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복지 제도를 구축하자

김상철 / 2021-09-02 / 조회: 8,905

포용적 복지의 파탄 


 “공적인 낭비와 무분별은 사적인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다.” “큰 나라들은 개인의 낭비와 잘못된 행동에 의해서는 결코 가난해지지 않지만, 때때로 정부의 낭비와 잘못된 행위에 의해 가난해지는 경우는 있다.”(애덤 스미스, 김수행 역, 국부론(상): 419).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Inclusive Welfare)를 표방하였다. 포용적 복지의 개념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어느 계층도 소외됨이 없이 누리는 상태’로 정의되었다(김미곤 외, 2017). 문재인 정부에서 복지정책은 경제정책과 대등한 지위가 부여되어 통합적 사회정책으로 위상이 높아졌으며, 국가발전전략의 핵심 어젠다의 위치를 차지하였다.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의 구체적인 국정과제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국민의 기본 삶을 보장”하고, “건강하고 품위있는 노후생활을 보장”하고 있는가. “의료 공공성과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예방과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 “미래세대 투자로 저출산을 극복”,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을 제시했다(국정기획자문위원회, 2017).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의 문재인 정부 복지정책은 공염불에 그쳐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 복지’의 추진 방향으로 보편적 복지의 확대와 복지 사각지대의 축소를 제시하였으나,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문재인 정부의 5년간 소득양극화를 비롯한 소비양극화, 자산양극화 및 주택 격차의 확대 등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확대되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생존의 위협에 처했으며, 청년 실업은 해결될 기미가 없고, 급속하게 증가한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이다. 


비정규직·5인 미만 사업장·저임금 노동자 및 플랫폼 종사자들은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한편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부양의무 기준의 완화로 2019년 188만명까지 증가하였으나 수급률은 3.6%에 머물러 여전히 사회보장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복지 파탄은 '소득주도성장’의 고집과 코로나 19의 복합적 작용에 기인하는 것이다. 하버드대학 로버트 배로 교수는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이라고 칭하기보다는 '소득주도빈곤(Income-led Poverty)’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한 바 있다(한경, 2019.12.09.)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주 52시간 제한 등의 포퓰리즘 정책 위에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저소득계층에게 충격이 집중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사회주의 이행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던 철 지난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온갖 반(反)시장적 정책을 쏟아내 경제의 활력을 죽였다. ’財閥萬惡論'으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정부가 문제의 원인 제공자가 되었다. 


재정으로 땜질한 사회복지


문재인 정부는 소득 분배가 개선되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이는 공적 이전소득이 반영된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할 경우이다. 지니계수, 5분위 배율 및 상대적 빈곤율 등의 소득 불평등 지표는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정체 혹은 오히려 악화되었다(통계청, 2020). 개인의 자력으로 획득한 소득으로 측정할 경우 빈부 격차가 더 심각해진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정부 개입이 아니라 시장소득에 의해 분배가 개선되었으나, 문재인 정부에서는 시장에서 악화된 불평등을 세금과 정부 부채로 땜질하기에 급급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5월 지급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효과가 빠지면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소득 분배 격차가 확대되었다.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올해는 같은 시점에 지급되지 않자, 올해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년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한 것이다. 특히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6만6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감소하였다. 이와 같이 문재인 정부는 재분배정책 외에 시장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부는 복지제도의 개혁을 외면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의료보험 통합, 노무현 정부 때는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 것과 대비된다. 장기적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개혁이 시급한 국민연금을 비롯하여 8대 사회보험 중 7개가 재정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부는 힘든 개혁을 추진하는 대신 임기응변식 대응에 치중하였다.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은 2017년 130조에서 2022년에는 217조로 문재인 정부 5년만에 67% 증가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의 명분으로 선거 때마다 살포되는 돈은 별도다.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2020년 12.5%로 OECD 평균인 약 20%에 미달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1988년 도입된 연금의 미성숙을 반영하면 차이는 3~4%정도 차이로 볼 수 있다. 2050년 고령자비율이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되며, 향후 사회보장 지출은 급속하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사회보장위원회 '제4차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2020년)에 따르면 복지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40년 20.1%에 이르고, 2060년 27.6%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18년도의 제3차 추계에서는 2060년 예상치가 28.6%였다. 현 제도가 유지되더라도 2060년에는 스칸디나비아국가 수준의 복지지출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 수준으로는 재원조달의 한계가 명백하므로, 증세와 사회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재정구조 개편의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복지정책의 방향


1. 더 많은 기회를 통한 경제발전과 풍요한 복지 달성


한국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는 식어버린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위한 기업가정신의 고양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 사유재산권의 보호와 계약과 교환에 기초한 시장경제원리를 강화하여 기업과 창업에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규제를 전면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사회복지 지출은 성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조정하도록 복지프로그램을 구성해야한다. 이것이 공적이전에 의한 작은 복지가 아니라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을 통하여 전 국민의 삶이 풍요해지는 큰 복지를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항상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지속을 위해 경제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스웨덴은 1990년대 높은 재산세로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고, 경제의 정체가 심화되고 복지국가의 위기가 초래되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4년 상속세, 증여세를 폐지하고, 2007년 부유세를 폐지하였다. 2008년에는 주택분 재산세를 폐지하였고, 2020년에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57%에서 52%로 인하하였다. 스웨덴은 강력한 재정준칙, 연금개혁 및 기업친화적 감세정책으로 자본 유입이 증가하였고 경제성장이 촉진되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GDP대비 25% 순 부채국에서 2007년 GDP대비 20% 순 자산국으로 전환하였다. 스웨덴은 미국과 함께 자산의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한다. 하지만 경제 자유의 부여와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경제적으로 높은 성과를 달성하였고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수출주도형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와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가진 독일에서 모든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기업경쟁력의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독일에서 경제의 성장 없는 복지국가의 지탱이 어려운 일이라는 인식을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공유하고 있다. 2017년의 독일의 연방하원선거에서 보수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은 물론이고, 진보적인 사회민주당(SPD)에도 성장친화적 경제정책과 재정정책이 강조되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도 기업의 고용안정과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 사회양극화도 기업경쟁력 강화에서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 양극화의 근본 문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2. 실질적이고 복합적인 저출산⋅고령화 정책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래없이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1년 합계출생율은 0.7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며,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시작되었다. 2020년 내국인 인구 5182만9000명 중 15∼64세 생산연령인구(3575만명·71.3%)는 1년 새 19만명(0.6%) 감소하였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21만명으로 전년(775만명)보다 46만명 증가하며 처음으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대비 고령인구)는 2000년 10.2에서 2020년에 23.0으로 증가했고, 2030년에는 38.2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65년에는 OECD 평균의 2배에 가까운 세계 최고의 노인부양비(100.4명)를 기록할 전망이다. 2000년에 생산연령인구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65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저출생이 해결되지 않으면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노년인구 부양부담의 증가와 함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장기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초래 할 수 있다. KDI는 저출산으로 인해 경제성장율이 2020년대 2.3%에서 2050년에는 0.5%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 대책은 우선 지난 15년간의 예산과 정책을 재검토하여 현재의 부서별로 파편화된 정책을 정리하고, 주택 지원, 양육 및 돌봄지원, 현행 둘째 이상 자녀를 출산(입양포함)한 국민연금 가입자를 지원하는 출산크레딧의 확대 등 결혼 및 출산을 걱정없이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양성평등의식의 정착 및 제도화가 중요하다. 


유럽에서 높은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프랑스와 스웨덴이다. 최근 출산율이 오름세인 독일의 예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독일의 출산율은 1990년대 1.3까지 떨어졌으나 꾸준히 증가하여 2018년에는 1.57까지 회복하였다. 독일의 출산율 증가의 원인은 보육시설의 확충,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 및 최장 14개월까지 수급 가능한 급여 67% 수준의 부모수당(Elterngeld)의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도 부모수당의 도입을 검토해 볼 만 하다. 


3. 사각지대 해소와 고용유인 강화를 위한 안심소득제 


우리나라는 꾸준히 제도의 개선과 확충을 통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의 기초보장을 확대해 왔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 후. 수급자는 2001년 142만명(수급율 3.2%)에서 2014년 132.9만명(수급율 2.6%)까지 하락하였으나, 부양자의무 기준완화로 수급자는 2018년 174.4만명(수급율3.4%), 2019년에는 188.1만명(수급율 3.6%)으로 증가하였다. 


 2009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한국형 EITC제도인 근로장려금이 실시되었고, 2015년에는 자녀장려금(CTC)이 도입되었다. 근로⋅자녀장려금을 지원받는 가구는 2009년 59만가구에서 2019년 506만가구로 8.6배 증가하였고, 지원액은 2009년 4,500억원에서 2019년 5조1,100억원으로 11.4배 증가하였다. 근로장려금은 근로빈곤층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자영업자, 저소득 근로자들의 생계에 도움이 되는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0년에는 기초생활보장 도입 20년만에 25~64세 수급자는 생계급여 근로소득의 30% 공제를 적용하였다. 2021년 1월 1일부터는 한국형 실업부조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되었다. 


여전히 사회복지의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년도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2018년 전체 빈곤층 대비 복지수혜 비율은 22.4%로 나타났다. 2018년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203만명 가까이가 복지 혜택을 받았지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빈곤층이 704만여명으로 추산될 수 있다. 


한편 디지털혁명과 4차산업혁명의 진전으로 기존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내년의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기본소득은 주장자마다 입장이 상이하며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중위투표 전략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소액의 기본소득은 부자에게는 의미가 없고, 가난한 이에게는 너무 작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저소득층에 역진적이며,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도 없다. 기본소득은 저소득자에게 돌아가야 할 재원을 뺏어서 중산층에게 나누어주는 제도로서 정의와 배치되며, 사회적 배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복지국가의 구성원리와도 충돌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한국의 위치는 남유럽과 유사한 복지체계 특성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빈곤의 구제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지속가능한 방안으로 안심소득제가 등장하였다. 안심소득제는 중하위 소득계층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함으로써 현행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로 유인 저상 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2016년 박기성 교수가 제안한 것이다. 안심소득제는 가구의 소득과 기준소득과의 차액을 채워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프리드먼의 부의 소득세를 이론적 기반으로 하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다. 프리드먼은 부의 소득세를 실시하기 위해서 기존의 복지제도를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그런데 프리드먼의 부의 소득세가 실현되지 못한 것과, 기본소득 도입에 관한 스위스의 국민투표에서 76.9%의 주민이 반대에 표를 던진 것은 기존의 각종 복지제도를 철폐하고 대체하는 방식에 대한 기존 복지수혜자들의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안심소득제는 현행의 공제⋅감면⋅면세 등 소득세제를 유지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주거⋅자활급여의 3개 급여와 근로⋅자녀장려금의 총 5개 급여를 확대 개편한다. “안심소득제는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더 채워주는 범() 복지제도(Pan-welfare System)”라는 것이다. 안심소득은 기존 복지제도의 해체보다 기존 제도를 보완하는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진화론적 관점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4. 지속가능한 복지재정을 위한 증세 전략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의 사회복지제도가 유지되더라도 복지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60년 27.6%에 도달하여 스웨덴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속가능한 복지체계 마련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이 확보되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기존의 예산 조정 혹은 조세감면 등을 통한 재원 조달로는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 재정지출구조 개혁이나 소득세제 공제항목 정비는 역대 정부가 모두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규모도 얼마되지 않는다. 중소기업 R&D를 위한 조세감면과 기부금 공제 등도 제도적 필요성으로 인해 축소하기가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기재부는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반도체 배터리 투자 사업에 대한 세액 공제 확대 등으로 세금 1조5천억원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19년 27.4%로 OECD 평균인 33.8%에는 6%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015년 23.7%에서 2019년 27.4%로 3.7%p 상승하여 OECD 37개국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고, 이는 같은 기간 OECD 37개국의 국민부담률 증감 폭 평균인 0.5%p의 7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로 2014년 17.1%에서 5년 새 3%포인트 증가하였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4.9%(2018년 기준)와 약 5%의 격차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재정지출을 통한 퍼주기에만 몰두했고 재원 조달 방안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실질적 증세는 하지 않고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을 올리는 '핀셋증세’와 징벌적 재산세를 통해 2018~2022년 고소득자와 고액 자산가에게 추가로 16조원의 세금을 징수하였다. 반면에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는 2019년 705만명으로 면세비율은 36.8%에 달한다. 높은 면세자 비율은 국민개세주의에 위반되며, 조세의 공평성을 악화시킨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비해 지금부터 증세와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조세부담율을 장기적으로 현재의 20%수준에서 OECD 평균인 25%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OECD국가와 비교하여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율의 비중을 높이는 세제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을 위해서는 현재의 저부담 고혜택 구조를 OECD평균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현행의 9% 보험료율을 OECD 평균인 19% 수준까지 증가하도록 매년 0.5%씩 20년간 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 


한국인의 복지 및 기본소득 관련 증세 태도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국민들 가운데 복지 확대, 기본소득 도입 및 이를 위한 증세에도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으나, 자신들이 아닌 부자와 기업이 내는 세금을 늘리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양재진∙윤성원∙장우윤, 2021). 이를 통해 보편적 증세에 관한 저항이 상당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증세 문제는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생존 전략의 차원에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합의점을 찾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 “문재인 정부 「포용국가 사회정책 추진계획(안)」”. 2019.2.19.

국세청, 2021년 신청 근로장려금·자녀장려금 안내, 2021.4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7. 

국회입법조사처,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IV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2021.8

김미곤⋅여유진⋅정해식⋅김성아, “포용적 복지의 철학과 정책 방향”,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7.12

김원식, 복지제도 이대로 좋은가? 지속가능 재정을 위한 제언, 건전재정포럼, 2021.6.24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관계부처 합동, “문재인 정부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 : 국민의 삶을 바꾸는 포용과 혁신의 사회정책”, 2018. 9. 1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 공약집”, 2017.4.

박기성, 박기성 교수의 자유주의 노동론, 펜앤북스, 2020.10.15.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소득보장체계 혁신방안 모색, 기본소득? 부의 소득세? 최저소득보장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토론회 자료집, 2021.8.19.

양재진∙윤성원∙장우윤, 한국인의 복지 및 기본소득 관련 증세 태도, 「예산정책연구」 제10권 제2호 2021. 6. pp.1-28 

이재훈, “문재인 정부의 주요 복지정책 평가, 사회공공연구원 이슈페이퍼 2021.6.1.

통계청, 보도자료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2020.12.17.


김상철 / 한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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