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의 시대, 우리가 보아야 하는 숨겨진 길

윤선제 / 2022-05-16 / 조회: 1,435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게는 특히 뜻 깊은 격언이다. 그리고 이 격언은 역사적인 경제사에서 몇 번이고 증명되었다. 1950년대의 한국전쟁 등에 힘입어 일본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1인당 GDP를 달성하였다. 세계 최대의 소비국인 미국으로의 수출이 호황인 상태에서 고정 환율제까지 적용한 덕분에 미국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일본의 호황은 1985년 플라자합의까지였다. 강제로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낮춰 일본의 수출 경쟁력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금리 인하라는 키를 활용하여 이를 조절하고자 하였지만 이는 미래 일본의 10년 동안의 절망의 서막이었다. 이후 금리를 인상했을 때 주식과 부동산이 붕괴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하고 버블 경제의 댓가를 두고두고 치렀다.


당시 일본 정부는 왜 금리 조절을 선택했을까? 당시 최대의 수출국이었던 대미 무역수지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보여지는’ 숫자의 눈속임이 가장 쉬웠기 때문이다. 줄어든 수출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의 경제 상황, 기업의 기술력 등을 고려하여 시장을 발굴하고 해당 국가에 맞는 전략을 기업별, 산업별로 구축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은 꽤나 장시간 동안 일본 전체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 자명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판단할 때 쉽게 조절할 수 있는 금리를 제외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당시 금리 인하는 독이든 성배였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지만 어떤 경로로 이러한 효과가 발생했던 것일까?


이를 위해서는 우리는 시장 체제의 전제를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보이지 않는 손처럼 각자의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넘쳐 나는 유동성은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고 몇 년 동안 직원들을 갈아 넣어 기술력을 개발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사둔 주식과 부동산은 일 년 만 지나도 몇 년치의 월급으로 나왔다. 어렵고 힘들며 확실한 결과조차 보장되지 않는 기술 개발과 실물 부분은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실물 경제에 들어가야 할 자본까지 거품에 추가되었다. 이후 금리 인상으로 거품은 처절하게 막을 내렸다.


흔히 인간은 학습의 동물이라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30여 년 전의 쓰라린 경제사를 겪었어도 우리는 오늘날 여전히 쉬운 방법이 실현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 19라는 핑계로 세계 경제에는 이전과는 비교하기 무안할 정도의 유동성이 풀렸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가치의 척도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숫자로 표현되는 자산의 가격은 거품을 포함한 가격이 아니라 ‘실제’라고 착각하기 시작한다. 점점 표현되는 가치가 실제 가치로 착각하게 되어 경제에 거품이 끼이게 된다. 세계가 더욱 촘촘히 연결되어 있으니 그 사이로 거품이 잔뜩 끼여가는 것이다. 그 예로 일본의 사례를 여실히 겪었음에도 놀라울 정도롤 세계 경제는 주식시장의 과열을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 또한 부동산에 자본이 몰려 집값 상승을 목격할 수 있다.


미국의 무제한적인 발권력을 기반으로 미국과 연결된 신흥국까지 투자가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조차도 무한의 유동성을 감당할 수 없기에 유동성이 회수되면 대비하지 못한 신흥국부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 경제도 겪은 IMF에도, 금융 위기 때에도 증명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점이라면 세계 경제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향후 유동성이 회수될 때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파를 가지고 올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몇 년 전부터 수차례 유동성을 회수하겠다는 매파적 신호를 예상했음에도 미국의 한 차례 금리 인상에 세계 경제가 극심히 휘청이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론적으로 안전한 유동성 회수는 각 국가, 기업의 구조,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세계는 연결되어 있지만’ 개별적으로 속도를 조절하여 회수해야 한다. 이는 극히 이상적인 상황으로 풀린 유동성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세계 경제에 크나큰 파급력을 행사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렇듯 우리는 거품의 시대에 살고 있다. 


거품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떤 시야를 가져야 하는가? 가시밭길을 외면하면 안 된다. 우리가 누리고 느끼고 있는 것에 거품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 풍족하고 안정되어 보이는 거품이 아니라 그 이면의 실체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의 눈을 가리는 거품을 걷어내고 경제의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끊임없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려는 자세와 그에 걸맞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노력과 자본이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도 존재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지만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시밭길로 포장되어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죽기 전 이것이 인생이더냐, 자 다시 한번!(amor fati)라고 외침으로써 그의 생을 실감한 것처럼 우리는 경제인으로서 끊임없는 노력과 경쟁,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시장경제를 긍정함으로써 거품을 걷어낸 실체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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