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임금인상 요구, 근로자 위한 것인가

이승모 / 2019-12-13 / 조회: 16,219       매일산업

노조는 단체행동권(파업 등)을 이용해 임금수준을 시장청산임금(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임금수준)보다 인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하므로 노조의 임금인상은 근로자를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근로자들이 해고되거나 임금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업들은 높아진 임금에 대응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노조와 암묵적으로 근로자의 일부 해고를 합의한다.


그에 따라 기업들은 일부 근로자들을 즉각적으로 해고하거나, 즉각적으로 해고하지 않을 경우에도 결원이 발생할 때 보충하지 않거나 신입사원 충원을 축소하거나 혹은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방법 등으로 해고를 실질적으로 진행한다.


노조에 의한 임금인상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실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기업 및 산업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들이 이동하는 다른 부문들은 그들이 실직한 부문에 비해 일반적으로 임금이 낮은 부문이다. 그들의 이동으로 노조가 없는 기업이나 산업에서는 노동공급의 증가로 임금수준이 더욱더 낮아진다.


이런 식으로 이동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여타 부문들의 임금수준은 아주 낮아지게 되고, 극단적으로 임금이 매우 낮아진 부문에서는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포기하게 되므로 기업들은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면서 고용을 감소시키므로 만성적인 실업이 초래되는 것이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 노조에 의한 임금인상은 노동시장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일부 노동자들이 해고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남아있는 노동자들이 높은 임금수준을 달성한다.


둘째, 해고된 노동자들은 실업상태로 있거나 혹은 비노조화된 부문에서 낮은 임금으로 취업하게 된다.


셋째, 비노조화된 부문의 임금수준은 형편없이 낮아지거나 또는 영구적(혹은 반영구적) 실업이 발생한다. 넷째, 노조의 설립이 많아질수록 영구적(혹은 반영구적) 대량실업이 초래될 경향이 점점 더 커진다.


이런 반박이 있을 수 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해고에 대해 격렬히 투쟁하는데, 어떻게 노조가 조합원의 해고를 묵인하는가?


첫째,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해고가 즉각적으로 발생하지 않으므로 노동자들이 임금상승으로 해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노조의 세뇌로 즉각적으로 해고가 발생하더라도 해고되는 근로자는 그것을 거부하는 그 어떤 행동도 사악한 짓이며, 자신들이 해고됨으로써 나머지 근로자들의 소득을 향상시키므로 위대한 전사라는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 노조는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면 해고된 근로자들부터 재고용이 된다고 노조원들을 설득한다.


이와 같이 노조원들이 노조로부터 세뇌되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원들도 복불복처럼 높은 임금수준에서 나만 해고되지 않으면 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조가 사측과 일부 해고를 합의할 수 있다.


한편 노조에 의한 임금인상이 다른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서도 임금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주장들이 있다. 하나는 노동시장의 수요독점이고 다른 하나는 효율임금가설이다. 그것들을 차례로 검토해보자.


노동시장이 다음과 같을 때 수요독점이라고 한다. 한 기업이 어떤 노동의 유일한 고용자일 때이다. 이런 경우 노동자가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서 열악한 위치에 놓여서 임금과 고용량이 감소하는 수요독점적 착취가 발생한다.


노동시장이 수요독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노동이 극도로 전문화되어 특정한 기업에 의해서만 고용될 수 있을 경우이다. 즉, 노동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기술이 다른 용도(기업)에는 사용될 수 없고, 오직 한 용도(기업)에서만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동은 한 기업에서만 고용될 수 있는 특수한 노동이 아니다. 비특수적인 노동을 소유한 노동자들은 임금 등을 고려하여 다른 기업과 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노동에 대한 수요독점은 없다.


일부 노동은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수요독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특수노동이 없으면 기업이 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특수노동은 기업과 노동자간 협상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므로 해고나 실업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특수노동시장도 수요독점이라고 볼 수 없다.


둘째, 지역적 특성에 의해 수요독점이 생길 수 있다. 어떤 기업이 조그만 마을에서 유일한 고용기회를 제공하고 있을 때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딴 마을로 이주하기 쉽다면 수요독점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주하기가 어려울 경우 수요독점력이 발휘될 수 있다. 하지만 교통이 편리한 요즈음 이주하지 않더라도 다른 곳에서 일을 할 수 있으므로 이주하기 어렵더라도 수요독점력이 발휘될 수 없다. 일자리가 별로 없었고 교통이 불편했던 산업화 초기에는 수요독점이 존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의 노동시장은 거의 대부분 수요독점이 아니며, 특수노동시장이 수요독점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수요독점이 아니다.


그런데 만약 현실의 노동시장에 수요독점이 발생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부가 진입장벽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특정 부문에 소수의 기업에게만 영업을 허용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수요독점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의 수요독점이 발생하고 있다면 그것은 기업의 탓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그 경우 수요독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노조에게 독점력을 부여하여 쌍방독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진입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인 효율임금가설을 검토해보자. 효율임금가설은 임금이 높아지면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져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면 생산성이 향상되는 이유는 근로의욕이 고취되거나 이직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논리에 입각한 노동조합에 의한 임금상승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므로 임금이 상승하더라도 해고나 실업 등의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주장이 옳다면 노동조합에 의한 임금교섭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고용주들은 언제나 더 큰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스스로 임금을 상승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노조가 단체행동권(파업 등)을 기반으로 임금교섭을 한다면, 임금수준은 기업이 제시하는 임금상승 수준보다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을 것이고, 그 결과 위에서 지적한 해고와 실업이 발생할 것이다.


이상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노조의 임금인상으로 임금수준은 시장청산임금보다 높아지지만, 그로 인해 다수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은 낮아지고, 적지 않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노조의 임금인상이 소수의 근로자들을 위해 다수의 근로자들을 희생시킨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노조의 임금인상이 과연 근로자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승모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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