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체제는 자연과 같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서 주장한 것처럼, 변화한 환경에 잘 적응한 기업이나 가계는 진화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이나 가계는 도태되게 된다. 경제에서 자연선택이 일어나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환경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건강 의식이 높아졌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마스크 의무 착용으로 인해 공급보다 수요가 아득히 초과하여 소위 말하는 ‘품귀현상’에 직면하게 되었다. 돈을 가지고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일부 업자들은 마스크를 비싸게 판매하거나 사재기하는 등의 부당한 행위를 하였다. 따라서 정부는 마스크 공급량을 늘리기 위하여 신규 업체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여 진입장벽을 낮췄다. 이에 따라 2019년 1,683곳에서 2020년 5,000여 곳으로 급상승하였다. 하지만 엔드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면서 마스크 수요는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사람들이 마스크를 예전처럼 소비하지 않아 재고가 많이 남게 되어 마스크 가격은 폭락했다. 경쟁력이 없는 많은 마스크 회사들은 경영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여기서 시장경제원리를 관찰할 수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초과하게 되어 ‘마스크’라는 재화의 가격이 급등하게 되었다. 공급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는 기존의 허가 절차를 완화했으며 이에 다양한 마스크 기업들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게 되어 마스크 가격은 급락했고, 재고를 처리하지 못한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코로나19라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며 돌연변이(기업)들이 생겨났다. 수요가 충분한 상황에는 이 돌연변이들이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수요가 감소하게 되자 이런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돌연변이들만 남게 되었다.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고 남은 돌연변이는 진화라는 이름으로 성장을 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진화론의 자연 선택과 유사하게 흘러간다는 점은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다.
정상적인 시장경제체제에서는 물이 흐르듯 당연하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균형가격이 결정되고 이에 맞추어 기업은 생산비용과 생산량을 정한다. 또한 차별화를 시도하여 경쟁 상황에서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올리려고 유인할 것이다. 기존에 있던 절차를 완화하여 기업이 유입되고, 경쟁하면서 다양성과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어 소비자의 만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자유로운 경쟁은 전체의 사회적 효용 증가를 낳게 된다.
하지만 도태되어 버린 기업은 국가 차원에서 구제해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기업의 도산은 분명 시장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일어난 자연선택의 과정이기 때문에 순리대로 두어야 한다. 오히려 비효율적인 기업이 제거되었기 때문에 이전보다 더 나은 경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환경으로 망가진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괜히 손을 더 대서 상처를 더 벌이는 것보다 자정작용을 지켜보면서 정상 상태로 회복하기를 기다리는 게 최선이다. 마찬가지로 경제는 자연과 같이 자정작용을 가지며, 우리는 이것을 ‘자동조정’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것이 자유시장경제가 주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자연의 순리에서 오는 경외감을 느끼듯이 경제순환에서 오는 신기함을 역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냉정하다. 포식자에게 먹히는 피식자에게 온정적인 보상을 갖다주지 않는다. 사바나에서 얼룩말이 사자에게 잡아 먹힌다고 해서 우리가 개입하여 무정한 자연의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불쌍한 얼룩말을 도와주면 사자는 굶어 죽는다. 생태 피라미드에 따라 사자가 없어지면 얼룩말은 늘어나고, 얼룩말이 늘어나면 먹을 풀이 없어진다. 결국에는 얼룩말도 굶어 죽게 된다. 시스템을 역행하면 돌이킬 수 없는 혼돈이 발생한다.
경제도 마찬가지로 냉정해야 한다. 도태되어 버린 기업에 따뜻한 구원을 한다면 어느 누가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으려고 하겠는가? 현실은 떨어진 기업에게 손을 뻗지 않는다. 이성보다 감성을 호소하게 되어 비정상적인 구제를 하면 자동화된 경제 체제를 훼손시킨다. 결국에는 불안정성을 가져다주어 종말에는 소비자의 권익을 해치게 된다.
헤라클레이토스가 말했듯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카멜레온같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선택’될 것이다. 이렇게 선택된 기업은 가장 효율적인 생산을 하고 사회적 효용 증가에 기여하여 소비자의 소비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자유로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공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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