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최승노 / 2010-04-29 / 조회: 5,833
정책배경: 시대에 뒤처진 낡은 규제를 합리화


의료서비스 규제개혁 방안은 의료서비스 산업의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여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철저한 정부 통제하에 민간의 자율적인 투자와 경쟁이 봉쇄되어 있다. 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가격기구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수준이며, 민간의 자유로운 진출입이나 투자가 봉쇄되어 있는 상태이다.


의료서비스 개혁은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도 시도되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워낙 규제의 벽이 높고 전체주의 사회주의 세력의 집단적 저항이 거세다 보니 쉽지 않은 분야다. 자신들의 성벽에 금이 갈 것을 두려워하는 나머지 조금이라도 변화하는 것에는 거세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최근에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서 외국자본의 유입과 병원법인영리화의 논쟁이 있었으나 국민의 인식부족과 이익집단의 저항으로 개혁의 진전이 어려웠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진 상태이다.


의료서비스의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개혁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번 개혁방안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의 규제가 낳고 있는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준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의 구시대적인 봉쇄된 체제에서 소비자를 위한 노력이나 경쟁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른 분야에서 소비자를 위한 공급자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이 나오는 상황에서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이번 방안은 낡은 규제를 합리화하여 다소나마 소비자의 이익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보완적 성격이 강하다. 규제의 근본적인 개혁이라기 보다는 기존 질서의 병폐를 줄이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정책내용: 의료서비스 소비자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규제 개혁


주요 정책변화의 내용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원격의료 서비스 허용, 둘째는 병원의 부대사업 확대, 셋째는 병원간 합병절차 마련이다.


첫째, 원격의료 서비스는 허용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미 충분한 수준의 통신기술이 발달한 상황에서 거리상의 제약은 이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유비쿼터스 의료서비스 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도 볼 수 있다. 절차상의 문제나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시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 1> 의료서비스 경쟁력 제고방안의 주요 내용

① 의료인-환자간 원격의료 허용


- 재진환자로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허용(의료취약지역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등 446만명 대상)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간의 의료지식․기술 지원만 가능(법 제34조)하며, 의료인-환자간 원격진료는 불가함


- 원격의료시 대리인의 처방전 대리수령 허용


② 의료법인 부대사업범위 확대(병원경영지원 사업을 추가)


-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에 구매․재무․직원교육 등 의료기관의 경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가


*의료법인이 수행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는 법령상 열거된 業(주차장․장례식장․노인의료복지시설․음식점업 등)에 한정됨


③ 의료법인 합병절차 마련


- 의료법인간 합병시 해산사유로 인정하고, 합병절차를 마련(법인이사 정수의 ⅔이상의 동의→시도지사의 허가)


*학교법인․사회복지법인은 합병규정이 마련되어 있으나, 의료법인은 합병 규정이 없어 경영상태가 건전하지 못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파산시까지는 운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

자료: 보건복지부


둘째,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의 병원에는 장례식장, 음식점 등이 이미 부대사업으로 존재한다. 이번에는 이 범위를 구매, 재무, 교육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의료법인의 경영효율을 높이고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만큼 소비자의 이익도 높아 질 수 있다. 이러한 일을 맡는 회사는 직영형태로 출자나 위탁이 금지된다.


셋째, 병원간 합병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료법인의 합병 규정이 없다보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도 파산할 때 까지 운영하는 부작용이 많았다. 병원간 합병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병원의 부실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학간 합병에 따른 병원의 합병도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① 조산원의 지도의사 폐지 및 응급환자 이송체계 확립, ②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 강화, ③ 감염대책위원회 설치 의료기관 확대, ④ 한약규격품 사용 의무 위반시 제재 강화 등이다.


정책평가: 미흡하지만 규제의 합리적 규제완화는 필요


우리 의료서비스 산업은 전세계에서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폐쇄적이며 반경쟁적 성격의 규제로 낙후된 상태이다. 한마디로 지나칠 정도의 규제과잉이다. 이러한 정부통제 상태로는 소비자의 이익을 위한 경쟁은 나오기 어렵다. 소비자 지향적인 산업으로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규제완화는 본격적인 규제개혁에 부합하지 못한다. 기존의 규제가 낳는 불합리함을 덜어주는 수준에 그친다. 즉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 허용이라는 의료개혁의 본질적 개혁을 외면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로 미흡하다고 하겠다.


규제완화가 병원의 대형화를 초래하고, 대형화가 의료비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하는 세력이 있다. 이는 잘못된 지적이다. 이번 규제합리화 조치는 합병을 통한 의료법인의 대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며, 중소병원 간 합병이 있더라도 기존의 대형병원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없다. 설령 대형화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기 보다는 이익을 줄 수 있다. 대형화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더 세밀하고 조직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오히려 대형화는 전문화, 분업화를 포함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만족을 높인다. 또 그런 과정에서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이익을 높일 수 있다.


현재 의료서비스의 가격은 정부가 정하고 있다. 가격결정권을 정부가 가지고 행사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적인 경쟁이나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이는 의료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


의료소비자의 이익을 위하고 의료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번 규제완화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투자개방형 영리의료법인의 허용을 검토할 시점이다. 더 이상 늦춰서는 곤란하다.


최 승 노 /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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