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하이에크는 유명한 논문 'The intellectuals and Socialism'을 발표했습니다. 사회주의화로 폭주하던 세상에 첫 브레이크를 걸었던 '노예의 길' 출간 5년 뒤의 일입니다. 그 글에서 그는, 이 세상은 '이념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대중 지식인이 여론을 주도한다는 사실, 그 지식인의 머리속에 구축된 이상적 세계관과 신념이 대중에게 전달될 여론의 내용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알립니다.
자유주의자들을 특징짓는 점은, 여론의 추세를 바꾸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입니다. 이런 자유주의자들에게 당대의 과제, 즉 대중 지식인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당면과제로 제기된 것입니다. 대중 지식인들은 세부적인 현장 지식보다는 일반적인 원칙과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각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더 나은 세상이라는 넓은 비전과 핵심 원칙에 매혹됩니다. 이들에게는 현실의 세부적인 것보다는 도덕적으로 옳은것, 자세한 분석보다는 거대한 이상을 그리는 철학이 더 크게 영향을 끼칩니다. 자신의 실제적 이익이나 손해 혹은 실용적인 솔루션보다는 모호한 정책과 추상적 아이디어를 대중들이 선택하는 이유에는, 이념 전달의 거름망 역할을 하는 대중지식인의 그 성향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대중지식인이 여론을 통해 세상을 이끄는 시대에 자유주의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는 우리에게 몽상가가 될 용기를 가지자고 권합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자유주의적 유토피아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현실의 타협기술에 능한 정치가가 아닙니다. 권력에 순응하지않는 순수한 자유주의적 급진주의가 필요합니다. 현실 가능성이 멀어보이더라도 유토피아의 이상을 위해 원칙을 고수하는 지적 리더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대중지식인들의 지지를 얻고 결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 글이 나온지 74년이 흘렀습니다. 자유주의자들이 이상적 자유주의 국가의 모습을 꿈꾸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하이에크가 '자유헌정론'을 발표한 지는 63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당대 자유주의자들의 노력 끝에 세계의 문명이 80,90년대의 부흥을 맞은지 30여년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서서히 잊혀지고 있습니다. 사라질 듯 보였던 전체주의의 역공, 중앙계획을 포기하지 않는 정부들의 인플레초래 등으로 비틀거리는 시대가 되돌아왔습니다.
지금은 SNS의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들의 여론 시대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중지식인이 전체 여론을 결정짓는 시대는 끝났을까요? 각자가 선택한 에코챔버 속 대중지식인의 목소리만 듣는 시대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렇게 쪼개져 있는 이념의 진지들은 전혀 연결되지 않은 독자적인 세상일까요?
바뀐 것은 없습니다. 더 활발해지고 더 드러난 것일 뿐입니다. 오직 바뀐 것은 자유주의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몽상가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것 뿐입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눈에 띄는 정치인도 타협적 대안도 아닙니다. 자유주의의 이상사회를 꿈꾸는 지적 리더, 순응하지 않는 이상을 품은 지적 리더가 부족합니다. 무역의 자유나 통제의 완화같은 지나버린 구호만 떠들며 더이상 지식인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기본소득제 따위 오염되고 너덜너덜해진 현실정치의 구호만 붙잡고 있는건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개선과 타협만으론 여론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지식인들의 가슴을 뛰게할 더 큰 그림을 품은 이상주의자. 그런 지적리더가 될 용기, 주변을 가슴뛰게 만들어 그런 지적 리더가 나오도록 만들 용기가 더 필요합니다. 과거의 지적 리더들을 만들어냈던 책들, 가슴뛰는 자유주의의 이상을 꿈꾸게 만들었던 선배들의 기록을 찾아 읽고 우리 시대에 필요한 유토피아를 꿈꾸어야 합니다. 반복되는 실수로 빠져드는 인류를 구해내야 합니다.
과거 몽상에 불과하던 자유무역의 시대가 결국 열린 데엔 이상에 대한 확신에 가득찬 몽상가 바스티아라는 지적리더, 그리고 주변을 가슴뛰게 만들던 이름없는 지적리더들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됩니다.
2023.3.20. 남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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