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글로벌 확산에 따른 국제통상환경의 변화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근년에 미·중 무역 갈등을 중심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국제통상정책에 대한 글로벌 리스크 및 불확실성은 증대되어 왔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경제환경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 참여하는 국가와 기업들에게 글로벌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극복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신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글로벌 경제에서 자유로운 거래는 소비자의 선택을 늘릴 수 있게 할 뿐만 기업의 성장 및 국가경제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제거래를 통해서 각국은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다. 또한 기술진보를 유도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금융자본의 이동을 자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세계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자유로운 국제거래에 대해 규제를 가하고 있다. 관세 및 쿼터(quota), 또는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 반덤핑 조치, 무역기술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 강화 등 다양한 보호무역조치를 목격할 수 있다. 실제로 비관세장벽의 강화는 관세나 쿼터 이상으로 자유로운 무역거래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에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에는 환경 및 노동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범과 국제기준이 또 다른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의 재등장과 확산은 정치적 목적으로 촉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외국과의 경쟁에서 보호를 요구하는 특수이익집단의 정치적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선진국 관점에서는 중국과 같은 신흥 국가들로부터의 경쟁적 도전이 더욱 거세지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자국 산업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되어 국가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어 왔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선진국 주요 7개국 모임(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추가하여 (민주주의 10개국(Democracies 10: 이하 D10)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미 G7 국가들은 중국몽(夢)으로 표현되는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는 강경 대외노선에 적지 않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자국의 핵심이익을 위한 거침없는 공세적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등을 통해 중국의 거침없는 외교행보는 관련 당사국뿐만 아니라 여타 국가에게도 우려와 불안을 안기고 있다. 또한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이하 AIIB)의 설립 및 운영과 중국 디지털 위안화(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이하 CBDC)의 적극적 추진으로 글로벌가치사슬 및 국제금융에 대한 패권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D10의 창설은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직면한 글로벌 리스크 및 불확실성
기업은 생산의 주체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공급한다. 기업의 투자는 기대한계편익과 기대한계비용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현실에서는 기업 내부적으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외부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세계 주요기업들에게 미국내 투자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등 4차산업 혁명에 핵심적 제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외국 정부의 압박은 국내 글로벌 기업들에게 새로운 리스크이자 불확실성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에 대한 다른 나라의 수입규제 조치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추세이다. 2021년 7월 기준으로 전체 수입규제는 214건이다. 반덤핑 160건, 상계관세 9건, 세이프가드 45건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북미 59건, 중남미 17건, 아시아 81건, 아프리카 11건, 유럽 15건, 대양주 9건, 중동 22건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수입규제가 45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인도 21건, 터키 18건, 중국 15건 순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미국, 인도 등 큰 시장에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수입규제가 비교적 많은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선진국에서의 수입구제가 전통적으로 많았으나 최근에는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인도의 한국제품 수입규제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국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보호조치이거나 아니면 외국기업이 자국내 시장에 직접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외국상품 수입에 대한 규제는 비교적 적은 편이다. 2021년 6월 기준으로 21개 품목에 대하여 반덤핑관세를 부과중이며, 6개 품목에 대해서는 조사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관세부과 등 수입규제 중에는 국내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는, 이른 바 ‘K배터리’로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K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는 거의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핵심 배터리 원재료에 부과되는 관세는 최종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기업의 리스크 및 통상환경 개선방안
우리나라가 직면한 대내외적인 국제통상환경 하에서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국내기업의 지속적인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및 통상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정책적 유인강화가 필요하다.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생산 및 투자를 하는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원자재 또는 중간재를 공급받기 위해서나 유통망이나 판매처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이 수입규제나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도 해외투자를 한다. 혹은 각국 정부의 유치 보조금이 기업투자의 유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COVID-19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본국으로 생산 본거지를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지만 실제로 그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 만큼의 기업제반 환경의 향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으로는 입지 및 설비 보조금 확대, 법인세 및 관세 감면 등 세제지원의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역국의 국내 기업 투자 요구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다자간 무역체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57국과 17건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이하 FTA)을 체결했으며, 여타 신흥국과의 FTA를 추진 중에 있다. 지난 2020년 11월에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했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교역국의 시장규모가 크고 정치·외교적 힘이 우월할 경우 일방주의적 무역정책에 휘둘릴 우려가 있다. 그렇기에 양자간 협상에서의 불리한 위치를 다자간 협상체제로 전환할 경우 보다 동등한 협상력을 견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 가입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18년 말에 발효된 CPTPP는 FTA에 비해 보다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추구하고 있다. 환경, 노동, 규제, 투자, 공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개방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CPTPP가입에 대한 엄밀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점증하는 한국상품의 수입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FTA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는 많다. 특히 경제규모가 매우 큰 미국, 중국, EU와 같은 국가들과도 FTA를 체결했다. 양적인 관점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아직 개선될 여지가 많다. FTA가 확대되어도 우리나라 수출상품에 대한 외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크게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FTA가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다양한 비관세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이프가드, 상계관세, 기술적 무역장벽, 상호인증, 위생 및 검역조치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조항이나 합의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실제 우리나라 수출상품이 외국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는 과정에는 다양한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FTA를 체결한 국가들의 비관세장벽을 완화 또는 철폐하는 것이 필요하다. FTA를 체결한 국가들과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비관세 장벽을 개선해 나가는 FTA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넷째, 유럽연합(EU) 주도의 글로벌 환경 및 노동 기준에 대한 정보를 집적화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해외 초대형투자회사 및 금융기관들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이하 ESG)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 가치창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환경 및 노동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미 국내 글로벌 기업들은 ESG를 대비하고 활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노동환경 국제기준 미흡에 따른 추가관세나 반덤핑관세, 탄소국경세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는 관련 국제기구를 통해 최신정보를 축적하고 국내기업들에게 적극적 안내와 홍보 등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COVID-19 팬데믹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상황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국제통상질서는 어떻게 전개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세계 7대 수출국이자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국제통상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핵심은 기업의 보다 자유로운 교역 및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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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FTA 포털 https://www.customs.go.kr/ftaportalkor/main.do
김영신 / 계명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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