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리스크(Longevity Risk)는 일반적으로 기대수명이 증가함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정의되는데 개인의 장수리스크는 은퇴기간 등 전 생애를 고려해 계획한 소득 및 소비흐름이 지속가능하지 않아 발생하는 리스크로 정의될 수 있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경우 소득수준이 낮을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소득보다는 가족으로부터의 이전소득 비중이 높아 안정적인 소득원이 부재한 상황이다. 반면 지출 항목 중 연령증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의료비인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경우 전 생애 의료비의 60% 이상을 65세 이후에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기대수명은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근로기간은 정체되어 있어 장수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UN의 세계인구전망(201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과 201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의 기대여명은 81.3세로 전 세계 평균치인 70.4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노동시장 진입연령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반면 빈번한 조기퇴직 및 명예퇴직 등으로 소득 없이 아프지만 오래 사는 은퇴기간이 장기화되어 가는 있다.
2. 인구고령화로 공적연금의 역할 축소
기초노령연금이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소득이 불충분한 고령자에게만 제공되는 연금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사회안전망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대수명 증가가 낮은 출산율과 맞물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연금은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인한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적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70%에서 40%로까지 축소하였고 연금수급개시 연령도 60세에서 65세로 상향조정 한 상황이다.
결국 국민의 장수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퇴직연금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으며, 퇴직연금을 통해 국민들의 장수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한 이후 적립된 퇴직금은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인구고령화에 따라 공적연금의 역할이 축소되는 부작용을 경감시키기 위해 퇴직연금이 아닌 개인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겠지만 개인연금제도는 공적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마련되는 노후소득재원이 불충분할 경우 추가로 가입하는 임의의 사적연금제도이다. 반면 퇴직연금제도는 사적연금제도이기도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준 사회보험제도이면서 제도적으로도 개인연금에 비해 우월하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노후소득재원이 마련되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3. 퇴직연금세제의 문제
1) 적립단계에서의 퇴직연금세제
퇴직연금제도를 통해 국민의 장수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가입을 활성화시키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6여년이 지난 현재(2011년 6월 기준) 퇴직연금시장은 38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퇴직연금시장의 성장속도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양적인 성장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성장률은 주로 대기업들이 퇴직연금에 가입하면서 나타나는 수치에 불과할 뿐 질적인 성장측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추가로 납입한 적립금은 개인연금 적립금과 합산하여 소득공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퇴직연금에 독립적으로 적용되는 세제체계가 부재한 상황이다. 또한 소득공제액도 개인연금과 합산하여 400만원에 지나지 않아 퇴직금제도에서 퇴직연금제도로 이전하거나 퇴직연금에 가입하였더라도 추가로 납입하여 노후소득재원을 확충할 유인이 미약하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퇴직금제도에 머물게 되면 중간에 적립금을 정산하여 생활자금으로 소진할 개연성도 매우 높다.
2) 수령단계에서의 퇴직연금세제
국민들의 장수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망 시까지 안정적인 소득흐름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가장 중요하지만 은퇴 시 퇴직적립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유인하는 제도적 장치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해주는 공적연금의 보장성이 축소될 경우에는 퇴직연금의 연금수령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세제체계의 경우 적립금 수령 시 연금형태로 지급받는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소득공제 혜택이 900만원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다른 연금수령액들과 합산한 총 연금수령액에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일시금으로 수령 시 적용되는 공제비율은 40%로 매우 높고 매년 단계적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어 대부분 은퇴자들이 적립된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여 조기에 소진하고 있다. 일시금으로 수령 시 적용되는 높은 공제비율 이외에도 퇴직소득세에 연분연승법을 적용하여 근무기간이 길어 적립금의 규모가 클수록 일시금 수령이 유리한 구조이다. 연금수령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연금수령을 제도적으로 강제화하든지 아니면 세제체계의 개선을 통해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내의 경우 연금수령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어느 쪽으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4. 장수리스크 관리를 위한 퇴직연금세제 개선 방안
적립단계에서 개인연금과 혼재되어 있는 퇴직연금 세제체계를 분리하여 퇴직연금을 위한 독립적인 세제체계를 마련하고 세제혜택을 확대하여 국민들의 자조노력을 유인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해 별도의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여 국민들이 자조노력을 통해 노후소득재원을 마련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또한 소득공제 한도는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GDP의 14.6%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경우 50세 이상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세제혜택을 제공하여 최대 47.4%에 달하는 상황이다.
구 분 | 소득공제 가정 | 1인당 GDP(2009) | 소득공제 금액 | 비율(b/a)×100 |
한 국 | 400만원 가정 | 20,488,800원 | 4,000,000원 | 19.5% |
미 국 | 50세 이상 | 46,381달러 | 22,000달러 | 47.4% |
50세 이하 | 46,381달러 | 1,6500달러 | 35.6% |
<표 1> 한국과 미국(확정기여형)의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소득공제 비교
주: 환율 1달러당 1,200원을 적용하여 한국 1인당 GDP 계산
퇴직연금의 세제체계를 개선하여 퇴직연금 가입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퇴직금제도에 머물고 있는 기업들을 퇴직연금제도로 이전시키기 위해서는 퇴직급여제도를 퇴직연금제도 중심으로 단일화하여 퇴직적립금이 중도에 소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립된 퇴직금은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세제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주요국의 경우 인구고령화로 인해 공적연금의 보장성을 축소하는 대신 퇴직연금을 활성화시키고 적립금은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유인하여 국민들의 장수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퇴직연금의 활성화를 통해 적립금이 은퇴자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영국, 칠레,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오스트리아 등은 제도적으로 연금수령을 강제화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근로자가 일시금을 수령할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이상 연금을 지급하는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을 활용해 연금수령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한해서는 디폴트 옵션을 활용해 정책적으로 국민들의 장수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도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주요국의 경우 연금수령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들이 세제혜택과 병행되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퇴직연금의 적립금이 복지가 아닌 후불임금의 성격이기 때문에 연금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세제체계를 개선하는 방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일시금이 부여하고 있는 공제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연분연승법을 폐지하여 소득수준과 근로기간에 관계없이 연금수령이 일시금보다 유리하도록 세제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다만, 세제체계를 개선함에 있어 세제혜택이 특정계층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안정적인 근로기간을 확대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환경개선이 병행되어야 하겠다.
김대환 /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 실장
<참고문헌>
기획재정부,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2010년 세제개편(안)”, 2010.8
김대환·류건식, “퇴직연금 세제의 종합검토와 개선방향”, 보험연구원, 2010.10
노동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2011.6
OECD, "Pension at Glance",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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