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융산업(勞融産業) 육성으로 고용을 늘리자

박기성 / 2011-08-18 / 조회: 2,334
1. 노융산업의 의의


생산의 2대 요소는 노동과 자본이다. 자본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이 있고 금융산업(金融産業)이 잘 발달되어 있다. 노동(인적자본)은 자본보다 정보의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 문제가 더 심각하나 수요자(기업)와 공급자(근로자)를 중개하는 노동시장 중개기관(labor market intermediary)이 매우 적고, 인적자본(human capital)에 대해서는 산업 또는 시장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다. 인적자본을 실물자본(physical capital)과 유사하게 취급하여 勞融産業(人的資本産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실물자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金融産業이라고 하듯이, 알선, 파견, 용역, 등 노동중개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勞融産業(人的資本産業)이라고 명명한다. 이 산업이 발전하면 일하고자 하는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며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만 집착하는 것을 완화하여 노사관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성장동력산업으로 아시아 및 선진국에 진출하여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2. 노융산업의 발전 가능성


이 산업에는 취업알선, 정보제공, 상담, 준비, 교육훈련, 헤드헌팅, 인력파견, 용역, 전직지원, 기업의 인사관리 대행 등이 포함될 것이다. 미국에는 인사업무를 대행하는 professsional employer organization(PEO)가 700여개 존재하며, employee leasing(staff leasing) 회사, temporary help service 회사 등이 다수 존재한다. 금융산업은 한국이 미국의 1/13 규모인데 비해 고용서비스산업은 1/61 규모에 지나지 않아 노융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최근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60% 수준에 고착되어 증가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경제활동인구조사 2011년 5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최대의 피해자는 청년층이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다. 노동관련법과 노동조합으로 과보호되고 있는 정규직과 그렇지 않은 비정규직의 양극화로 청년들이 가고자 하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의 선진화는 정치권의 좌측 이동으로 당분간 요원할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한 돌파구로 노융산업의 육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3. 민간의 적극적 참여 유도


정부는 공공 고용안정기관의 확대를 통해 매개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나 노융산업의 발전과 시장의 확대를 가져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 인적자원의 배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 민간 勞融企業을 장려하는 역할보다는 그 부작용만을 우려하여 규제하는 기능에 치우쳐 관련 산업의 발전이 제약되어 왔다. 금융산업이 20세기 자본주의 발전을 주도해 왔다면 21세기에는 노융산업(인적자본산업)이 발전을 주도하고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다. 즉 21세기는 인적 자본주의(human capitalism) 시대가 될 것이다.


다양한 인적자본의 임금에 대한 전망(expectations)은 인력 수급에 대한 전망을 반영한다. 미래의 노동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는 각종 생산물시장 정보, 학교교육 정보, 각 업종별·직종별 정보 등 엄청난 양에 달해 한두 기관이나 정부가 취합하여 분석할 수 없다. 또한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은 이러한 정보를 취합하여 정확한 전망을 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incentives)도 적다. 그러므로 민간부문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킴으로써 노융산업(인적자본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민간 노융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정확한 전망을 하려고 할 것이고 적절한 서비스를 공급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노융서비스의 공급량과 수요량이 일치하여 형성된 균형은 노동시장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노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부문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금융기관과 유사하게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적절한 교육훈련, 정보, 상담, 취업알선, 취업 후 노사의 고충처리뿐만 아니라 직접 파견, 용역 근로자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민간 인력회사의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 노동시장 매개기관(private labor market intermediary)의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적·제도적 정비를 하고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 착취의 배제)의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 한다”라는 규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4. 노동조합의 역할과 감독


Freeman and Rehavi(2009)는 노동매개기관으로서의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노동조합이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이 기능을 제시하였다. 물론 금융감독이 필요하듯이 불법 및 탈법을 방지하면서 건전한 발전을 위해 노융감독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융감독 장치를 마련하고 공공 고용안정기관과의 역할 분담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발전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박기성 /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참고문헌>


박기성. 『숙련인력의 형성과 활용』. 서울: 한국노동연구원, 1994.
박기성. “비정규 근로자의 증가와 정책 제언.” 남성일 외 9인 공저. 『한국의 노동 어떻게 할 것인가?.』. pp. 103-133 .서강대학교 출판부, 2007.
박기성. “노융산업(勞融産業)과 지역파트너십.” 『노동리뷰』. 통권 46호 (2008년 10월): 1-2.
Freeman, Richard b., and Rehavi, M. Marit. "Helping Workers Online and Offline: Innovations in Union and Worker Organization Using Internet." in David H. Autor. ed. Studies of Labor Market Intermediation. pp. 273-306.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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