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비정규직 양산은 대기업 노조 탓

김형수 / 2004-06-09 / 조회: 8,186       업코리아, @

노동시장 유연화, 노조의 양보만이 해법

올해 노사관계의 핵심쟁점으로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간에 극도로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향후 노사정위원회가 개편돼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비정규직의 규모와 범위에 대해서도 통일된 견해가 없이 각자 관점에 따라 자의적으로 통계를 인용하고 있다. 현재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구체적 쟁점으로 떠오른 사안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타당성 문제 △기업의 역할에 대한 한계 △민노총의 비정규직 해법에 대한 도덕성 문제 등이다.

◆비정규직 실태

통계청이 지난해 8월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은 784만명(임금노동자의 55.4%)이고, 정규직은 631만명(44.6%)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통계청 발표는 임금근로자를 상용직, 임시직, 일용직으로 분류하고 있어 임시직과 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 분류는 실질적으로 퇴직금 수령여부를 가지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나누는데, 법적으로 퇴직금은 5인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어 대부분의 5인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이 임시직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적으로 인용되는 통계를 적용할 경우 국내 비정규직 규모는 전체 근로자의 13~18%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단시간근로자 등 모든 형태의 근로자를 포함하는 노사정위 기준으로는 2003년 32.6%로 나타났다.

문제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약 72.4%가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300인 이상 대형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11.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11.3%에만 해당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는 본질을 벗어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소규모 기업에 강제할 경우 오히려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사라지고 말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호성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5인미만 근로자들의 월평균 임금은 90만원으로 300인 이상 근로자들(205만원)의 44%에 불과하고, 5인미만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임금(106만원)은 300인 이상 비정규직(140만원)의 4분의3에 불과하다”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이에 기업 규모간 임금격차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만 요구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의 올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의 허구성

노동계에서는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원칙은 자유시장경제에서 합리성을 결여한 억지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예컨대 동일노동을 하면서도 광고출연을 할 경우 4억을 받는 특급 연예인과 5천만원을 받는 평범한 연예인이 있듯이 동일한 시간을 일하지만 시장에서 판단하는 노동의 가치는 천차만별이라는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상시(常時) 근무하는 정규직 근로자와 비상시적(非常時的)이고 단기간 투입되는 비정규직의 숙련도는 차이가 있고, 따라서 생산성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임금에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생산성은 정규직의 78%수준이며, 임금도 이와 비슷한 수준(약 80%)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의 조사결과는 현재 기업이 인식하는 생산성과 임금수준에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단국대 박동운 교수(경제학)는 “동일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동일노동이라는 조건뿐만 아니라 그들이 노동을 통해 창출하는 가치도 동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은 동일노동-동일생산성-동일임금 원칙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또 정부에서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 움직임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경제질서는 사적 자치원칙을 기초로 하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이며, 국가적인 규제와 통제는 보충의 원칙에 입각하여 어디까지나 사적 자치의 원칙이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결내용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은 우리의 헌법정신에도 벗어난다는 것이다.

◆기업의 역할에 대한 오해

최근 현대, 기아, 쌍용, GM대우 등 완성차 노조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별로 순이익의 5%를 갹출해서 노사가 공동관리하는 ‘사회공헌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노동계의 제안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조직일 뿐, 실업자를 구제하고 사회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실업자구제, 사회불안 해소, 복지정책 등은 정부의 임무이지 기업의 임무가 아니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권혁철 박사(자유기업원 법경제실장)은 “기업이 해야 할 첫 번째 사회적 임무는 이윤창출을 통해 생존을 해나가는 일”이라면서 “이윤을 창출하여 소비자에게는 값싸고 질 좋은 물건을 공급하고 근로자에게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이유도 없으며 또 존재해서도 안된다는 것. 그는 이어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문제나 실업문제 등은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하고 “이것을 기업에 떠넘기고자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회피”라고 역설했다.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대책은 립서비스

노동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진 것은 대기업노조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 노조가 강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임금을 인상시켰고, 이에 따라 기업은 악화된 채산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하청업체의 단가를 낮추고, 아웃소싱으로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비정규직이 양산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문제는 각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강구해야지 정규직화만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실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부작용만 키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바람직한 비정규직문제의 해법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동결하고 인상분을 비정규직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럴 경우에만 명분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설득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자신들 몫은 챙길 대로 챙겨가면서 훨씬 열악한 조건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국민의 세금이나 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 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달 5일 비정규직논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 이같이 주장하고 “임금수준이 노동시장의 균형임금을 현저히 초과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연성 확보의 여지를 차단당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많지 않다”면서 “비정규직 문제의 진지한 해결을 위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해소와 임금안정 및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강조했다.

권혁철 박사는 “비정규직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있다”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 어떠한 비정규직 문제해결방법도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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