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제도는 국내에 도입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이 제도의 의무화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빚어낸 규제의 결과물"이라는 비난을 받고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시민단체나 소액주주 등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이란 명분만 살아있는 제도"라며 대대적인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관련및 대주주관련 인사가 주류
올3월말현재 삼성 현대 SK LG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6대 그룹 54개 계열사에서 활동하는 1백63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에 가까운 76명이 전직공무원 등 정부관련 인사였다. 특히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33명은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국세청 공정위원회 등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업무를 맡는 정부부처 출신이다.
사외이사라는 자리가 대정부 로비 창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삼성그룹은 황재성 현 국세심판원 심판관(전 서울지방국세청장),박석환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신석정 전 국세청 조사국장 등 세무 고위관료출신을 대거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교수이면서 정부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각종 위원회의 현직 위원들도 다수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조동성 금감위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위원(기아자동차)김일섭 재경부 금융심사소위원회 위원(LG카드) 이만우 예금보험공사 운용위원(LG카드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이에 해당된다.구자정 LG 사외이사와 박윤식 삼성물산 사외이사 등 7명은 그룹 계열사의 임원출신이다.
이들은 대주주의 영향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시각에서 경영감시 활동을 펼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의식은 공감,개선방향은 엇갈려
사외이사 제도가 퇴직 관료 및 전직임원의 자리마련용으로 변질됐고 상당수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역할에 제한적이라는 문제점에는 재계나 시민단체가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개선방향에 대한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이의영 경실련 재벌개혁위원회 위원장(군산대 경제학과 교수)은 "소액 주주의 이해를 반영하는 이사후보 추천이 제도상 결함으로 봉쇄되고 있고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도 대주주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사회 절차와는 별도로 소액주주들이 이사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를 대표할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수단인 집중투표제의 의무화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사외이사 선임문제는 전적으로 기업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한다.이 제도가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경영상 의사결정 지연과 도전적인 투자 곤란,중요한 정보의 외부 유출가능성 등 부정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란 것.
박양균 자유기업원 선임연구원은 "사외이사 제도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도 사외이사는 일반적인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고 위기상황에서만 역할을 한다"며 "인재풀(pool)이 제한적인 한국에서 획일적인 사외이사 의무화는 퇴직관료 및 관변학자의 부업을 양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들은 기업의 세부정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외이사 의무화가 반드시 기업가치와 소액주주의 이익증가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외환위기 직후 대주주의 경영 독단을 견제,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난1998년 2월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유가증권상장규정에서 전체 등기이사 중 4분의1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의무화하고 <>사외이사 미선임법인이나 미달법인에 대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도록 한 것이 첫걸음이다.
이후 2000년 증권거래법 개정을 통해 상장법인은 전체 등기이사 중 4분의1을 사외이사로 구성할 것을 의무화하고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인 대형법인은 전체등기이사의 2분의1,최소 3인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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