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관치 비판… 주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맞나

자유기업원 / 2023-04-05 / 조회: 1,710       스카이데일리
KT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가 연이어 낙마하며 경영 공백이 현실화되자 민영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연기금)이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배당이 확대되고 CEO 리스크를 해소하는 등의 긍정적 사례도 있었으나 최근 국민연금 의사결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강해지는 징후가 포착되며 스튜어드십 코드의 단점이 부각된다는 평가다.
 
정부 입김에 KT 리더십 공백… 신한금융·포스코에도 영향력 행사
 
KT 차기 CEO 후보였던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겸 사장이 지난달 27일 대표이사 후보직 사퇴를 발표했다. 윤경림 사장은 22일 KT 이사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후보 사퇴 이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KT CEO 자리에서 낙마하게 됐다.
 
KT에 따르면 윤 사장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월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윤 사장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KT의 차기 리더십이 안개 속으로 빠지게 됐다.
 
KT는 차기 CEO 선정 과정에서 구현모 KT 대표를 최종후보자로 선정했으나 국민연금이 CEO 후보 선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시 후보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여권이 구현모 대표 연임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 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스튜어드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발언하면서 KT 차기 후보자 선정에 윤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스튜어드십 코드 제도는 국민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스튜어드십 코드를 언급한 것은 KT의 CEO 선임 과정에 정치권이 개입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구현모 대표의 후계자로 꼽히던 윤 사장이 차기 후보가 됐으나 여권이 또다시 반발했고 국민연금 역시 윤 사장의 대표 선임의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후 글로벌 자문 기관이 윤 사장 선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외국인 주주의 힘으로 CEO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결국 낙마하게 됐다.
 
이후 구현모 KT 대표와 사외이사 두 명이 사퇴하고 KT의 리더십 공백이 심화되면서 민영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치 논란 또한 계속됐다. 이에 따라 KT 소액주주들이 반발해 단체 행동에 들어가는 등 반발이 커졌다.

3월은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여는 시기인 만큼 국민연금은 최근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포스코홀딩스 본사의 포항 이전 등의 안건에는 찬성표를 던졌으나 서면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폐지하는 정관 변경 건은 주주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3월23일 열린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진옥동 회장의 사내이사 내정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으며 성재호·이윤재 사외이사 선임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외국인 주주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지며 진옥동 회장과 성재호, 이윤재 이사 선임은 통과됐으나 그룹 리더십에 핵심적인 이사 선정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은 보여준 셈이다.
 
이 외에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진 기업 중 3월 주주총회를 연 기업은 △메리츠증권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BNK금융지주 △롯데칠성음료 △현대모비스 △현대홈쇼핑 등이 있었으며 국민연금은 해당 기업들에는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 개입 역기능·단점 부각… “기업·주주 가치 제고 목적에 충실해야”
 
국민연금이 사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꾸준히 행사함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로 대표되는 연기금의 경영 개입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08년 금융 위기를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됐다. 이후 영국에서 2010년 기업의 배당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 이익 극대화, 문제 소지가 있는 안건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 등을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2016년 12월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내걸었고 2018년 국민연금이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하며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내세우는 효과는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의 권익 보장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익성과 자산가치가 비슷하다고 해도 해외 기업에 비해 주가가 낮게 측정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2018년 스튜어드십 전문 컨설팅 기관 서스틴 베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투자 제외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의 평균 배당 성향은 약 55% 높았다.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목을 받은 것은 2019년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퇴진이다. 당시 조 회장은 약 270억 원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으며 조씨 일가의 '갑질 논란’이 이어지며 조씨 일가의 이미지도 좋지 않던 시기였다. 국민연금은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연임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결국 조 회장은 사내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조양호 회장의 퇴진 소식이 알려지자 대항항공 주가는 2.47%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재벌 총수를 끌어내린 첫 번째 사건으로 오너 리스크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KT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국민연금 개입이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구현모 대표의 연임에 이의를 제기한 지난해 12월28일 KT 주가는 전일 3만6300원에서 3만3850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KT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해 3월29일에는 3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주주의 이득을 위해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드러낸 셈이다.
 
주주 가치 외에도 결국 국민연금이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정부가 기업에 관여하는 '관치’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여전히 남아있다. 국민연금은 상장주식에 대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수탁위 인원 구성은 근로자단체, 사용자단체, 지역가입자단체의 추천으로 이뤄진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을 통해 수탁위 비상근 전문위원 6명 중 3명을 금융·투자 전문가로 채우는 안건을 가결했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하지만 가입자단체 측에서 반발이 나왔다.
 
시민단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성명서를 발표해 “민간전문가단을 추천하는 전문가단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한국증권학회, 한국재무학회, 한국경영학회, 금융투자협회, 한국국제경영학회 등 금융자본과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가 대부분이다”며 “가입자단체의 감시와 통제 역할은 약화되고, 대신 자본과 금융계의 영향력이 강화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근 한석훈 법무법인 우리 선임변호사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전문 위원회 상근전문위원으로 임명된 것도 논란을 키웠다. 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8기로 서울고검과 광주고검 검사로 활동했다. 한 변호사가 상법과 회사법 관련 이력은 있으나 금융·연금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됐다. 진보 단체들이 주축이 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에 반발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윤석열정부 들어 친기업 행보와 검사 출신 인사의 기용이 두드러진 만큼 주주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국민연금 수탁위가 정권의 성향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기업에 개입하려는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동시에 국민연금이 원칙대로 역할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별개로 정부가 기업을 압박하려고 한다면 세무조사를 강하게 하거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방법은 많다”며 “특히 KT와 포스코의 경우 확실한 주인이 없고 민영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에 대한 간섭을 줄이고 완전한 민영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 가치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정치권 등 특정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니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온다”며 “정부가 개입을 자제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가 자유시장을 표방하는 만큼 이러한 부분에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준규 스카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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