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뿌리를 지키는 작은 거인

박현서 / 2024-05-10 / 조회: 1,525

내가 사는 동네는 문래동 지역이다. 동네 곳곳을 지나다 보면, 오래된 공장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러한 공장들을 볼 때, 낡고 열악한 환경으로 도시개발을 저해하고 환경오염을 불러 일으키는 주범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그러한 공장들이 도심에서 사라져야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전 유튜브에서 우리 동네 소공인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순간 나의 인식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공장은 주로 '소공인’이라고 불리는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작은 제조 기업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장이나 종업원들은 3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특정분야, 예컨대 부품가공, 조립, 금형 등의 분야에서 오랜 숙련도와 기술, 노하우를 가진 장인들이었다. 기업가 정신으로 사업을 일구고, 장인정신으로 우리 산업의 뿌리가 되는 역할을 하는 분들이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카페와 이색음식점이 많아 MZ세대들의 모임터로 유명한 '문래창작촌’ 근처는 무려 소공인 1,350여 개사가 모여 있는 국내 최대 집적지로 기계·금속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등 국내 뿌리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곳이라는 점이었다. 이들은 주로 임가공의 방식에 의해 부품 등을 만들어 왔으나, 독자적인 아이디어와 숙련 기술로 제품생산을 하는 공장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부품은 원청업체 등에 납품되어 기계,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으로 만들어져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소공인의 노력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의 뿌리이며, 산업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소공인은 현재 전체 제조업의 85% 이상을 차지하며, 기업체수 50만개, 종사자수 123만명에 이르고 있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자.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이 있는가? 누군가가 만든 제품인 것이다. 다만, 우리는 최종 제품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제품을 위해 작은 부품들을 만든 소공인이나 중소기업의 노력을 알기 쉽지 않다. 우리는 최종 제품을 사고, 이에 대해서만 관심이 많지만, 이러한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이러한 소공인들과 중소기업의 보이지 않는 숨은 노력이 있는 것이다.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협력업체들이 1,2,3,4차 협력사로 수직으로 연계되면서 최종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한다. 때로는 경쟁하면서, 때로는 협력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자동차 산업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시장 경제체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며, 생산이나 소비도 정부의 명령이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의지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기 때문에 혁신과 도전이 이루어지고 효율성이 증진된다.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간다.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을 위해 상호간에 협력과 경쟁을 통해 최적화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간다. 어찌 보면, 소공인이나 중소기업은 생태계의 가장 밑에 존재할 수 있지만, 기간산업의 뿌리나 모세혈관으로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경제 주체가 된다. 만약 자동차 업체가 2만개가 넘는 부품을 모두 만든다고 한다면,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가능하다고 해도 효율성이나 생산성, 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협력과 경쟁을 통해 역할을 배분하고, 기업가 정신과 아이디어 혁신을 통해 생태계의 효율성과 가치를 높여 나간다. 또한, 산업생태계 내에서도 자연스레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진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산업의 뿌리 역할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다시금 이 분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수십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노력해온 장인들은 내게는 '작은 거인들’이었다. 사업환경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이분들의 장인정신과 숙련된 기술, 노하우 등을 발전, 계승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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