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배경: 금융기관 연체정보 관리 완화로 일시적 연체 피해자 감소
국민권익위원회(ACRC)는 친서민·중도실용정책의 일환으로 ‘연체기록과 파산.면책자 등의 기록이 오랫동안 보존되면서 금융기관 대출이나 취업이 어려워 사채 이용이 많다’는 지적에 따라 ‘개인의 금융기관 연체정보 관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에 권고했다.
‘금융기관 연체정보 관리완화’ 조치를 친서민을 넘어서 중도실용정책으로까지 연결시키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같은 권고안을 친서민·중도실용정책이라 명명한 까닭은 다음과 같은 정책의도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친서민’의 내용은 금융기관의 엄격한 연체정보 관리로 인해 회생기회가 차단되던 일시적 연체 피해자들을 일정부분 구제함으로써 서민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의도 안에 녹아 있다. 둘째로 ‘중도실용정책’이라 함은 동 정책의도가 성공할 경우 서민경제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적으로도 개선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영업자·소상공인·서민층의 낮은 대출비용과 원활한 대출활동을 통해 사채이용을 줄이고 그들의 안정적 사업영위 뿐만 아니라 고용 및 소비활동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표1 참조)
결국 권익위의 이러한 정책의도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어 나간다면, 신용정보업자들이 관리하는 금융기관 연체정보 등의 기록관리가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면 일시적 연체 때문에 신용정보기록이 남는 폐단이 개선되고 개인 파산·면책자도 기록보존기간을 줄여 조기회생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동 조치가 조기에 정착된다면 국민경제의 안정성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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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금융감독원(2007.4), ‘사금융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
정책내용: 신용정보기록 보존기간 단축 등 신용정보 관리체계 개선
권익위가 권고한 신용정보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권고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재는 연체금액이 50만원 이상, 5~10일이상 연체되면 전 금융기관이 연체기록을 공유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200만원 이상, 3개월 연체일 경우에만 공유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추진된다.
둘째, 연체기록을 해제사유일(상환일)로부터 5년 동안 보존하던 것도 3년으로 낮추고, 채무 변제없이 7년이 지나야 해제사유가 성립되던 것도 5년 경과로 줄이고, 파산·면책자에 대한 특수기록 보존기간도 현행 7년에서 3년으로 크게 완화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세부사항을 정리하면 [표2]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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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런 신용기록 보존 관련 사항은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는 내용임에도 지금까지 연체기록 보존기간에 대해 명시된 금융감독원 규칙인 ‘신용정보업감독규정’외에는 전국은행연합회의 내부관리규정인 ‘신용정보관리규약’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신용정보업감독규정’에 명문화할 것도 권고했다.
또 금융기관에서 대출시 개인신용정보의 제공·활용에 관한 동의를 받을 때도 ‘연체시 해당사실이 은행연합회 및 신용정보업자의 신용정보기록에 등재되어 금융거래,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대출서류에 명시하고 내용을 설명하도록 했다.
정책평가: 신용정보 시장 활성화를 통한 근본적인 개선대책이 필요
시장을 규제하고 제어하는 대부분의 법률과 정책들은 시장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동시에 미치고 있다. 따라서 정책시행을 하는데 있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영향을 고려하여 최적의 조합을 도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신용정보와 관련된 제도나 정책도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이것은 ‘신용정보 활성화’와 ‘사생활 보호 강화’라는 다소 상반된 가치와 영향을 합리적으로 분석하여 안정적 경제성장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신용정보는 자금거래 당사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고 효율적인 금융거래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신용정보의 수집 및 평가, 나아가 공유를 활성화 하는 것은 건전한 금융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산업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증대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그런데 신용정보기록의 보존기간을 임의로 단축하거나 연체기록 공유대상 금액과 기간을 일괄적으로 상향조정하는 조치는 현 금융시장상황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다. 신용정보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의 공여자인 금융기관은 자금의 수요자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1)
개인신용정보에 대한 획득비용이 높아진다면 금융기관은 서민금융 비중을 축소시킬려고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자영업자·소상공인·서민층들의 원활한 저비용 대출이용이 어려워 질 수 있다. 앞서 제시한 [표1]에서도 실제 이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대출이 안 될 것 같아서’ 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금번 권익위의 권고안은 오히려 반 시장적 조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금수요자의 극히 일부분만을 고려하였고 전반적인 자금수요자 및 공급자(금융기관)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누적적으로 계속될 때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금융신용도를 저하하는 정책이 될 여지가 높다. 우리나라 금융 및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향후 신용정보 관련 제도는 금번 권익위의 ‘금융기관 연체정보 관리 완화’라는 단발적인 정책 보다는 중장기 적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요소를 고려하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신용정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더욱 확대되어야 하고 견고해 져야 한다. 서민의 경우 신용정보 수집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정보의 신뢰성이 낮아 공정한 신용평가 결과를 얻기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신용정보 집중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표준화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공정한 평가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둘째, 신용정보 관련 제도의 상충되는 가치인 ‘사생활 보호 강화’와 ‘신용정보 이용 활성화’ 가 적절하게 조화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사실상 이번 권익위의 권고안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 강화’에 치우치는 성격이 강하고 전반적이 신용시장 및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감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자영업자·소상공인·서민층의 안정적 소득향상이 지속될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 및 고용의 안정, 주택가격의 안정, 교육제도의 개선 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서는 이들의 연체율과 신용이 근본적으로 향상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선태 / 국민은행연구소 시장경제실 실장
1) 개인의 경우 통상적으로 여러 금융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개인의 신용정보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데에 큰 이득이 없다. 따라서 개인 신용정보는 정보공유 시스템으로부터 획득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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