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왜곡된 분양가 잡아야 업체도 득 된다

김정호 / 2003-12-26 / 조회: 9,896       중앙일보, 29면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해야 하나. 이 문제를 놓고 논란이 치열하다. 시민단체들은 주택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터무니없이 비싸게 분양, 폭리를 취할 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며 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 등은 시장경제 아래에서 제품 원가를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양측 전문가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참석자
▶김재옥 소비자 문제 시민의 모임 회장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김헌동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 단장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사회=김왕기 논설위원

사회: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왜 공개해야 한다는 겁니까.

김재옥 :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가는 전국 평균 80%가량 올랐습니다. 올해도 20%나 올랐죠. 그동안 물가와 원자재 값은 안정돼 있어 이렇게 오를 이유가 없습니다. 일부 주택 건설업자들이 폭리를 취한 거죠. 분양가 상승은 기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원가를 공개하면 폭리는 줄 것이며, 부동산 가격도 안정될 것입니다. 또 현재 아파트는 선(先)분양 구조입니다. 소비자들이 분양가가 합당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라도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김헌동 : 주택 건설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세가지 특혜를 받고 있습니다. 선 분양에다 공공택지를 독점으로, 그것도 시세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분양받는 것입니다. 이런 특혜가 없으면 우리도 원가 공개를 요구할 명분이 없죠. 특혜로 땅을 싸게 사고, 건축자재비 부담도 안 늘었는데 분양가는 엄청 뛰었습니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를 없앴으면 특혜도 폐지해야 했는데 그냥 두는 바람에 건설업체들이 특히 땅값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땅값과 관련된 정보를 정직하게 공개해 보라는 것입니다.

사회 : 반대 입장도 만만찮은데, 왜 그렇습니까.

김정호 : 통상 새 물건이 헌 것보다 비쌉니다. 그동안 기존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또 마감재가 고급화된 점 등을 감안하면 시장 원리상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면 이는 세금으로 해결해야지, 원가 공개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자칫 아파트 값이 시장 원리가 아니라 여론에 따라 정치적으로 결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박재룡 : 최근 비싼 분양가로 문제가 된 곳은 주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입니다. 이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부담을 일반분양자에게 떠넘기는 독특한 사업방식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공공택지를 싸게 사서 짓는 모든 아파트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런 분석 없이 무조건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니 원가를 공개하라는 논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제품의 적정 이윤이 어느 수준인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할 수 있습니까. 인건비나 브랜드 파워, 재료 차이, 3년간의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마진이나 분양가가 다를 수밖에 없는데 획일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은 곤란합니다.

사회 : 원가 공개의 최종 목적은 무엇입니까.

김재옥 : 가격을 규제해야죠. 하지만 이게 불가능하다면 그 전 단계로 원가를 공개해 소비자들이 적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개별 기업체 제품 원가 공개를 요구한 적이 있습니까. 아파트는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것입니다.

박 : 분양가가 정말 터무니없이 비싸다면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이라도 해서 막아야 할 겁니다. 그러나 정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증거도 없이 무조건 원가 공개를 제도화하자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김정호
: 원가 공개는 결국 분양가 규제를 위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시장 가격은 비싼데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가격이 왜곡되고 투기를 유발합니다. 기존 주택은 원가는 따지지 않듯이 신규 분양도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값이 오르고, 안 사면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소비자들이 너무 비싸다고 판단해 안 사면 미분양이 생기고, 값도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면 업체들이 아파트를 덜 지어 물량이 줄어 더 큰 부작용이 생깁니다.

김헌동 : 폭리도 막고 분양가도 낮추자는 얘기입니다. 워낙 건설업체들은 구린 구석이 많아 투명하게 공개만 되면 분양가가 크게 떨어질 것입니다.

사회 : 모든 건설업체들에 일률적으로 원가를 공개하라는 것입니까.

김헌동 : 주택공사나 토지공사 등 공기업은 당연히 공개해야죠. 민간 기업도 정부의 공공택지를 분양 받은 경우는 공개가 마땅합니다.

김정호
: 공기업은 국민이 주인이므로 국민이 원하면 해야겠죠. 하지만 민간기업은 주주가 원하는 경우에만 공개하는 게 옳습니다.

박 : 신중해야 합니다. 사업하다 보면 돈을 버는 곳도, 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일률적으로 원가를 공개하면 감당할 수 없는 반발과 저항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김재옥 : 모든 업체가 원가를 공개해 전문가들로부터 적정 여부를 평가받아야 합니다. 우리 계산으로는 폭리만 없으면 분양가를 30%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회 : 자율화 이후 아파트 분양가가 많이 올라 기존 아파트보다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또 이러다 보니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정호 : 분양가 인상은 묶어 놓았다가 푸는 과정에서 한번은 겪어야 할 과정입니다. 분양가는 시장가격과 비슷한 수준, 아니 새 집이므로 조금 더 비싼 게 당연합니다. 또 분양가가 높아진다고 기존 아파트 가격이 높아진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박 : 기존 아파트 값은 크게 떨어지지는 않으면서 시세차익을 당첨자가 가져가 투기만 심해질 것입니다.

김재옥 : 분양가는 3년여 후의 가격입니다. 은행이자 등을 감안하면 분양가는 기존 아파트 값보다 낮아야 합니다. 특히 높은 분양가가 시차를 두고 강남지역에서 서울 전역, 수도권, 지방의 기존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추면 기존 아파트 가격도 떨어질 것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개인의 투기가 있겠지만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 해결될 겁니다.

김헌동 : 업체들이 분양원가를 정직하게 공개하지 않을 경우 처벌을 강하게 한다면 분양가는 틀림없이 내려가고, 기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것입니다.

사회 : 분양가 공개 요구는 결국 아파트 값이 높기 때문에 나온 것 아니겠습니까. 근본 대책은 없을까요.

김정호 : 공공택지를 건설업체들에 경쟁입찰로 분양하면 특혜 시비는 줄 것입니다. 여기다 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리면 땅값이 싸지고, 아파트나 부동산 가격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김헌동 :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통해 땅값에 대한 거품을 빼면 문제는 상당히 해소될 것입니다. 또 아파트 분양 방식을 바꿔 공공주택의 경우 싱가포르처럼 건설업체에는 시공만 맡기고 분양은 국가가 해야 합니다. 정부가 설계나 시공까지 공모해 턴키 방식으로 하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됩니다. 외국업체에도 시장을 개방해야 합니다. 특히 건설교통부 등의 공무원과 각종 주택관련 협회·국책 연구기관·국회의원 등을 잇는 검은 커넥션, 즉 건설 마피아 연결 고리를 단절해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김재옥:원가 공개를 통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자율화에 따른 평가 시스템이 제시되면 해결될 겁니다. 또 선 시공 후 분양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박:너무 이상적으로 가는 것은 곤란합니다. 주거복지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하지만 대형 아파트까지 정부가 가격 결정과 분양에 간여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박원갑 기자(w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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