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노조에서 친 노동으로

최승노 / 2021-09-05 / 조회: 8,412

우리나라는 지금 노조의 힘이 차다 못해 흘러넘치고 있다. 노조가 기업경영에까지 간섭을 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를 압박해 법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권력집단화 된 거대노조를 의식한 정부가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주게 된 결과다. 노조가 목소리를 조금만 키우면 정부는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실효성 없는 정책과 방안을 동원하니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고 기업들이 힘들어 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기업을 위한 대책이라고 내놓은 정책들은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그 특권이 노동시장 전체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의 기초 기반이 위태로운 실정에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


친 노동으로의 정책 전환


친노조와 친노동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시장에 대한 개입을 선호하는 정부는 기업을 통제하고 기업 자체의 규약들에 간섭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업 스스로 할 수 있는 문제들에 온갖 규제와 정책을 찍어내는 것이다.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정부가 결정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근로시간을 의무화 한다.


노동 존중사회라며 공약을 지키겠다며 최저임금 1만원과 주 52시간 근로제라는 친 노동 정책을 내놓았다. 정부에 이런 정책은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 마땅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인식이 선행한다. 하지만 정책은 노동계층 전체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소수의 특권자들을 위한 정책인 것이다. 노조는 애당초 경제 전반을 위해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장 전체를 희생시키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기업에도 노조 대항권을 주어야 


현재 한국 노조는 노동자 권익 보호라는 노동조합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났다. 특히 연봉이 1억이 넘는 대기업 귀족 노조는 기업 노동자가 아닌 자기네들만의 이익 집단이 되었으며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일종의 카르텔화가 된지 오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에도 기업의 운신을 좁히는 지나친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파업에 대처하기란 매우 어렵다.


노조 파업이나 일체의 분쟁에 대한 회사의 대항권이 무력화된 실정이다. 노조법이 통과된다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파업에 대한 대항행위로서 기능을 상실했고 기업들은 노조의 직장점거에 부당한 요구까지 들어주고 있다. 사태가 이러하니 노조는 정말 필요한 파업이 아닌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하고 있다.


대체근로는 사용자가 파업기간 중 조업을 계속하기 위해 다른 근로자로 근로를 제공하게 하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러한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노사 권한 불균형은 이미 파국으로 치달았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사용자 대항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여 노사 권한의 균형을 맞추었다. 미국은 대체근로 금지규정 자체가 없고,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파견근로자의 대체근로는 금지하고 있지만, 신규채용이나 하도급을 통한 대체근로는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사용자 대항권에 있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방향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과 달리 노사관계 균형을 위한 제도 정비작업 없이 일방적으로 노조의 단결권만 강화된다면 한국의 노동시장은 더욱 굳어지게 된다. 대체근로를 허용하여 기업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근로자의 근로 의사를 반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등 사용자 대항권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보완 입법해야 한다.


노조의 불법적인 사업장 점거에 대해서도 사법 처리를 강화시켜야 한다. 기업과 노조의 갈등 관계에서 노조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계 된 현재의 법체계는 노사 관계에서 바람직한 해법이 아닌 일방적인 끌려가기에 일조하고 있다. 노조 관련 사법 개혁을 통해 노조의 지나친 권력화를 막고 노조와 사측 간의 균형을 맞춰 사측과 노동자 모두 수긍할만한, 그리고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주 52시간제 해소해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대상을 중소기업까지 확대하면서 노동자와 기업 경영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받아들인 정부는 직장인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제공하겠다며, 일하는 시간을 강제로 줄이는 규제를 법으로 강제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달랐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누군가는 소득이 줄어 저녁에 투잡(Two Job)을 뛰게 되었다.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일할 자유를 막아서는 안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경제의 경직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소득을 줄인다. 일하는 시간을 규제해 기업의 경영을 방해하는 폐해만을 발생시킬 뿐이다. 정부는 누구나 일을 더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도록 일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유연근로시간제를 노동시장 환경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고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최저임금 해소해야


최저임금제도가 일자리를 줄이고 취약계층의 수입을 위축시키고 있어 문제다. 정부가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을 30% 정도 무리하게 올리다보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종업원을 줄이거나 폐업을 하고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은 사업자와 근로자의 자발적인 계약으로 정해져야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하며 경제생태계가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최저임금을 높게 주겠다며 인심을 써왔다. 근로자 개인의 생산성이나 사업장과 지역의 특성을 외면한 채 최저임금을 정치적으로 정해온 것이다. 그 결과로 현실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이 책정되어 왔다.


정치적으로 책정된 최저임금은 일자리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생활물가 까지 상승시킨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인상과 물가상승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생활물가를 상승시켜 취약계층과 청년들에게 치명적이다.


임금은 국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서 자발적 계약을 통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식이다.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내몰린 그들의 삶을 더욱 곤궁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멈추고 취약계층과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중대재해법: 기업규제를 멈춰야


국회는 2021년 연초부터 기업인을 범죄인 취급하는 악법을 통과시켰다. 바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다. 경영인을 '예비 범법자’로 낙인찍은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고, 특히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의 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즉 산업재해 발생 시 대표이사 혹은 안전 담당 이사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법안이다. 이 법은 경제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 논리를 앞세워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기업경영인에 대한 맹목적인 처벌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책임을 져야할 정부 여당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시설개선 등 안전관리에 투자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법령에서 정한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사고 발생에 대한 면책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의 내부적 예방을 유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역시 이에 호응하는 여러 인센티브를 통해 사회적 책임준수를 유인해왔다. 이처럼 '사후 처벌 대신 사전 예방’으로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파견근로 허용해야


파견근로는 일정한 계약 기간만 상정할 수 있는 고용 및 근로 형태다. 근로자가 고용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되, 근로자는 계약 내용에 따라 업주의 명령을 받아 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파견근로에 관한 규제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근로자들의 제한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은 32개의 업종에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모든 업종에 대해 파견근로 고용을 허용하고 사용 기간에 대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지만 정책적 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국의 파견근로 관련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 기준으로 하면 터키 다음으로 2위다. 파견근로는 다양하고 유연한 근로계약을 존중해 사적관계에 의해 맺어진 또 다른 계약의 형태로 봐야 한다. 파견근로는 장년층의 노동시장 재진입과 청년층의 노동시장 경험 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장기실업자의 노동시장 진입과 단기적 변동에 대해 기업의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남성일. 『쉬운 노동경제학』. 박영사. 2017.6.

남성일, 신중섭. 『자유주의 노동론』. 2017.11.

박기성. 『박기성 교수의 자유주의 노동론』. 2020.10.

박동운. 한국 노동시장,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에프케이아이미디어. 2003.7.

최승노. 『노동의 가치』. 프리이코노미스쿨. 2015.7.



최승노 /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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