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민주주의는…’ 미국식 민주주의 ‘철학의 빈곤’

자유기업원 / 2004-04-19 / 조회: 9,101       동아일보, 37면

◇민주주의는 실패한 신인가/한스헤르만 호페 지음 박효종 옮김/472쪽 2만원 나남출판


미국의 민주주의가 선망의 대상인 때가 있었다. 그 미국이 오늘날 도덕적 타락, 가족과 사회의 붕괴, 문화적 부패현상의 전형적 국가로, 그리고 약소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제국주의적 침략국가로 추락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에선가. 저자에 의하면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군주제를 부인한 미국식 민주주의제도 때문이다.


꼬박꼬박 내는 세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며 왜 그렇게 자주 인상되는지, 그리고 징발당하는 세금만큼의 안전과 복지의 혜택은 받고 있는지 의아해 하는 소시민들이 있다. 사회복지를 확충한다면서 거둬들인 세금이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구제를 위해 무분별하게 낭비되고, 국가의 생산력은 향상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저자에 의하면 이는 현대 민주주의 제도가 갖고 있는 철학적 결함의 산물이다.


특정 엘리트가 정부를 독점하는 군주제도는 사유물로서의 정부를 유지하기 위해 착취당하는 피지배자의 눈치를 보면서 절제된 대내정책과 제한된 전쟁을 추구한다. 그러나 영속적인 주인이 있을 수 없는 민주정부의 한시적 관리자들은 기계적 평등에 입각한 무절제한 선심정책과 흥분하기 쉬운 국민의식을 이용해 무분별한 팽창정책을 추구한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방법론과 경제이론, 그리고 정치철학의 원리들을 원용하는 이 책의 핵심은 쉽게 말해서 이렇다.


민주주의는 원래 소란스럽고 만족스럽지 못하며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체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지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이 책에서 부분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정치참여의 폭이 확대되면서 시민사회의 권력이 무소불위로 되는 현상을 혐오하는 사람에게는 철학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해 준다. 민주주의라는 이름하에 오히려 다수에 속하는 자신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불만을 느끼는 사람은 민주제도 비판의 이론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중앙집권화와 전쟁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적 통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발전과 번영을 가져오는 경제적 통합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근대적 국가 형태에 대한 부정을 저변에 깔고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운, 즉 이주의 자유가 보장되는 소규모 국가를 바람직하게 보는 점에서 탈근대적 지향을 분명히 한다. 결국 정치적 엘리트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그리고 근대비판의 다소 혼란스러운 결합이 이뤄진 셈이다. 역자의 말대로 읽는 과정에서 ‘몽상가’가 될 수도 있지만 국제정치학과 경제학, 사회철학 등을 두루 통합하는 폭넓은 지성에 감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탈근대론이 그러하듯이 대안모색이 정치(精緻)하지 않고, 복고반동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논리전개는 아슬아슬하다.


이 책이 무책임한 무정부주의를 선동하는 악마의 교과서로 간주될지, 아니면 민주주의보다 이상적인 자연적 질서의 창출을 말하는 선지자의 예언서로 간주될지는 현존 민주주의에 대한 독자의 가치관에 달려 있다. 중언부언과 주장의 반복은 논리의 강조라기보다는 편집과정에서 저자의 무성의함으로 보인다. 다행히 매끄러운 번역과 선명한 역자의 소개문이 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군주제에서 민주제로의 이행을 긍정적으로 조명한 이마누엘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비교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웅현 고려대 연구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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