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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분권화 제고와 시장기능 강화

박호정 / 2021-08-25 / 조회: 3,284

미국, EU, 일본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으며 중국은 2060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선언하였다.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1.5도씨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글로벌 의지가 담겨있는 동시에, 탄소중립을 표방한 새로운 형태의 경제체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겠다는 Fit for 55 정책 하에서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을 발표하였으며, 미국 역시 탄소국경세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저탄소 기술을 축으로 하는 무역전쟁이 출범하였음을 의미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CBAM은 EU 역내의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은 국내 산업 재건을 위한 인프라 딜의 재원으로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옵션도 열어두고 있다. 탄소국경세를 활용해서 미국 내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후변화에 취약한 인프라를 재건하고, 이를 통해 다가오는 기후위기에도 대비하고 경제부흥도 도모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EU와 미국의 에너지·환경 정책은 이처럼 장기적이면서도 정밀하게 설계되어 가고 있다. 


EU, 미국, 일본은 모두 2010년 이전부터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경로에 접어들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는 온실가스 배출을 꺾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은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동시에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달성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경제성장과 산업계 경쟁력을 소홀히 한 채 다분히 온실가스 감축에만 중점을 두는 현재의 탄소중립 정책은 향후 다가오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할 국가적 규모의 자본축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탄소중립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정책수립 거버넌스의 분권화 필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50 탄소중립 정책은 장기적으로 경제·사회·환경에 영향을 미치면서 미래세대의 후생과 직결되는 정책이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NDC) 상향 조정 역시 장기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50 탄소중립 정책이나 NDC 상향 정책이 설계, 수립되는 과정이 국민들에게 공론화되고 있지 못하다. 특히나 NDC는 기술적인 용어로 포장되어 있어서 이의 중요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점을 지니기 때문에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오늘날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는 더 이상 미시적으로 에너지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탄소중립과 같은 에너지 전환정책은 경제 체질을 전환하는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의 잠재 GDP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민들 대상으로 공론화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 비용도 솔직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둘째, 탄소중립 정책과 NDC 목표 상향조정 관련하여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탄소중립 기술로드맵 작성 시에 단기적 해결방법과 장기 전략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수사학(rhetoric)이 아닌 현실적이면서도 신뢰를 확보한 단계별 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하향식(top-down) 정책에 의한 산업계 참여가 아니라, 산학연의 상향식(bottom-up) 접근이 필요하다. 


강건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


첫째,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장치 설비 산업이 아니라 R&D 산업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재생에너지 보급목표 달성에만 초점을 맞추게 될 경우에는 수입산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지속가능한 환경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국내 산업생태계의 육성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 제고 일정에 맞추어 연차별 재생에너지 보급속도가 조절될 필요가 있다. 


둘째, 온실가스 감축 옵션으로 원자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탈원전으로 인한 정치적 논쟁은 한국 사회에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하였다.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술옵션으로서 원자력 발전의 가치를 인정하되, 방폐장과 원자력 발전시설 안전성 제고를 위한 원전 산업계의 노력도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탈석탄 정책 역시 에너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며 심지어 수소경제 역시 해외에서의 수입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장기비축이 가능한 석탄을 신규 석탄발전 중심으로 일정 부분 가져가는 정책도 필요하며 여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CCUS 기술에 의해 감축토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해외자원개발의 고삐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강건한 탄소중립은 우리의 에너지 확보 능력에도 의존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는 자원확보가 에너지 생존에도 직결되는 과제이다. 해외자원개발은 정부나 공기업 위주로 추진될 것이 아니라 민간 상사의 역량을 제고하여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의 역할은 측면 및 후방 지원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EU의 탄소국경조정제와 미국의 탄소국경세를 대비하여 간접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기업 PPA의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탄소비용에 관한 정부의 중복규제를 지양하고 기업의 증가하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계통망의 투자가 필요하다. 


시장 메커니즘 강화 


오늘날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채택하고 있는 제도나 신기술들 중 배출권거래제, 전력거래제, RPS, 탄소국경조정제도, 분산자원 P2P 등은 모두 시장 메커니즘 기반의 제도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도는 아직도 상당히 규제 중심으로 이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더 이상 탑다운 방식으로는 이들 제도를 운용하기에 힘든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어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전력요금 관련하여 독립된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 현재 산업자원부 산하에 전기위원회가 있으나 이를 독립기구로 격상하여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정무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으며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기위원회도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독립적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아야 한다. 


둘째, 연료비 연동제와 기후환경비용이 실질적으로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선진화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EU나 미국의 전기요금은 이와 같은 비용이 적기에 시장에서 반영되기 때문에 전력소비가 시장원리를 따라 합리적으로 조절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이미 2020년 말 전기요금 체계 개편 때에 이들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시키기로 한 바 있으며, 정책 일관성을 계속 유지해야 할 것이다. 탄소비용이 최종소비 단계까지 반영될 때에야 진정 녹색소비주의(green consumerism)가 실현될 수 있다.


셋째, 에너지와 금융 부문의 결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국내에 에너지·상품 전문 거래소가 설립되어야 한다. 현재 한국거래소(KRX)가 공식 배출권거래소이지만 미국과 EU 등 선진국에서 증권거래소가 배출권이나 금과 같은 상품거래를 담당하는 곳은 없다. 우리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오일허브(oil hub)의 육성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비축 위주이며 트레이딩의 허브 기능이 없다. 선진국 중에서 금융부문이 낙후된 곳은 없기에, 에너·상품 트레이딩을 담당하는 전문 상품거래소를 설립함으로써 한국 금융산업을 선진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석유, LNG, 전기, 배출권, REC, 정제유, 금 등이 취급대상 품목으로 선정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박호정, 『탄소전쟁』, 미지북스. 2015.

조성봉, 『이제 에너지를 시장으로 돌려주자』. 다사랑. 2021.


박호정 /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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