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한·일 갈등으로 경기둔화 ...내년 경제성장률 2% 미만 우려
기업들, 글로벌 공급사슬 변화에 맞춰 생산구조 고도화시켜야
우리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다. 대외적으로는 전 세계 경기둔화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보호무역의 확산과 더불어 한·일 갈등으로 인한 수출의 어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우리경제의 수출 감소세는 주요 수출국 가운데에서도 가장 크게 나타났다. 10월 수출액도 46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감소했다.
대내적으로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급격한 시장개입은 수출부진과 함께 내수침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연말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자칫 2% 미만으로 마감될 수도 있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당분간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제품의 미국 수출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우리기업의 수출물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한·일 갈등도 수출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정치적으로 해결이 된다 하더라도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우리 입장에서는 마냥 남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전개와 확산으로 글로벌 공급사슬은 더욱 분업화되고 전문화되고 있다.이 같은 대외환경 변화는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기업에게 중장기적인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141개국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서 우리나라는 종합순위가 전년도보다 2단계 상승한 13위를 기록했다. 거시경제안정성과 ICT 보급 부문에서는 1위를 나타냈다.
하지만 생산물시장의 경쟁구조(59위)와 노동시장의 경직성(51위)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기업 활력부문도 전년도 22위에서 25위로 하락했다. 우리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상승한 것은 반길만한 소식이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개입을 통한 인위적 노력보다는 가계, 기업 등 경제활동 주체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제반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명분이 그럴싸하더라도 시장경제원리를 훼손하는 정부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근년에 중국과 같은 신흥국의 추격과 원천기술 보유 선진국의 견제 등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저하되고 있다.
우리 주력 수출기업의 생산구조는 대체로 준가공무역형 또는 박리다매형이다 보니 투자효율성이나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사슬 변화에 맞춰 생산구조가 고도화 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의 생산성, 고용부담, 기술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상품 간 연계성이 높은 물건을 생산하는 구조로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생태계가 건강하고 혁신적으로 진화·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업의 창업, 성장, 구조조정, 퇴출 또는 재창업의 순환이 원활하여야 한다. 전문화된 기업들이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네트워크를 통한 진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고도화된 상품의 잉태가 가능해 질 것이다.
해양에는 인간보다 많은 DNA를 가지고 있는 생물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수십억 년 동안 생멸과 진화를 거쳐 왔다. DNA 복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한 생물들만이 살아남는 것처럼 기업의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혁신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및 제도는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신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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