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길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지음/김이석 옮김/자유기업원 펴냄
'자유'가 왜 공기와 같은 것인지 논파한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이 발간된 지 올해로 꼭 80년이 된다. 이 위대한 저작은 1944년 3월 10일 영국 루틀리지에서 출판됐다. 그간 한국에도 번역본이 여럿 나왔으나 대부분 절판됐다고 한다. 그런 차에 이번에 자유기업원이 2018년 낸 개정판을 다듬어 다시 냈다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자유에 헌정된 책으로 '노예의 길'처럼 명징한 실증적 결과를 낳은 경우는 찾기 힘들다.
책이 처음 나온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가던 시기였다. 영국은 전시행정체제였다. 제조업과 경제정책은 물론 과학기술도 동원 체제였다. 정치지도자들은 이 '동원체제'에 매력을 느꼈다. 일반 대중도 그 효과에 관심을 가졌다. 전후에도 국가가 각 부분을 계획하고 조직함으로써 더 효율적이고 빠른 결실을 낳을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 사실 과학자들을 집중 배치해 레이더를 빨리 개발할 수 있었던 사례도 있었다.
하이에크는 정부, 대중 심지어 지식인들까지 '계획'에 함몰돼가는 현상을 접하고 그것이 얼마나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지 밝히고 싶어 이 '노예의 길'을 쓰게 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다 건너 나치의 국가사회주의와 소련 전체주의가 바로 그 계획과 동원 체제 아니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계획에 의해 현혹돼 사회주의로 가는 길은 바로 '자유'가 아니라 '노예'의 길임을 논리적 실증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하이에크가 책에서 주장한 바는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 붕괴로 입증됐다. 그러나 하이에크는 다음 경구도 잊지 않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배경에 자유를 향한 끊임없는 갈구가 있었듯이 "자유는 오직 가격을 지불하고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를 보존하기 위해 물질적 희생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어야 진정한 자유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규화 디지털타임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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