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정잭제안] 선진화된 회사지배구조 개선방안

전삼현 / 2011-09-22 / 조회: 2,715
1. 상법개정과 회사지배구조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던 상법개정 작업이 약 5년이 지난 2011년 3월 11일에서야 비로소 통과되었다. 이번 상법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개정 전은 물론이고 개정 후에도 여전히 많은 논란을 가져오고 있다.


이번 상법개정의 주된 목적은 그 동안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지 못했던 회사 법제를 현대화하는데 있었다. 그럼에도 5년 가까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던 이유는 시장의 수요에 편승한 국회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개입이라는 지적들 때문이였다.


그 중에서도 회사기회유용금지, 이사의 자기거래 범위 확대 도입 등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향후 법 적용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회사법 분야에서 보다 나은 대한민국형 선진 회사법제를 구축하기 위하여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면서도 국가경쟁력 제고라는 대명제에 부합하고자 하는 법제도 개선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이하에서는 이번 개정상법의 내용 중 논란이 되고 있는 지배구조관련 규정의 내용과 그 장·단점을 분석한 후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 지배구조관련규정의 문제점


(1) 이사 등의 자기거래범위 확대


이번 상법개정에서 가장 논란이 큰 것 중의 하나는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대상이 확대되었다는 점이다(상법 제398조). 즉, 현재까지는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를 하는 경우 이사회의 과반출석에 과반찬성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개정상법에 따르면 2012년 4월부터는 이사뿐만 아니라 주요주주, 그리고 이사 및 주요주주의 친인척과 회사가 거래하는 경우도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그 승인 결의도 사전에 재적이사 3분의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더욱이 이러한 형식적 요건 외에도 거래의 내용이 공정하여야 한다는 실질적 요건까지 추가되어 이사의 자기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


이 규정이 개정된 근본적인 이유는 이사가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사의 친인척이나 그들이 설립한 개인 회사 등을 이용하여 거래함으로써 회사에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리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개입된 입법권 남용이라는 지적들이 많다. 즉, 법무부가 마련한 상법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의 심의를 받던 중 자기거래의 범위에 추가로 주요주주가 포함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요주주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고, 이사회 승인요건도 지나치게 엄격하여 향후 회사경영활동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들이 많다.


(2) 회사사업기회 유용금지


이번 상법개정과 관련하여 오랜 기간 동안 논란이 되었던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금지제도가 신설되었다(제397조의2). 즉, 제397조의2에서는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라는 제목 하에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 없이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거나 회사의 정보를 이용한 사업기회 또는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의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항). 그리고 이를 위반하여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이사 및 승인한 이사는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며 이로 인하여 이사 또는 제3자가 얻은 이익은 손해로 추정한다고 규정하였다(제2항).


이 규정이 도입되게 된 이유는 이사가 직무상 알게 된 회사의 정보를 이용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명확히 통제하고자 하는데 있었다. 이 규정으로 인해 이사는 직무수행 중 알게 된 정보 또는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업기회를 자기가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이용케 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이사회에서 이사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승인된 사업기회이용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경우 찬성이사는 연대하여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었다.


더욱이 손해액의 산정과 관련하여 이사 자신 또는 제3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액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두어 회사기회유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이 규정의 본래취지와는 달리 국내시장에 기업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즉, 사내이사든 사외이사든 구분 없이 자신들이 경험하고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되었다.


3. 자기거래범위 확대해야


(1) 이사 등의 자기거래범위 확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법 상법 개정을 통하여 이사의 자기거래의 범위를 확대한 것은 나름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입법론적으로 볼 때 입법기술상 적합성과 타당성, 효율성, 명분마저 취약한 입법 작업이 되었다. 하이에크가 입법기관인 의회보다는 법 적용기관인 법원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법 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세계 각국은 이사와의 자기거래는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를 준수해 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특별한 규제도 또한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상법개정을 통한 자기거래범위 확대는 법리보다는 다른 요인, 즉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이해관계가 우선시된 입법권 남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시라도 서둘러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에 한하여 이사회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승인하도록 한 구규정으로 원상복귀 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추가로 이번 개정으로 경영진에 대한 특별배임죄 등과 같은 형사처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점 또한 기업경영에 상당한 제약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기업경영이 어려운 나라에서는 기업이 뿌리내리지 못하며, 소수의 지주가 많은 땅을 소유하는 농업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2) 회사사업기회 유용금지


이번 상법개정을 통해 우리상법에 새롭게 도입된 회사기회유용금지에 관한 규정은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든 입법례이다. 물론, 이번 규정의 모델이 된 미국의 판례들이 있지만, 이는 현행 우리나라의 충실의무규정(상법 제382조의3)으로 충분히 억제가 가능한 내용들이다. 실질적으로 미국에서도 회사기회유용의 개념에 대하여 학자들 사이의 논란이 치열하고 일관된 기준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독일, 영국, 일본도 판례법상 관련 이론이 형성되어 있는 정도이고 프랑스에서는 회사기회라는 개념이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입법론적으로 개정상법상 회사 사업기회의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실무에서는 법 적용시 많은 혼란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최선은 이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차선책으로는 회사기회유용에 해당하는 사례를 법률이나 시행령에 예시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4. 선진화된 상법 개정위해 포퓰리즘 벗어나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상법상 회사지배구조관련 규정들은 1997년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법제화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이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들을 가져왔고 현재도 당시 예상되었던 문제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킨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변하고 있으며 또한 회사법제, 특히 기업지배구조 법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어찌되었던 사회가 변하면 법제도도 변화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문제는 어떻게 변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최근 입법과정들을 보면 이번 상법개정은 물론이고, 전반적으로 경제 관련법들의 입법들이 법리나 경제현실, 경제성장 등과 같은 핵심적 내용에 대한 개선방안보다는 오히려 민심달래기에 치중한 입법 작업들이 핵심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법치주의의 핵심은 형평성이다. 즉, 어느 한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공정한 입법이 되어야 그 사회와 국가가 건전해지고, 그 성장과 발전 또한 담보되는 것이다.


최근 상법은 물론이고 경제관련 입법들이 상생 또는 투명성 등을 이유로 지나치게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입법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이 깊다. 이번 상법개정작업과 향후 선진화된 상법개정을 위해서는 포퓰리즘이라는 망령으로부터 벗어난 비정치적이면서도 법리적인 입법 작업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전삼현 / 숭실대 법대 교수


<참고문헌>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홍재형의원 대표발의)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상민의원 대표발의)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박영선의원 대표발의)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노철래의원 대표발의)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우윤근의원 대표발의)
*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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