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클로저와 산업혁명 이야기 1
-2023.4.20 남상민
산업혁명에 관한 이야기를 잘게 쪼개 연재하려 합니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꾼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또한, 기존 보수체제와 이후 사회주의 혁명가들에 의해 공격받고 오해가 전승되고 있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산업혁명에 관련해 널리 퍼진 오해를 풀어가 봅시다.
-페스트와 장원제 붕괴
14세기 중반에 닥친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60%가 사망합니다. 영국의 경우 60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인구가 1/3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인구의 90퍼센트가 모여 살았던 농촌지역에 타격이 컸습니다. 이는 농노의 지위를 상승시켜 봉건제의 기반이었던 장원제를 붕괴하게 만듭니다. 농노가 계약농민으로 바뀌며 임금이 상승하고 지주의 수입은 감소한 것입니니다.
살아남은 농노들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 영주들은 농노에게 자유를 주고 일한 대가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농노들이 처음으로 돈을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흑사병 기간인 1340년에서 1380년 사이 농촌 일꾼들의 구매력은 40퍼센트 상승합니다. 또한 이후의 인플레와 상공업 발달로 인해 농민을 붙잡기 위한 귀족들의 지출부담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끝도 없는 임금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지주인 귀족들은 법 제정으로 맞섰습니다. 1349년 런던 흑사병 2년뒤 노동자 법령이 반포되어 거의 모든 직업에 임금 상한선이 도입됐고 1359년에는 거주지를 이탈한 노동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도입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법조항들은 이후 산업혁명 직전 수많은 빈민들에게 고통을 주게 됩니다. 어쨌거나 14세기말에서 15세기까지는 잉글랜드 농민들에게 황금시대였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귀족들의 정부조처와 세금부과를 거부하는 농민반란이 일어나기도 할 정도로 농민들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사회 하부의 경제적 사정이 여유로워진 덕분에 중세 후기 대형 성당과 각종 교회 건물이 들어서고 르네상스가 발흥한 것도 이 시기였습니다.
-생산성 향상을 자극한 가격혁명
'가격혁명(a price revolution)'이라는 인플레이션이 진전되며 실질소득의 감소에 직면한 지주(=귀족)들은 토지로부터의 수익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 대응하게 됩니다. 고정된 지대가 인플레로 인해 이후 적은 수입으로 이어지다보니, 소작인과의 계약이 만료되면 토지가 회수되고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지주의 토지소유권을 분명히 하는 흐름이 생깁니다. 또한 당시 인기있는 수출품이었던 모직물의 수요를 쫓아 농지를 목장으로 전환하는 인클로저 운동이 시작됩니다. 땅을 둘러막아 목장으로 만드는 인클로저의 대상은 주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경작해 온 공동경작지였습니다. 자기 수하의 농노가 계약직인 소작인으로 독립해 나가며 수입의 감소에 직면한 지주들이 토지의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자기 토지 영역의 소유권을 분명히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6세기 인클로저운동은 공동경작지의 목장으로의 전환을 수반하고 지주에 의해서 강압적으로 추진된 것이었지만, 그것도 실질수입의 감소에 직면한 지주들의 토지로부터의 수입증대를 위하여 취해진 대응 형태였다. 그 과정에서 농민분화는 진전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세 시기에 걸쳐 벌어졌던 인클로저운동들 각각을 살펴보겠습니다.
▶자유주의 독서모임 함께하기: https://open.kakao.com/o/g4Nn1uud
▶인클로저와 산업혁명 이야기 1: https://docs.google.com/document/d/1U0UGfYD-B64_S7jmL9mqPEDJDr3qfWQoZrLcn5HhFXc/edit
▶자유주의 자료창고: https://band.us/band/76473539/post/175
▶인클로저 운동과 산업혁명: https://docs.google.com/document/d/1eJrRVSbtMx7NlkQi7QsBb2FhwVIxiQTPoF_Onmmc1tA/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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