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모험의 질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김시진 / 2020-02-21 / 조회: 13,117       매일산업

[시장경제칼럼] 전기차, 민간 우주 산업, 뇌-컴퓨터 연결 장치 등 차세대 첨단 사업에 끊임없이 도전

테슬라의 성공요인은 개인의 브랜드가치 + 현실과 이상사이의 기대감

꿈과 현실사이의 진정성은 결국 시장에서 판가름날 것


일론 머스크는 전세계 최고경영자(CEO)들 중에서 지금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리가 거의 벗겨지고 배가 나온 5,60대 아저씨들 사이에서 188cm의 큰 키와 훤칠한 외모의 머스크는 단연 독보적이다. 스탠포드 대학원을 중퇴했다는 이색적인 경력은 개인적인 매력을 배가시키기까지 한다.


머스크는 전기차, 민간 우주 산업, 뇌-컴퓨터 연결 장치 등의 차세대 첨단 사업들에 도전하며 자신의 운을 끊임없이 시험 중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보를 객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는 시선들도 있다. 일론 머스크의 질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그의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2020년 2월 4일 장중 주당 968.99달러(약 115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2010년 상장 이후 연이은 적자와 유동성 위기로 2019년 한때 주당 178달러(약 21만원)까지 추락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중국시장 진출 성공과 파나소닉과의 합작 배터리 벤처의 흑자 전환으로 인한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기대감은 테슬라의 주가를 받치는 가장 주효한 요인이다. 주가가 1년이 못돼 5배 이상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한 호재들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테슬라는 도요타의 뒤를 이어 자동차 업계 시가총액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2019년 한해 36만대에 그쳤다. 이는 시가총액 1위 도요타의 960만대와 3위 폭스바겐의 630만대에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주문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2019년 12월 모델3의 자율주행 사고 등 완제품에 대한 품질불량 문제 역시 테슬라에게 의문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게다가 테슬라의 자동차를 구매할 때 예약주문을 하고 기다려야 하는 평균 시간은 2년을 훌쩍 넘긴다. 외양은 멋지고 소위 ‘쿨’해보이지만 내실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애초에 테슬라의 주가와 생존은 머스크라는 CEO 개인의 브랜드 가치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전기차 산업은 아직까지 정부 규제와 보조금 혜택 등으로 점철된 수혜 시장이다. 테슬라는 홍콩과 덴마크에서 전기차 대상 감세가 철회되자 매출이 급감했다. 머스크의 민간 우주 회사 스페이스 엑스(X)는 우주 산업 민영화를 기치로 내세운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지원을 두둑히 업고 있다. 자그마치 5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정부로부터 받는데다 정부 계약 수주로 매출의 80%를 올리고 있는 것이 스페이스엑스의 차가운 현실이다. 민간 수요를 창출하여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 이상 스페이스엑스의 생존여부는 불확실하다. 머스크와 그의 사업들이 대중적 인기와 호응을 얻을수록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결국 그러한 지원과 투자가 사라질 때 해당 사업의 영속성은 불투명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머스크의 데뷔작 페이팔의 성공은 부정할 수 없다. 페이팔은 미국 온라인 결재 시장에서 현재도 불가항력적인 영향을 발휘하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2020년 현재, 머스크의 자산은 한화로 약 27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사업들은 멋진 프레젠테이션과 머스크 개인의 매력에 기반하여 투자를 유치한 뒤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머스크의 회사들의 가치는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그 주가는 크고 작은 사건에도 출렁이며 그 취약성을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스토리텔링에 목마른 나라다. 대학 입시를 치룰 때도 높은 공인시험 점수와 내신보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진 학생을 더 가치있게 본다. 이런 개인의 가치와 이야기를 중시하는 풍토는 아메리칸 드림의 일환이다. 검은색 터틀넥 스웨터에 청바지와 뉴밸런스 운동화만을 입고도 자신의 제품을 소개할 수 있었던 스티브 잡스 역시 이런 문화의 바탕에 우뚝 선 아이콘이다. 잡스가 사라진 지금, 미국은 또 하나의 영웅을 찾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그러한 갈증에 완벽하게 부응하는 시원한 존재이다. 하지만 영웅에 대한 맹목적 추앙은 9조원대의 스타트업 사기의 주인공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와도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물론 머스크가 그런 사기꾼이라는 것은 아니다. 닐 암스트롱이 자신의 우주 산업을 비판한다는 인터뷰 질문에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은 그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머스크의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많은 장애물들이 남아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같은 아메리칸 드림의 새로운 기수로 자리매김하려면 단순한 멋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런 진취와 현실 사이 머스크의 진심은 결국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김시진 대학생연합법률학회 리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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