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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투자 막는 규제, 분야 가리지 말고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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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기업의 투자 걸림돌을 없애 4조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앞당기겠다고 나섰다. 지난 13일 발표한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지원방안'에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로봇 분야의 규제와 행정절차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이 투자할 준비를 마치고도 낡은 제도에 막혀 기다리는 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몇몇 절차를 고치는 것만으로 4조 원이 넘는 투자가 움직인다면, 그동안 제도가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는 뜻이다.

가장 큰 사업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장 증설이다. 지금까지는 건설 도중 시설을 추가할 때마다 기존 건축허가를 다시 변경해야 했다. 정부는 추가 시설을 별도로 허가할 수 있도록 건축법을 고치기로 했다. 이 조치로 2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불필요한 허가 절차가 대규모 투자를 늦춰온 셈이다.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규제도 걸림돌이 됐다. 이차전지 재활용업은 폐기물 관련 업종으로 분류돼 산업단지 입주가 제한됐고, 바이오기업은 인접한 녹지 때문에 공장을 늘리기 어려웠다. 협동로봇과 이동형 로봇이 등장했지만 안전기준은 여전히 고정형 로봇에 맞춰져 있었다. 반도체 공장 역시 복잡한 검사 절차로 설비 가동이 늦어졌다. 새로운 산업을 낡은 분류와 기준에 억지로 맞추면 기업의 혁신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규제도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규제의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코 작지 않다. 공장 착공이 늦어지면 투자 자금은 생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고용도 미뤄진다. 그사이 경쟁 기업이 먼저 시장을 차지하면 투자 계획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정부가 몇몇 규제와 절차를 고쳐 4조 원이 넘는 투자를 앞당기겠다고 밝힌 것은 그동안 기업이 감당해온 규제 비용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관건은 실행이다. 법령 개정과 인허가가 실제로 마무리돼야 기업도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규제 개선을 발표해 놓고 부처 간 협의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절차가 길어지면 기업은 다시 기다려야 한다. 기업의 투자 결정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정부는 투자 계획이 실제 공장과 일자리로 이어질 때까지 제도 개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 기업은 시장의 변화를 살피고 스스로 위험을 감수해 투자한다. 성공하면 이익을 얻지만 실패하면 손실도 기업이 부담한다. 지원금과 세제 혜택으로 투자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 기업의 앞을 가로막는 규제를 걷어내는 일이 먼저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불필요한 제도를 고치는 이번 정책 방향은 그래서 바람직하다.

규제 개선이 첨단산업과 대형 사업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도체와 바이오는 중요한 산업이다. 다른 산업의 투자도 같은 원칙으로 다뤄야 한다. 정부가 선택한 산업과 규모가 큰 사업에만 예외를 허용하면 규제 완화가 또 다른 특혜가 된다. 예외를 받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이 갈리면, 규제는 그대로 남은 채 기업이 정부의 판단에 기대야 하는 구조만 굳어진다.

규제개혁은 개별 기업의 민원을 처리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한 기업의 투자를 막은 규제는 다른 기업에도 같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현장의 애로를 규제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필요성이 사라진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새 규제를 만들 때는 기업 활동에 미칠 비용부터 따져야 한다.

기업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풀어야 한다. 규제가 적고 인허가가 빠르며 제도를 예측할 수 있는 곳으로 투자는 움직인다. 안전과 환경을 위한 기준은 지키되 시대에 뒤처진 절차와 업종 제한은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이번 대책이 일부 첨단산업의 애로를 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정부는 모든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