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정책이 소비자들의 편익을 해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마치 대기업 때문인 것처럼 대립구도를 만들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정책을 강화해왔다.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입점을 제한하거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특정 산업에 진출하는 것조차 차단한다.
이런 규제들 속에 소비자에 대한 고려는 없다. 소비자는 자신의 선호에 따라 상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공급자들이 제공하는 경쟁을 통해 다양하고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효성 없는 중소자영업자, 소상공인 보호정책들로 인해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대형마트 휴무제, 도서정가제, 중소기업적합업종 같은 제도들이다. 최근에는 모빌리티 산업이나 OTT 산업에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해야
유통발전법의 개정으로 2012년부터 대형마트는 새벽시간 영업중단과 월 2회 의무휴업이라는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중소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이지만,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될 뿐 실제 정책적 효과는 없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 휴업 시 전통시장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온라인 유통 및 해외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부작용이 생겨났으며, 경쟁력이 약화된 대형마트의 폐점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전통시장 vs 대형마트’라는 낡은 관점에 변화가 필요하다.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 유통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은 상당 부분 쿠팡,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유통 플랫폼으로 옮겨갔다. 또 최근에는 한 곳에서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고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복합쇼핑몰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몰링’(malling)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문제는 이렇게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실효성 없는 유통규제를 폐지하기는커녕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합쇼핑몰에도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1호 공약으로 '복합쇼핑몰의 출점 및 영업시간 규제’를 내놓았고, 실제로 월 2회 복합쇼핑몰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을 발의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도 소비자들의 불편만 강화시키고, 지역상권을 살리지 못했던 것처럼 복합쇼핑몰이 문을 닫는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복합쇼핑몰 영업규제 또한 소비자들과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많은 중소상인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유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넓혀갈 것이 아니라 기존의 대형마트 규제 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을 담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제2항을 폐지하여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대형마트의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 유통시장에 대한 규제는 소비자들에게도,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내 1호 유니콘 기업 쿠팡이 한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피해 한국 대신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루빨리 유통업계에 대한 규제를 풀고 기업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필요하다면 규모에 대한 규제보다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하는 방안으로 보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는 곧 소비 트렌드의 흐름에 발맞추는 길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해소해야
'중소기업적합업종’, '생계형적합업종’과 같은 중소기업 보호제도 역시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2011년부터 지정 업종에서 대기업의 진입을 막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업종은 2019년도부터 '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이를 위반한 대기업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도 높게 처벌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LED 조명산업이다. 2011년 이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 삼성LED, LG이노텍 등 수준 높은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대거 퇴출되었다. 이후 중소기업이 살아나기는커녕, 국내 시장의 중국산 LED 점유율은 80%에 달하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식당에서 먹는 김치 역시 2011년 '중소기업적합업종’, 2018년 말에는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으로 지정되었다. 대기업이 식당 등 업소용 김치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진 것이다. 한국 대기업이 철수한 후, 업소용 김치시장은 대부분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산 알몸 김치 파동’처럼 비위생 식재료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업종 내 경쟁이 기업뿐 아니라 해당 산업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성장하고, 소비자는 편익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고, 이는 산업의 발전을 해치고, 소비자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 제7조 등 대기업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을 해소하여 소비자에게 질 높은 상품,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산업 발전에도,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진입장벽 낮춰야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도 경쟁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택시의 승차거부, 난폭운전, 불친절 등으로 불만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어플리케이션으로 간편하게 호출할 수 있으면서, 친절하고, 쾌적하고, 가격까지 정확한 우버가 등장했다. 우버는 소비자가 기사에 대해 평점을 매길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사들의 서비스 질이 높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소비자가 좋은 택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택시 업계에 혁신을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국내 택시업계의 반발로 2013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2018년에 시작한 '타다’ 역시 1년 만에 가입자 170만 명을 달성하며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기존 택시와 달리 승차거부가 없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며, 이동방법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이른바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타다 역시 불법이 되었다.
결국 소비자들에는 택시라는 선택지만 남았다. 우버나 타다 외에 카풀서비스, 심야 전세버스 운송서비스 등이 모두 현행법 위반 등의 규제에 막혀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규제와 업계의 반발이 부딪혀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버’나 '타다’와 같이 기존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보완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시장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힘의 논리로 경쟁을 회피하다보니 소비자들의 불편은 늘어가고,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기술혁신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택시 시장에 진입장벽을 낮춰 혁신을 허용해야 한다.
OTT 플랫폼서비스 규제 멈춰야
OTT 플랫폼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것도 문제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온라인 영상 서비스시장은 해외 OTT를 중심으로 급성장했는데, 특히 넷플릭스는 국내 가입자 수가 362만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OTT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논의되었다가 불발된 통합방송법 제정이 그 사례 중 하나이다. 현행법상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정되며, 사업을 하기 위해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통합방송법 제정을 통해 OTT를 방송사로 규정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려고 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선진국에서도조차 OTT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OTT를 방송법등 규제에 가둔다면 새로운 기술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넷플릭스 규제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넷플릭스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품질 유지의무를 강제한 것이다. 이제 막 생겨난 새로운 사업에 규제부터 적용하는 것은 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시장 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책임이 형성되고 서비스 질이 높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OTT 서비스인 티빙, 웨이브, 왓챠를 보호하기 위한 OTT 콘텐츠 쿼터제도 논의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OTT 콘텐츠 의무 편성제도(OTT 콘텐츠 쿼터제)를 마련 중에 있다. 국내 OTT 플랫폼 생존을 위해 국내 컨텐츠를 일정 비율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규제는 소비자에게 독이 된다. 콘텐츠의 양과 내용, 제공방식에 개입하는 것은 소비자가 누릴 즐거움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규제로 인해 구독료가 증가하거나 컨텐츠 질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
초고속 인터넷 등장 이후 시작된 OTT산업은 지상파, 유료방송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어서는 안 된다.
시장원리 충실을 기본 원칙으로
기업의 규모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규제하는 불합리한 법규들을 정비하고 혁신적인 기업들이 스스로의 역량만큼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 선택권을 최우선에 둘 필요가 있다. 유통, 모빌리티, OTT 시장 외에도 수년간 논란이 되어온 도서정가제나 단통법 폐지등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후생을 축소시키는 규제들도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 등 여러 법률의 개정이 시급하다.
결국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은 공급자가 살아남는 시장의 법칙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기업 간 경쟁을 막고, 경쟁력 있는 공급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구조를 합법적으로 만들어주는 불합리한 제도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이것은 소비자에게도, 상인들에게도,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도태되어야 할, 비효율적인 공급자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것은 경제 전체의 활력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시장원리를 기본 원칙으로 소비자 선택을 침해하는 규제를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곽은경 /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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