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해외 직구를 통해 합리적 소비하려는 국내 수요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작년에만 벌써 온라인 해외 직구액이 5조 원을 넘었다고 한다. 2020년도부터 그려오던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는 사뭇 다른 경제 상황이다. 직구와 관련된 정보 공유가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면서 이제 디지털 무역은 더 이상 얼리어답터만의 특권이 아니게 되었다.
'직구 했는데 관세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직구 통관서 서류 작성하는 방법 알아?’ 디지털 무역 전공 대학원생인 나는 자주 듣는 질문이다. 직구로 사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문을 듣고 관련 정보를 찾는 지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에 친숙한 흔히 'MZ세대’라 일컬어지는 또래에게는 직구 대행업체를, 부모님 세대에게는 국내 이커머스 사이트들을 추천해 주고 있다. 디지털 무역의 성행으로 직구 플랫폼들이 세금이나 서류를 모두 해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집에서 손가락 몇 번 움직여 주문하는 것’은 동일하니 물건을 받고 나면 이게 중국에서 온 건지, 한국에서 온 건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다. 배송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배송비 추가 옵션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국내 전자 상거래의 장점이 무색해질 정도다.
직구를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무역은, 시장의 국경을 흐리고 있다. 다국적 기업의 출현까지, 더 이상 개인들의 밥상에 올라오는 제품들은 'Made in Korea’가 아니어진 지 오래며 이제는 'Cross-border shopping’이 당연해졌다. 디지털 무역의 시장 확대에 따라 기업들의 전략 또한 직구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기업의 직구 맞춤 전략 변화는, 상품의 다양성이다. 해외 직구에서 제품을 사면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의 이득을 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B2B 차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가 기대되는 상품만 수입해 국내 시장에 푸는 기존의 기업 전략이 아닌, 일명 다품종 소물량 전략을 소비자들은 체감할 수 있다. 더욱 공격적인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 결제 및 구매 시스템으로 해외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런칭하고 있다. 환율의 변동성으로 수요 예측에 어려움이 있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직구의 개념을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도입하는 방식이다. 해외 관광을 나가 유명한 지역 특산품을 기념품으로 사 왔는데, 한국 디지털 무역 플랫폼에서 해당 제품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었다는 웃지 못할 사례가 이런 이유에서 발생하게 된다.
디지털 무역의 성행으로 인해 느끼는 또 다른 변화는 소비의 선택기준이 국가가 아닌 기업 기준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기준을 생각해 본다면, 가격, 품질, 브랜드 가치를 크게 생각해 볼 수 있고 이는 결국 기업에 의해 결정된다. 공급망 관리, 인건비 절감, 각종 규제 회피 목적으로 생산 라인이 여러 국가에 분산된 만큼 소비자들 또한 이제 국가가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Made in Korea’보다 Samsung 브랜드가 더 큰 가치를 갖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디지털 무역 시장의 성장은 국내 대체재, 비교우위의 개념까지 붕괴시킨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기업의 투자 유치로 디지털 무역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며, 성장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직구를 했는데 직구인지 모를 정도로 간단해진 절차에 계속해 체결되고 있는 각종 FTA까지. 이런 기조를 무시한 채 정부의 국내 산업 보호 정책에 의존한 기업들은 꾸준히 도태되고 있으며 도태될 것이다. 소비자들 또한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합리적 소비를 이뤄낼 수 있도록 디지털 무역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현명하게 활용할 힘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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