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가 본격적으로 국정을 운영한 2003년 이후 수요억제를 통한 주택가격의 안정을 목표로 한 여러 대책을 줄기차게 쏟아 내었다. 이러한 대책의 연장선이자 결정판이라할 수 있는 8ㆍ31 대책이 2005년에 발표되었다. 8ㆍ31 대책에 따른 부동산조세 개혁방안에 따른 종합 부동산세의 과세, 재산세 과표의 상향, 양도소득세의 강화 등이 실제로 시행되면서 2006년에는 다주택 보유자들이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어놓아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기대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주택시장의 안정을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바램과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계속 상승하였으며, 급기야 버블의 형성과 붕괴의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하반기 들어서는 보유세 부담의 증가분을 전세금을 올려 부담을 전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시장이 요동을 쳤다. 전세금이 상승하자 전세거주자 들이 대출을 얻어 주택을 구입하고자하는 움직임이 늘어났고, 강북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서민용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1월 들어 중소형을 중심으로 강북 및 일부 신도시 지역의 집값도 폭등했다. 연말을 기준으로 2005년 말 대비 전국 집값은 11.6%, 서울은 18.9% 상승하였다. 부동산에 올인했던 노무현 정부의 노력이 무색해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시 분양가격 상한제, 민영주택의 분양원가 공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및 환매 조건부 분양주택 등 분양가 인하를 염두에 둔 온갖 대책을 또 다시 쏟아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눈앞의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문제가 발생한 인과관계를 명확히 따지지 않고 정책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면서 중요한 원칙이나 요인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들은 곧바로 시장에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시장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비극
노무현 정부의 주택 및 부동산 정책입안자와 전문가 집단 사이에는 시장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커다란 시각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 시각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으로서 노무현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많은 언론에서 자주 쓰는 표현으로 가(假)수요" 또는 "투기적 가수요"라는 단어다. "가수요"는 개념적으로 매우 모호한 개념이며, 경제학적으로 매우 모호한 용어가 아닐까 한다. 또한 "투기적 가수요"는 어법적으로도 부적절한 표현이다. 정통적인 경제학 교과서에는 가수요나 가수요함수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강남의 부동산 수요 증가는 "가수요"에 따른 것"이라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 종사자들 사이에서 "가수요"란 말이 거의 일반화되어 있는 것을 무지의 소치라 탓 할 수도 없었다.
'가수요'의 개념은 "후진국 시장에서 재화의 총량이 부족할 때 사용의 목적이 아닌 전매차익을 남길 목적으로 한 수요"이다. 이러한 정의를 확장시켜 보면 현재 우리시장은 구매력에 비해 재화의 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점인 것이다. 수요에 비해 재화인 주택 및 부동산의 공급이 부족하여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소지가 있고, 이를 노리고 투기꾼이 시장에서 주택과 부동산을 사재기하는 이른바 가수요 현상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러한 시장에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올바른 방향은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을 제거해야지 수요를 억제하고, 이를 위해 주택자금 대출을 옥죄거나 투기 세력을 단속한다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주택 및 부동산 시장에 개입한 투기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한편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택지공급의 제시와 주택생산체계의 정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주택 및 부동산 대책은 정책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아직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아무리 강변한다하더라도 이러한 접근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주택시장불안의 원인에 대한 인식의 오류에 근거하여 정책 목표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주택시장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너무나 큰 대책들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와 정책은 생산력이든 물적 토대이든 하부구조 위에서 성립하는 하나의 상부구조인 것이다. 상부구조인 정치적 접근을 통해 하부구조의 문제인 주택공급의 부족과 가격의 상승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분명히 모순된 것이다. 주택이라는 시민의 삶의 근본적 요구에 대해 정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합리한 것이며, 정치적으로도 다분히 위험한 접근이다. 정치 과잉인 노무현 정부의 주택 및 부동산 대책의 결과와 부작용은 다음 정부에게 불안정한 주택시장과 주택 및 부동산에 과잉의식화된 국민들이라는 부담을 남겨줄 것이다. 그 부담의 결과 후속 정부 정책의 여지가 축소되는 한편 시민들은 주택소비를 위해 더 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주택문제에 대한 각론적인 해결보다 중요한 것이 주택시장에 대한 시각과 이해인 것이다. 지난 4년간 노무현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주택시장 접근에 있어 매우 부정적인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정책과 정치″의 혼동, ″무책임한 입법″에 따른 사회적 낭비, ″주택수요와 소요″를 혼동하는 정책 그리고 과도한 ″주택문제의 정치쟁점화″는 주택시장 안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는 굳이 비유하자면 문화혁명에 따른 폐해와 견줄 수 있는 큰 문제점을 시장과 후속 정부에 남겼고 남길 것이기 때문에,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노무현 정부는 임기중에 반드시 해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만 그 바탕위에서 다음과 같은 정책의 구사가 가능할 것이다.
부동산정책의 근본방향
주택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의 범위를 크게 좁히고,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니까 지난 4년간 노무현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면서 보여준 허점투성이의 정책과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통렬한 반성위에서 과연 정부가 주택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지를 우선 고민해야 하며, 설사 능력이 있다하더라고 시장개입의 당위성이 있는지를 우선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와 주택시장의 규모를 생각할 때 정부가 주택시장을 철저하게 관리하기에는 너무나 큰 부담이 될 것이며, 또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특정 하위주택시장의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온갖 권력을 동원하여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노무현 정부의 퇴임과 함께 사라져야 할 것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의 행정적 형태인 소위 ″규제″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부동산값이 많이 뛴 지역에 초점을 맞춰 정책 대응한다는 취지의 규제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지정하는 지역이 계속 늘어나면서 너무 범위가 넓어져 당초 의도했던 ‘핀셋 규제’의 효과가 실종됐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91곳(36%)이고, 투기과열지구는 127곳(51%)에 이른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수를 한 일간지가 계산한 것을 보면, 2005년 말 기준으로 투기지역 거주 인구는 2,824만명(전체 인구의 60%), 투기과열지구는 3,511만명(74%)에 달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중복지역을 고려하여 합치면 모두 3,635만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의 77%가 규제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편의주의에 매몰되어 중층 규제를 반복하는 행태는 하루 속히 사라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규제가 필요한 조건이 해소되면 규제가 저절로 해제되는 ″규제 일몰제(sunset-law)″를 적극적으로 도입,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시장개입과 규제 만능 주의라는 미몽에서 깨어나는 것과 함께 주택이라는 재화에 대한 보다 명확한 사회적 이해가 공유되어야 할 것이다. 주택은 내구소비재이면서 동시에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투자재라는 현실을 바로보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입안자는 물론 일부에서는 주택은 공공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주택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 같다. 주택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비용지불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주택은 경제재(經濟財)적인 성격과 사회재(社會財)적 성격을 함께 내포한 가치재(價値財, merit goods)로 분류함이 옳다. 가치재란 인간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재화이면서 동시에 부담능력의 높고 낮음에 따라 소비수준의 차별성이 존재하는 재화이다. 대표적인 주요한 가치재로는 주택, 교육, 의료 등을 지목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재의 특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소비의 차별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을 일으키기 쉬운 재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은 저소득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결국 주택이 공공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택이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공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보호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란 사실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가격과 비용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가 최근에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는 근본적으로 신규주택의 가격을 ″비용(cost)″에 근거하여 받으라는 것이다. 시장에서 재화의 가격은 비용과는 관계없이 수요자와 공급자간의 협상에 의해 ″가격(price)″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도외시한 채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경제에서는 그야 말로 넌센스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라는 무리한 정책을 밝힌데에는 분양가격이 높아지면 재고주택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 역으로 분양가격을 낮추면 재고주택의 가격도 낮아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기대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닌가 한다. 노무현 정부가 남은 재임기간 동안 사안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따지지 않고 정책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면서 중요한 원칙이나 요인을 간과했던 오류를 시정하고 오류의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이념과잉적 접근을 떨쳐 버리고 주택 및 부동산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전환과 같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만 그 바탕위에서 다음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정책의 구사가 가능할 것이다.
주택시장안정에만 급급한 대책에서 벗어나 거시경제 전반의 구조조정 및 시중자금 선용방안을 위한 구상이 제시되어 시중 과잉유동성 부담이 해소되어야 한다. 주택 및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각종 규제를 재검토하여 과감하게 규제를 해제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도소득세제를 개선하여 주택을 매매하여 발생한 차익을 대체주거 매입에 쓸 경우 양도소득세의 징수를 유예하는 ″과세이연제(tax transition)″를 도입하고 종합부동산세의 구조를 조정하여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내는 구조로 재편하여 종합부동산세제에 대한 부유층의 반발을 희석시켜야 할 것이다. 주택생산기반 강화를 위해 공영택지공급방식을 개선하는 한편 민간택지공급을 확대하고, 중층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인 재건축규제의 완화를 통해 국토자원 및 토지이용효율의 제고가 필요하다. 공영택지개발을 통한 택지비를 절감하기 위해서 공영택지개발지침 상의 기반시설 설치 기준을 완화하는 한편 지방정부가 택지개발사업 실시에 따라 얻어지는 조세증가분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여 얻은 재원을 기반시설부담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분양원가 공개는 재검토하고, 분양가 상한제는 제한적으로 적용하면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의 적극추진과 추진 일정을 제시하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시장만이 해법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출범이후 부동산시장의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가뜩이나 불안정한 주택시장에 풍파를 일으켜 놓았다. 출범초 후분양제의 확대도입, 투기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강력한 재건축규제, 집값상승의 근원을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강남주택시장에 대한 보유세 강화, 그 뒤를 이어 원가공개와 같은 여론몰이식 발상으로 주택시장을 일대 혼란에 빠트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지지기반이 취약한 정권은 여론의 향배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를 빌미로 불합리한 정책의 제도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주장에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쪼록 "시장의 문제를 시장의 논리로 풀기는 어렵지만 그것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자각하에 원칙에 충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장성수 /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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