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를 위한 의회와 관료제의 역할

황수연 / 2011-10-20 / 조회: 2,875
1. 관료제는 큰 정부를 원한다


정치가들과 관료들이 자발적으로 작은 정부를 가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그런 노력을 기울인 마거릿 대처나 로널드 레이건이 존경스럽다. 대부분의 정치가들과 관료들은 큰 정부를 지향한다. 따라서 정치가들과 관료들의 이러한 성향을 국민들이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이렌의 매혹적인 노래에 끌려가지 않도록 돛대에 몸을 묶은 오디세이아처럼 정부의 손발이 묶여야만 정치가와 관료가 남의 돈, 국민의 세금을 쓰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관료들도 민간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사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윤을 추구할 수 없다. 그들이 추구하는 사익은 월급, 승진, 권력, 위세, 존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관료들이 추구하는 사익과 관료제의 규모(예산)는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관료제는 규모(예산)를 극대화한다. 그것이 관료들의 사익을 증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관료제가 규모를 증대하려는 성향은 큰 정부를 초래한다.


관료제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많은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이 가능한 것은 의회와 관료제 사이의 독특한 관계 때문이다. 관료제 서비스 시장은  수요자가 의회, 공급자가 관료제인 쌍방 독점이다. 쌍방 독점의 결과는 양 당사자의 협상력에 달려 있다. 관료제가 의회에 비해 정보를 더 많이 가지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관료제는 의회와의 협상에서 유리하다. 그 결과 관료제는 의회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규모를 확대할 수 있고, 예산도 커진다. 공무원 수도 늘어나고 이것저것 불필요한 일들을 많이 한다. 큰 정부가 초래된다.


2. 근본적인 관료제 문제는 정부의 경제 개입으로부터 비롯된다


하나하나의 관료 기관을 두고 보면 분명 관료제가 정부 규모를 크게 하려는 내재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관료제 문제는 정부에 있다. 관료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경제 개입이 관료제의 근본 문제이다.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관료적 관리로 처리하고, 이윤 관리로 처리해야 할 일을 관료적 관리로 처리한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이윤 관리는 장점이 크다. 이윤 관리는 소비자 뜻에 따라 이윤을 극대화하는 관리이다. 이윤 극대화가 목표이며, 수입⋅지출⋅이윤에 대해 화폐적 측정이 가능하다. 경제 계산이 가능하고, 업무 성과를 부기⋅회계로 통제할 수 있다. 직원에게 재량권을 부여할 수 있으며, 업무의 분권이 가능하다. 이것은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윤 관리에서는 비용이 절감되고 생산성이 향상되며 혁신이 일어난다.


반면, 관료적 관리는 목표에 대한 화폐적 측정이 불가능하고, 경제 계산이 이루어질 수 없다. 부기⋅회계 방식을 적용할 수 없다. 이러한 점들로 인해 관료의 업무 평가가 쉽지 않다. 목표 달성이 된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니 관료에게 재량을 부여하기보다는 규칙(규정)과 예산으로 엄격하게 지시하고 통제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고, 예를 들어 개인들 간의 다툼을 해결하는 재판을 이윤 관리로 처리할 수 있을까? 건당 얼마씩 받고 사법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것은 이윤 관리로 처리될 수 없고, 관료적 관리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윤 관리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을 관료적 관리로 처리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부가 공기업을 운영한다든지 사기업의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윤 관리가 가능한 것을 관료적 관리로 처리하면 부담하지 않아도 될 관료적 관리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또, 정부가 하는 일도 많아진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관료제의 문제점이나 큰 정부로의 경향은 이윤 관리가 가능한 업무 영역에 정부가 개입한 결과이다. 즉, 원인은 정부의 경제 개입이다. 이윤 관리로 훌륭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정부가 관료적 관리로 처리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극히 한정된 비율의 정부 고유 업무를 정부가 관료적 관리로 처리하면 관료제의 문제나 큰 정부의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3. 작은 정부를 위하여


1) 의회의 경제 개입 축소와 국민들의 경제학적 독해력 향상


관료제의 병폐는 하나의 징후일 뿐,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경제 개입에 놓여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의 경제 개입을 줄이는 것이다. 국방, 치안, 사법, 외교, 징세 등 정부의 고유 업무만, 오직 이런 업무만, 관료적 관리로 처리하고, 정부가 경제의 생산과 분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만들 권한과 책임은 의회에 있다. 의회가 경제 개입 입법을 하지 않으면 된다. 따라서 의원들의 의식이 중요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는 정부의 전통적인 경제 개입에 추가하여 “복지”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려고 한다. 무상 급식, 무상 의료,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이라는 먹는 문제, 치료 문제, 교육 문제와 같은 경제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려고 한다. 현실 정치와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한다. 큰 정부로 나아가고 있다.
의회가 경제 개입 입법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그런 의원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그런 의원들을 뽑지 않으면 된다. 그런 의원들을 뽑지 않으려면 국민들이 정부의 경제 개입의 위험성과 실상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그간 전교조 등에 의한 반시장⋅반자본주의 경제 교육으로 국민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가 현저하게 왜곡되고 저하되었다. 따라서 정부의 경제 개입을 줄이고 작은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의식이 중요하고 국민들의 경제학적 독해력 향상이 중요하다. 국민 경제 교육이 중요하다.


2) 관료제 경쟁의 도입


동시에 관료제 자체를 대상으로 해서도 관료제 문제의 처방을 강구해야 한다. 효율을 위해 관료제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민영화하고, 민간이나 더 생산적인 다른 정부 단위에 외부 위탁하고, 지방 분권화해야 한다. 시장에 넘겨야 할 것은 넘기고, 정부가 맡아야 하는 것도 관료제 내부나 관료제들 간에 경쟁시켜야 한다. 경쟁의 도입으로 관료제의 독점을 줄이면 큰 정부로의 경향이 억제될 것이다.


3) 의회에서 보강된 다수결 사용


정부의 규모와 범위를 줄이기 위해서 정부는 할 일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무엇이 정부가 할 일인지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는 과반수결 대신에, 예를 들면 2/3결과 같은 보강된 다수결을 사용함으로써 줄일 수 있다. 보강된 다수결을 사용하면, 정부의 규모와 범위가 축소될 뿐만 아니라 입법으로 말미암은 외부 비용이 줄어든다. 특수 이익 입법이 억제된다. 반면 일반 이익 입법은 보강된 다수결을 사용해도 여전히 통과된다.


다른 방법으로, 보강된 다수결의 효과를 가지는 양원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들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이익 집단에 혜택을 주면서 일반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특수 이익 입법을 막을 수 있다. 반면 널리 공익에 이바지하는 일반 이익 입법은 양원제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수 있다. 그 결과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는 특수 이익 입법을 막을 수 있고, 더 작은 정부가 실현될 수 있다.


4. 국민이 의회와 관료제를 통제해야


작은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관료제, 의회, 유권자  모두 제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관료제가 규모를 억제하여야 하는데 관료제가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어 있는 한 관료제가 자발적으로 규모를 억제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경쟁의 도입을 통해 독점력을 줄여야 한다.


관료제가 큰 정부로의 경향을 보이는 근본 원인은 정부가 경제에 개입한 때문이고 그러한 일을 의회가 가능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은 정부를 위해서는 의회가 경제 개입 입법을 못하게 해야 한다. 이것은 유권자들이 그러한 의원들을 선출하지 않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결국은 유권자, 국민들에게 책임이 귀결된다. 국민들은 정부의 경제 개입의 폐해를 잘 알아야 하고 유권자들은 개입주의 경제 입법을 할 의원들을 뽑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들의 경제학적 독해력이 향상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이를 위해 국민 경제 교육이 중요하다.


의회 내에서 보강된 다수결을 사용하는 것도 작은 정부 구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보강된 다수결은 정부의 경제 개입 법률과 같은 특수 이익 입법을 막을 수 있어 작은 정부 구현에 이바지할 것이다. 양원제와 대통령 거부권의 행사도 보강된 다수결의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큰 정부로의 경향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황수연 / 경성대학교 교수


<참고문헌>


고든 털럭 지음. 황수연 옮김, 『득표 동기론 II』, 경성대출판부, 2009.
루트비히 폰 미제스 지음. 황수연 옮김, 『관료제』, 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Niskanen, William A., Bureaucracy and Public Economics, The Locke Institute, 1994.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210 소비자 편익을 배제한 규제 폐지해야
곽은경 / 2022-03-17
곽은경 2022-03-17
209 정권별 재정권한, 재정준칙으로 관리해야
옥동석 / 2021-09-09
옥동석 2021-09-09
208 미래를 고민하고 정치에서 탈피하는 교육 정책으로
이성호 / 2021-09-08
이성호 2021-09-08
207 효율적인 조세구조 구축 등을 통해 국가부채를 합리화하자
황상현 / 2021-09-08
황상현 2021-09-08
206 에너지 빈곤 없는 탄소중립을 향한 원자력 육성 정책
주한규 / 2021-09-07
주한규 2021-09-07
205 주52시간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자
이승길 / 2021-09-06
이승길 2021-09-06
204 친 노조에서 친 노동으로
최승노 / 2021-09-05
최승노 2021-09-05
203 초저출산 초고령화를 이기는 국민연금개혁
김원식 / 2021-09-04
김원식 2021-09-04
202 공기업을 수요자에게 봉사하도록 변모시켜야
김이석 / 2021-09-03
김이석 2021-09-03
201 지속가능한 복지 제도를 구축하자
김상철 / 2021-09-02
김상철 2021-09-02
200 교육을 선택할 자유를 주자
송정석 / 2021-09-01
송정석 2021-09-01
199 대일외교를 정상화하자
신범철 / 2021-08-31
신범철 2021-08-31
198 대학의 적정 규모화 촉진을 위한 방안
이진영 / 2021-08-30
이진영 2021-08-30
197 국민기본보장제도 도입방안
김용하 / 2021-08-27
김용하 2021-08-27
196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분권화 제고와 시장기능 강화
박호정 / 2021-08-25
박호정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