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철학: 증권거래세와 금융투자소득세, 무엇이 정의로운 세제인가?

정신건 / 2024-11-20 / 조회: 64

2024년 11월 4일,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를 추진해왔던 제1야당의 대표가 정부와 여당의 금투세 폐지 기조에 동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금투세는 새로운 논란으로 들어서고 있다. 당초 금투세는 2019년 한국금융투자협회가 그 당시의 여당(현재는 제1야당) 대표에게 증권거래세(이하 거래세)를 폐지하고 금투세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면서 그 역사를 시작한다. 금투세 논란은 금투세가 증권시장 및 주가에 미치는 영향, 기관과 개인 사이의 형평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주를 이루었다. 모두 논쟁할 가치가 있는 사안들이지만 금투세 논쟁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은 바로 거래세와의 비교이다. 금투세가 거래세의 대체 세제(稅制)로 도입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두 조세 제도를 간략히 비교하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거래세는 증권거래세법에 근거하는 조세 제도로 유가증권 시장에서 주식을 매도 했을 때 발생하는 세금이다. 매도를 통해 매입에 비해서 이익을 봤느냐 손실을 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매도 시 가격에 대하여 세율대로 세금을 내야한다. 그래서 세금의 이름도 증권'소득’세가 아니라 증권'거래’세이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를 통해 발생한 공제 기준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이다. 또한 주식만이 아니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여 벌어들인 소득을 대상으로 한다.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며, 과세 연도의 직전 연도의 손실 금액만큼 공제를 늘려주기도 한다.


금투세의 도입 취지 혹은 명분은 '부자 증세’에 있다. 실제로 손익 유무와 무관하게 증권 매매를 하면 세금을 내야 하는 거래세와 달리 손실을 보면 세금이 없고 고액의 투자 수익을 얻은 경우에만 세금이 부과되는 금투세는 부자 증세 정책처럼 보이고, 소득의 재분배 역할을 위한 더 평등한 조세 제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게 세금의 본질일까?


세금은 본래 태생적으로 시장을 왜곡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경제학원론만 수강하여도 배우게 되는 개념이 조세의 전가(세금이 증가하면 판매자가 판매 상품의 가격을 올려서 구매자에게 증가된 세금을 전가하는 행태 및 현상)와 조세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조세로 인해 상품의 매매 및 거래가 시장 균형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세금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판매자, 구매자 그리고 정부 어디로도 귀속되지 않고 사라지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세금이 필연적으로 시장경제의 효율을 방해하기 때문에 세금은 없을수록 좋다는 것이 순수 시장경제의 이론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부가 존재할 필요가 있고,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도 재원이 필요하기에 세금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세금은 합리적이고 엄밀한 논리에 따라서, 그리고 최소한만 존재해야 시장경제에 부합하고 효율적인 경제를 보장한다. 단지 부자라고 증세하고 '비'근로소득이라고 징벌적 과세를 하는 등의 행태는 시장경제의 비효율성을 증대시킨다.


세금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 및 공공재의 재원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는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도 자신의 조국이 제공하는 치안과 사회안전시스템 등에 의해서 보호된다. 금융시장, 증권시장에서의 조세 제도를 통해서 말해보자면 거래세는 금융거래 시스템을 이용하는 대가로 이용자들이 나라에 내는 세금이다. 거래 시스템의 이용 대가로 내는 세금이기에 손실을 보았건, 투자 원금이 적건 많건 상관없이 시스템을 이용한 사람에게 과세할 수 있는 대의명분이 있다.


그러나 금투세는 다르다. 국가가 개인에게서 그 수익의 일부를 가져 가지만 개인의 손실은 조금도 보전해 주지 않는다. 다음 해에 공제율을 높여준다는 말은 수익을 좀 덜 가져가겠다는 말이지 손실을 보전해 준다는 말이 아니다. 금융투자는 불확실성이 일반 근로활동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영역인데 국가는 리스크는 전혀 없이 개인이 열심히 농사를 짓고 리스크를 감수하여 맺어낸 달콤한 과실만 가져가는 조세 제도가 바로 금투세이다. 이런 금투세의 폐지 합의에도 여전히 일부 몰이해한 위정자들은 금융투자자의 노력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금융소득을 불로소득, 사악한 소득 혹은 요행으로 취급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수취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들은 세금의 당위성,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세금을 그저 부자들이나 게으른 불로소득자들을 혼쭐내는 몽둥이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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