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법인세율은 두 단계의 누진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누진구조가 법인세제에 대한 인식을 왜곡되게 한 원인이다. 조세체계 내에서 누진구조란 소득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누진구조를 가진 법인세제도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규범적인 인식이 높다. 그러나 한국, 미국, 일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의 법인세율은 단일세율이다. 실질적 효과도 없는 누진구조보다는 법인세제를 통해서 경제성장 기능을 강화하려는 추세를 의미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누진구조인 우리의 법인세율로 인해, 법인세제의 성장측면보다는 형평측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일반적으로 조세정책은 세수확보, 형평성, 효율성을 정책목표로 조화로운 선택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법인세 정책은 세수확보와 형평성을 달성하기보다, 경제성장을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정책수단이다. 선진국을 보면, 법인세제는 경제성장에 초점이 잡혀있고, 세수확보와 형평성 문제는 고려하지 않는다.
개방화 시대에 소규모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우리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법인세 정책방향은 경제성장에 맞추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정책은 ‘부자감세‘가 아니고, 감세해서 우리가 부자 되자는 ‘감세부자‘가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를 보는 우리의 사고는 경제성장보다는 형평성이니, 정책방향에 혼선이 있는 것이다. 이제 법인세제를 보는 시각을 바꾸기 위해, 누진구조의 법인세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2. 법인세 인하는 경제성장을 위한 정책수단이다
‘법인세는 누가 부담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재정학에서는 확실한 해답을 제시한다. 법인세는 법률에서 법인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지만, 세금은 결국 사람이 부담하지 생명체 없는 법인이 부담하지 않는다. 결국 법인과 관련된 사람들이 부담하는데, 그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밝혀야 한다. 우선 법인의 소유권은 주주에 있으므로, 주주들이 일부 법인세를 부담할 것이다. 또한 세금이 오르면, 해당 법인의 상품가격이 올리가게 되고, 소비자들이 일부 부담하게 된다. 또 일부는 종업원의 임금수준을 낮춤으로써, 종업원이 부담할 수 있다. 아울러 법인단계의 세부담이 높아지면, 투자 수익률이 떨어져서, 자본시장에서 법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부동산 등의 다른 투자자산 쪽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모든 투자자산에 대한 수익률이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수렴하게 할 것이다. 법인세 부담은 법인관련 사람들인 주주, 종업원, 소비자, 자본가들이 한다. 결국 법인세 부담은 법인이 아니고, 국민들이다. 따라서 외형적인 법인세제의 누진구조는 실질적 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고는 외형적 누진구조에 집착하고, 높은 단계의 법인세율을 통해 소득재분배를 달성하려고 한다.
법인세를 인하해도 기업은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는 반대논리가 있다. 법인세제가 기업투자에 효과적인 정책수단인가에 대해서는 1960년대부터 경제학계에서 활발하게 연구된 분야이다. 대표적으로 신고전파투자이론(neoclassical investment theory)을 들 수 있으며, 지금도 많은 연구의 기본근간은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많은 이론과 실증연구 결과, 법인세제는 기업투자에 유효한 정책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세계는 법인세제를 통해 기업투자를 유인하여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반대진영에서는 법인세를 인하해도 기업은 돈을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개별기업을 보면, 분명 있을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법인세제라는 정책수단의 효과는 총체적 관점에서 측정해야지, 개별기업의 특별한 행동을 통해 정책효과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이는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증가하는 공급법칙은 전체 시장차원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개별기업을 보면, 가격이 올라도 다른 여건이 좋지 않아, 공급을 늘리지 않는 기업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정책효과는 기업전체의 총괄적인 변화를 통해 정책의 유효성을 평가해야지, 주변의 몇 개 기업의 특이한 행위를 문제 삼아, 정책효과를 무시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법인세는 국민들이 모두 부담하고, 법인세 인하는 기업투자에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정책교훈은 무엇인가. 법인세 인하는 국민들에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주고, 또한 법인투자 활성화를 통해 결국에는 국민들에게 경제적 과실을 주게 된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하면, 법인세제 누진구조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누진제도로 인해 개방화 시대에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펴야 할, 법인세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3. 법인세제를 단일세율로 바꾸자
법인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논리는 높은 단계의 세율이기 때문이다. 낮은 단계 세율은 아무런 반대 없이 이미 인하되었다. 낮은 단계세율은 중소기업에 적용되고, 높은 단계세율은 대기업과 재벌에 적용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질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지 않고서는 개방화 시대에 맞는 법인세 구조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의 법인세제를 비교해 보면, 누진구조를 가진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서, 미국과 일본 뿐이다. 그러나 유럽 등 대부분이 선진국가들은 단일세율 체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이 높은지는 법인세 정책방향을 잡는데 중요한 자료이다. 국가경제 수준에 비해 법인세수 규모를 비교해 보자. 2008년 기준으로 GDP 대비 법인세수 규모를 보면, 한국이 4.2%인 반면, OECD 국가 평균치는 3.5%이다. 한국의 조세부담율이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부담은 오히려 높은 실정이다. 1980년대부터 세계경제의 흐름은 개방화란 용어로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개방화란 국가 간 경제적 장벽이 무너져, 무한경쟁의 질서가 도래함을 의미한다. 민간부문에서는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정부에서도 제도를 통해 우월한 경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경쟁을 벌이고 있다. 조세정책은 국가 간 좋은 경제 환경을 조정하기 위해 치열히 경쟁하는 대표적인 분야이다. 조세경쟁은 낮은 세율로의 경쟁을 말한다. 개방화 초기이었던 1981년에 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율은 48%이었으나, 개방화가 진행되고 30년 흐른 후 2010년에 26%로 낮아졌다. 이제 법인세 정책은 한 국가가 여러 가지 정책목표를 따져가며, 선택하는 게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따라야 할 국제적 규범이 되었다.
조세경쟁이 치열한 국제 경제 환경에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법인세율 체계를 단일세율로 개혁해야 한다. 러시아 등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1991년에 소득세마저도 누진구조가 아닌 단일세율로 개혁하였다. 세상은 세금인하 경쟁을 하면서, 세금인하가 정책선택이 아닌, 정책규범인 세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데, 우리의 의식수준은 너무도 시대 역행적이다.
4. 개혁으로 인한 세부담 증가가 일어나지 않도록
법인세제를 단일세율로 개혁할 경우에, 단일세율 수준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전체 법인세수에서 하위 한계세율에 해당하는 기업이 부담하는 비중은 매우 낮으므로, 세수 중립적인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정한다고 해도, 상위 한계세율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하위 한계세율 대상에 있는 기업입장에서는 세부담이 2배가량 증가하므로, 반발이 심할 것이다. 오랫동안 익숙해 온 누진구조 제도에서 갑자기 단일세 구조로 변화함에 따라, 정치적 반발도 높을 것이다. 제도변화에 따라 급작스런 세부담 증가는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한시적으로 낮은 단계의 한계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2억원 이하인 법인에 대해서는 일정기간동안 소득공제 혹은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여, 낮은 단계의 한계세율을 적용한 세부담 수준과 비슷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법인세제의 단일세율 개혁은 세수측면이 아니고, 법인세를 보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므로, 일시적이나마 세부담 증가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참고문헌>
곽태원, 이병기, 현진권, “조세정책이 기업투자에 영향을 미치는가?: 조세조정 토빈 q모형을 이용한 한국의 실증분석,” 『경제학연구』제54권 제2호, 한국경제학회, p. 5-39, 2006.
현진권, “법인세의 귀착과 투자효과,”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 발표논문,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 2010년 12월.
현진권 / 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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