및 리스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로 투자 및 지주 회사를 통해 보험 및 산업 제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여러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의 금산분리 규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엄격하다. 앞서 언급한 금산분리 규제 내용 외에도,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고, 금융지주회사도 일반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 또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는 일반기업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최대 5%까지, 은행과 보험사는 15%까지만 취득할 수 있다.

 

이러한 강력한 금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의 경쟁을 차단하여, 금융 산업의 혁신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최근 핀테크 영향으로 일부 규제가 완화되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 주식을 34%까지 소유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는 금융 산업에 약간의 변화를 가져왔을 뿐이다. 획기적인 혁신과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의 기업이 TV, 휴대전화, 반도체, 자동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반면, 영국 금융 전문지 <더 뱅커>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은행에서 한국의 은행 중 최고 순위는 KB금융의 60위로, 세계 50대 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은 없다.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빅블러(Big-Blur)’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에 금산분리 규제는 자본의 효율적 사용을 방해하고 있다. 금융 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시대에 뒤떨어진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단순히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의 관점에서 논의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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