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배경: 지방세, 시민들이 보다 알기 쉽고 편리하게 바뀐다
세금을 내기 좋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죽하면 가장 좋은 세금은 거위가 끽하는 소리를 내지 않게 하면서 가장 많은 털을 뽑는 것이라고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정부의 역할이 커지면서 세금부담은 높아만 가고 현 세대의 세금부담에 더해 빚까지 내서 미래 세대의 부담을 지우는 국가채무 비율도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OECD 30개국의 일반적인 모습이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세금에 대한 국민의 의무는 헌법 제38조에 잘 나와 있듯이 법률에 의해 규정되어야 하며 이를 조세법률주의라고 한다. 따라서 세법은 국민생활과 빈번하고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해석하고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법은 납세의무자가 가장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알기 쉽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기 쉬운 세법은 국민의 경제활동에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해 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자발적인 납세 순응도를 높이고, 따라서 국민의 납세순응비용과 과세관청의 조세행정비용을 현격하게 감소시킨다. 간소화된 세법으로 고쳐 쓰기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만의 노력은 아니며, 영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이러한 작업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법의 실체적 내용이 어려운 것은 주로 개별적인 사안에 상응하는 과세형평성의 확보, 조세회피행위의 규제, 정책수단으로서의 역할증대, 경제성장에 따른 다양하고 복잡한 경제거래의 출현과 이에 따른 세법 상의 대응 등에 기인한다. 다음으로 세법의 형식 및 체계 또는 표현 등에서의 어려움은 주로 세법체계의 복잡성, 법령의 통일성 및 체계의 일관성의 결여, 편제의 난해함과 법문의 지나친 축약 및 추상성 등에서 비롯한다.
지방세를 포함한 세법을 알기 쉽게 고치기 위해서는 세법의 실체적 내용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과 법의 형식 및 체계 또는 표현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병행하여 시행되어야 한다. 실제로 우리 세법 용어의 많은 부분이 일본의 법률 용어를 그대로 번역해 답습해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세법 밖의 영역인 국민경제정책, 사회정책 등을 고려해야 하고 개혁작업에 방대한 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알기 쉬운 세법으로 고치기 위한 작업은 우리나라만이 당면한 과제는 아니며, 영국, 호주 등 외국에서도 알기 쉬운 세법만들기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 세법 정비작업의 역사는 1982년 재무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0년 재정경제부에서도 알기 쉬운 세법개편작업을 시도했다. 2006년부터는 범 정부차원에서 법제처 주도로 알기 쉬운 법령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현행 세제의 문제점으로 세수입의 확충, 성장 잠재력 확충, 공평한 세제확립과 함께 조세체계의 단순성을 들고 있다. 세율체계, 과표결정방법의 단순화, 행정체계의 단순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방세의 경우 실효성 없이 과다하게 운영되고 있는 다수의 세목을 정비해 간소화하는 데 일차적인 정비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물론 형식적인 세목 수의 간소화보다 더 중요한 과제는 세수의 충분성, 효율성과 공평성의 확보임은 당연하다.
정책내용: 서울시 지방세 간소화 방안
지방세가 단일법체계에서 내년부터 지방세 기본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3개법 체계로 나뉘고 세목은 현행 16개에서 11개로 줄어든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간소화된 지방세체계는 내년부터 전면 시행된다. 개정 지방세 분법안에 따르면 취득세와 등록세가 취득세로 통합되고 취득세 납부기한이 기존 30일 이내에서 60일 이내로 늘어난다. 재산세와 도시계획세도 재산세로 통합되고 면허세와 등록세는 면허등록세로 합쳐진다. 또 공동시설세와 지역개발세가 지역자원시설세로, 자동차세와 주행세가 자동차세로 각각 통합된다. 축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도축세를 폐지하는 등 지방세 세목이 현재 16개에서 11개로 간소화된다.
한편 지방세 기본법에 의하면 기한제한이 없는 세무조사는 조사기피, 지방세 탈루 혐의 등 예외 사유가 없는 한 20일 이내로 제한되고, 지방세 신고 기한이 경과하더라도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하기 전까지 신고나 수정신고를 하면 신고불성실 가산세 50%를 감면받는다. 납세자 중심으로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일정 요건을 갖춘 성실 납세자는 재산압류나 압류재산매각조치를 유예 받을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선심성, 민원성 감면을 줄이고자 3년 단위로 일괄일몰 방식으로 운영되던 지방세 감면조례는 감면대상별로 적용 시한을 달리하고 개별, 조항별로 정하며 감면대상도 구체적인 단체를 명확히 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지방세감면조례에 대한 사전허가제와 지방자치단체에 일방적으로 시달된 표준감면조례는 폐지해 지방자치단체의 과세자주권을 강화했다.
<표 1> 지방세 간소화 내역
구분 | 현행(16개 세목) | 개편(11개 세목) |
중복과세 통폐합 | 취득세, 등록세(취득관련) | 취득세 |
유사세목 통합 | 등록세(취득무관), 면허세 | 등록면허세 |
현행 유지 | 주민세,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담배소비세, 레저세, 지방교육세 | |
폐지 | 도축세, 농업소득세 | 폐지 |
정책평가: 지방세간소화와 납세자 권익보호 그리고 납세자 부담경감
금번 지방세법 개정은 1949년 제정된 현행 지방세법체계를 60년 만에 대수술해 구조를 단순화하고 알기 쉽게 전면 개편한 데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현행 지방세법은 지난 1949년 제정 이후 1961년 전부개정 된 데 이어 잦은 부분개정만 있었을 뿐 그 근간에 손을 대지 못했고, 국세 관련 법안들과는 달리 총칙과 세목, 감면 등의 조항이 혼재해 국민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지방세정의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지난 2008년 9월 정부안이 만들어 진 후 2009년 3월에 국회에 제출됐으나 지역구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각종 현안들에 밀려 논의가 미뤄지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심의ㆍ의결이 1년5개월 여만인 지난 2월 22일에서야 이뤄졌다.
세목의 수가 줄어든 것이지 세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국세의 경우 세법 다시 쓰기 운동을 통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던 점에 비추어 지방세가 상당히 낙후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분명히 환영받을만한 정책개선이라고 평가한다. 행정안전부는 금번 세목 간소화에 이어 현행 주민세와 사업소세를 지방소득세로, 담배소비세와 레저세를 지방소비세로 통합해 11개 세목을 9개로 간소화하는 2단계 지방세제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주민세, 재산세, 담배소비세 등에 부가하여 부과되는 목적세인 지방교육세를 본세에 통합하여 납세와 징수비용을 줄이겠다는 복안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방세는 주민자치에 필요한 기본적인 살림을 주민부담에 의해 충당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납세자가 쉽게 이해하고 순응할 수 있도록 세법체계를 단순화하고 권익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는 가치는 다른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지방세 감면조례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지방세를 진정한 의미의 ‘지방’세화 하는 노력도 함께 경주되어야 할 덕목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이벤트성 축제에 열을 올리고 화려한 청사신축에 정성을 쏟기보다 지역의 후생증진과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인적 물적 투자에 앞장 설 수 있도록 지방세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이 계속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지방세체계의 단순화를 위해서는 목적세 폐지 등 세목수를 축소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세목 수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율체계 및 과세표준결정과정의 단순화, 납세순응과정의 단순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납세협력비용의 측정 및 비용감축노력 등은 중장기적인 과제일 수밖에 없다. 세법의 형식, 체계 또는 표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과 함께 실체적 내용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세 간소화 프로젝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박정수 /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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