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립대 법인화

김영용 / 2006-10-09 / 조회: 5,589

1. 문제의 제기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주체는 인적 자원이다. 그리고 인적 자원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 것은 교육이었다. 물론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서는 선진국에서 발전된 이론을 습득하고 실제에 응용하는 모방 수준이었으나, 이러한 교육에 힘입어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하였다.

그러나 이제 예전 같이 모방 수준에 그치고,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이론 개발과 이를 상용화하는 작업이 부단히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세계 10위권의 위상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 대학 교육의 경쟁력 강화 문제가 새롭게 떠오르는 이유다.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박사 등의 고급 인력을 국내에서 재생산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예전에는 소득 수준이 낮아 가능하지 않았던 외국에서의 교육 기회가 이제는 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한국의 대학 교육이 소비자 선호와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교육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목적은 정부조직으로서의 경직성에서 벗어나 자율과 책무를 담보할 수 있는 「특수법인화」를 포함하여 대학운영 체제의 다양화와 자율화를 통한 교육 경쟁력 강화에 있다. 이는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학자들이 일찍부터 주장해 온 것이며,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전제 조건임에 분명하다. 이 글에서는 교육부의 국립대 법인화의 취지, 그리고 국립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주장과 그에 대한 반대 논리를 살펴봄으로써 법인화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제 조건임을 보인다.

2. 국립대학 특수 법인화 논의 경과

(1) 1987년 교육개혁심의회의 「교육개혁 종합 구상」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모든 국립대학을 특수 법인화할 것을 권장.
(2) 1995년 5월 「5ㆍ31 교육개혁 방안」에서 원하는 일부 국립대 특수 법인화 방안 발표.
(3) 2002년 6월 「국립대학 운영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 추진과 관련, 기획예산처는 대학 회계보다는 법인화 요구.
(4) 2005년 5월 대통령 주재 인적자원개발회의, 「특성화를 위한 대학혁신 방안」에서 국립대학의 자율적 법인화 유도 방침 제시.
(5) 2005년 8월 대학 총장 간담회 및 기획처장 간담회에서 대학의 자율화 및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는 동의하나, 대학에 대한 지속적 재정 확충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의견 제시.
(6) 2005년 8월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OECD 평균 수준(GDP 대비 1%) 재정 확충 선행을 주장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교육의 공공성과 신분 불안을 이유로 반대 표명.
(7) 2005년 9월「대학운영체제 개선 협의회」의 1차 회의에서 법인화를 포함, 국립대학 운영체제의 자율화, 다양화 방안 종합 논의.
(8) 2005년 9월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주관 전국교수대회에서 국립대학 법인화 추진 반대.
(9) 2005년 10월 국공립대 총장 협의회에서 법인화 도입 취지 찬성하나 재정 안정, 직원 신분 불안 해소, 기초 학문 고사 대책 등 수립돼야 한다는 의견 제시.

3. 법인화의 취지, 법인화 반대 주장과 이에 대한 교육부의 보완 대책

교육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교육부 자료를 인용하면, 첫째, 국가 행정 조직의 속성상 가지게 되는 경직성 완화로 대학 운영의 자율성 확대, 둘째,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참여 보장을 통한 민주적 대학 운영 체제 구축, 셋째, 효율적인 인력 구조와 예산 운용으로 국립대학 운영의 책무성 확보, 넷째, 지방자치단체와 연계 강화를 통한 지역 혁신 주체로서 대학 역할 제고이다. 모두 바람직한 것들이다.

이에 대해 법인화를 반대하는 주장 역시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부가 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 의무를 방기한다는 것이다. 즉, 공교육을 포기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법인화 이후에도 기(旣) 지원액에 더하여 연간 교육 예산 증가율과 정부 예산 증가율을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을 법률로 명시하겠다는 보완책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학문의 상업화로 기초학문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의 총 R&D 예산 중 기초학문 투자 비율을 연차별로 제시하여 기초학문 육성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보완책을 내 놓았다. 셋째, 정부 지원 감소에 따른 등록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기회가 축소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교육부는 기 도입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등록금 인상 억제를 위한 행정 지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넷째, 국립대 교직원들의 비공무원화에 따른 고용 불안 우려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기존 교직원들에게는 공무원 연금을 계속 적용하고 고용 승계 보장을 통한 신분상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4. 법인화 반대 논리에 대한 반론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교육부의 취지는 바람직하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법인화에 반대하는 주장에 대한 논리적 타당성을 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가 종국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두말할 나위 없이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므로, 그 타당성의 기준은 법인화를 반대하는 주장이 이에 부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될 것이다.

첫째, 정부가 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을 방기함으로써 공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이다. 공교육이 교육의 공공성을 의미한다면, 이는 초등교육 수준에 국한된다. 교육의 공공성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읽고(Reading) 쓰고(wRiting) 셈(aRithmetic)할 줄 알아야 하며(3R), 기본적인 공통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을 비롯한 고등교육은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므로 공공성은 없고 법인화가 공교육 포기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교육부는 법인화를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법인화 이후에도 재정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정 지원을 한다면 법인화의 의미가 없다. 현재도 국립대는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주인이 없으며, 주인 없는 기관의 비효율적 운영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재정 지원은 계속하고 운영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면, 대학은 더욱더 도덕적 해이에 빠져들 것이다. 사실 국립대 경쟁력 하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부 지원에 안주하여 제반 경제ㆍ사회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대학 자체에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교수들에 대한 퇴출 제도가 없어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학문적 성과와 별 상관없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야기되는 국립대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방치하면서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일 수는 없다. 생존에 위협이 없는 조직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유인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는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현상으로 증명된다. 예전에 비해 소득 제약이 풀림에 따라 지방 학생들이 서울로 대거 진학하는 수도권 집중 현상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국립대의 하향 이동을 설명할 수는 없다.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법인화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당장 정부 지원을 끊는다면 각 대학이 스스로 재정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지원하되 그 동안에 경쟁력을 갖춰 스스로 서지 못하는 대학은 퇴출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쟁력 없는 대학을 정부 지원으로 계속 존립하도록 하는 것은 세금 낭비일 뿐만 아니라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경쟁력 없는 대학이 퇴출되는 것은 대학 교육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대학은 하루속히 경쟁력을 높이는 길밖에 없다.

둘째, 국립대의 법인화로 기초학문 분야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는, 학교 재정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사립대학이 재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기초학문 분야의 학과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은 마당에 정부가 지원하는 국립대에서 이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예전에도 기초학문 분야 대학 졸업생들이 다른 분야 졸업생들에 비해 취업률이 다소 낮았으며, 그에 따라 취업이 용이한 분야보다 지원 학생 수가 적었다. 더구나 최근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향후 지원 학생 수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기초학문 분야의 존립이 어려워져 학문 발전에 애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럴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법인화를 반대하는 명분으로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또한 정부가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반대 이유는 더욱 약해진다.

비단 기초학문 분야뿐만 아니라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수의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교와 학과가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대학 구조 조정은 불가피하고, 그 여파로 기초학문 분야가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감내해야할 비용이다. 또한 사립대가 상업논리에만 치우쳐 기초학문 분야를 소홀히 할 것 같지도 않다. 유명 대학들의 기초학문 분야인 문리과 대학의 명성이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존립 여부는 오히려 유능한 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셋째, 법인화가 되면 학교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해야 하므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이 또한 법인화 반대 논리로서는 타당성이 없다. 현재 정부는 국립대 재정의 60% 정도를 보조하고 있으며, 이는 불특정 다수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으므로 국립대 학생들은 특혜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국립대 졸업생이 사립대 졸업생과는 달리 국가에 대한 특별한 의무를 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 교육은 개인의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므로 교육기간 동안 소요되는 비용은 학생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리고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해서는 기부금 등에 의한 장학제도를 발전시켜 학업을 지속시킬 수 있고, 정부가 학자금 융자 계획을 확대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대학이 경쟁력만 갖춘다면 장학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법인화 이후 교육부가 대학의 등록금 책정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넷째, 법인화에 따른 교직원들의 비공무원화로 야기되는 고용불안 우려가 법인화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된다. 사실 법인화의 가장 큰 목적은 정부기관으로서 그 운영이 경직적인 국립대를 법인화함으로써 대학 운영의 자율성 제고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연히 교수를 비롯한 교직원 운영도 탄력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이는 곧 퇴출 제도가 마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번 고용되면 퇴출의 위험이 없었던 공무원 신분에 비하면 고용 불안의 우려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퇴출 제도가 마련되면 교육과 연구, 지역사회 공헌 등과 관련된 교수 신분 유지를 위한 조건이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재정의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법인으로서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서는 학생 모집과 그에 따른 등록금은 물론 연구비와 수익사업 등을 통한 재정 충당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교육 서비스를 생산ㆍ공급하는 교수들에게는 경쟁 압력이 가중되고,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교수들은 퇴출의 운명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도덕적 해이를 즐길 수 있었던 교수들에게는 두려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업무는 다르지만 교수가 아닌 다른 교직원들에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법인화에 따른 고용 불안이 법인화 반대 논리가 되지는 못한다.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지 교직원 복지가 우선적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5. 결어

일반 대중이나 대부분의 전문가들 역시 국립대는 당연히 존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국립대는 한국에서 소득활동을 하며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의 자녀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입학을 허가하고, 등록금이 사립대에 비해 낮은 만큼 국립대 학생들은 졸업 후 국가에 그에 상응하는 봉사를 해야 하는 의무가 전제되어야 존재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 국립대는 이런 점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존재 의미가 없다. 국립대 법인화의 일차적 당위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법인화가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교수 퇴출 제도가 도입되지 않고서는 대학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교수들의 교육과 연구 능력을 제고할 수 없다. 법인화에 따른 교직원들의 비공무원화로 고용이 불안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경쟁력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던 만큼 법인화의 성공을 위해서 꼭 도입되어야 할 제도다. 이는 물론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이다.

교육부가 내 건 법인화 이후 약속은 법인화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이다. 법인화 이후에도 지금같이 지원을 계속한다면 정부조직으로서의 경직성을 완화하여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교육부가 내세우는 명분을 실현할 수 없다. 외형적인 틀만 바뀔 뿐, 내용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법인화를 교육부의 단기적 성과로 과시하려는 사탕발림 식의 유인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법인화에 따른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항구적인 지원보다는 시한을 정해 지원한 후 그 동안에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대학은 퇴출시켜야 한다.

이제 각 국립대는 교육부의 법인화 이후 지원 약속이 아니더라도 법인화를 반대할 명분을 찾을 수 없다. 법인화의 큰 틀을 수용하고 단기적 업적을 내기 위해 서두르는 교육부 안을 좀 더 실천 가능한 계획으로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yykim@chonnam.ac.kr)


참고문헌

김영용, “대학 교육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공급자 측면” Briefing Papers 20, 자유기업원, 2001년

Friedman, Milton, The Role of Government in Education, Capitalism and Freedom(Chap. 6),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62

Friedman, Milton and Rose D. Friedman, What's Wrong with Our School, Free to Choose(Chap.6), Harcourt Brace Jovanovich, INC.,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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