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송의 중요성과 국유 방송 현황
언론 산업에서 방송, 특히 TV로 하는 방송의 중요성은 증대해 왔다. 종사자의 규모면에서 보면, 1996년에 방송(케이블과 위성TV 포함) 종사자는 19,622명이고 신문 종사자는 22,453명이었다. 1996년 당시 방송과 신문이 각각 언론 산업 전체 종사자의 45.8%와 52.4%였다. 2005년에 방송 종사자는 25,700명이고 신문 종사자는 13,313명이었다. 이 수치는 방송과 신문이 각각 언론 전체 종사자의 63.6%와 33.2%임을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지난 10년 동안 방송종사자는 약 6,000여명 증가했지만 신문종사자는 9,000명 이상 감소했다.
물론 방송 중에서도 케이블과 위성TV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통계가 입수 가능한 1998년에 케이블과 위성TV의 종사자는 6,075명이고 지상파 방송(케이블과 위성TV를 제외함) 종사자는 13,853명이었다. 이 수치는 케이블과 위성TV가 언론 산업 전체 종사자의 16.0%이고, 지상파 방송이 언론 산업 전체 종사자의 36.5%임을 보여주고 있다. 2005년에 케이블과 위성TV 종사자는 12,677명이었고 방송 종사자는 13,023명이었다. 이 수치는 케이블과 위성TV가 언론 산업 전체 종사자의 31.6%, 지상파 방송이 전체 종사자의 32.5%임을 보여주고 있다. 요컨대, 지난 10여 년 동안 케이블과 위성TV 종사자는 6,000명 이상 증가했지만 케이블과 위성TV를 제외한 지상파 방송 종사자는 약간 감소했다.
통계에 나타난 지난 10여 년 간의 변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언론 산업에서 신문의 중요성은 쇠퇴해 왔다. 둘째, 신문에 비해 방송의 중요성은 점증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케이블과 위성TV 때문이다. 셋째, 지상파 방송의 중요성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이 점은 신문의 중요성이 지상파 방송에 비해 빠르게 쇠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디지털 전환과 네트워크의 광대역화, 통신과 방송의 융합, 이동방송 서비스의 개시 등은 아직은 극히 초기 단계로서 지난 10여 년 간의 변화에서는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그런 변화는 향후의 언론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케이블과 위성TV의 약진이 두드러지지만 뉴스에 있어서는 여전히 지상파 방송이 중요한 비중을 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케이블 또는 위성 TV에서도 지상파 방송이 다양한 채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에 있어서는 신문을 포함한 종이 매체에 비한다면 지상파 방송의 중요성은 위축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한 지상파 방송의 소유 지분에 따른 방송의 국유화 상태를 보기로 한다. KBS 1TV, KBS 2TV, EBS 등은 전액 정부 출연에 의한 정부 소유 언론기관이다. MBC는 정부 출연(방송문화재단)이 70%, 법인 정수장학회가 30%를 소유하고 있다. 주주 구성상 MBC도 사실상 국유 언론사이다. SBS만 순수 민간 방송사이다. 그러므로 4개의 방송사(KBS 1TV와 KBS 2TV를 2개의 방송사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나 편의상 하나의 방송사로 간주한다면) 중에서 3개가 국유 방송사 또는 국유 언론이다.
소유 지분이 아니라 수입 또는 매출 기준으로 방송의 국유화 상태를 알아보자. KBS와 EBS의 수입액 또는 매출액이 전체 방송 수입액 또는 매출액의 약 90%를 점하고 있다. MBC를 포함시킨 국유 방송의 방송 수입액 또는 매출액은 전체 방송 수입액 또는 매출액의 약 95%이다. 이러한 사실은 신문과 달리 방송은 시장 전체가 국유 방송사들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적어도 지상파 방송에 관한 한 산업 전체가 국유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제시한 통계 수치들은 언론 산업에서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의 중요성 뿐 아니라 그런 방송이 얼마나 국유화되어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아래에서 보겠지만 국유 방송은 모든 국민과 사회에 엄청난 폐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2. 국유 방송 또는 공유 방송의 폐해
국유 또는 공유 방송의 폐해는 무엇인가? 언론기관의 국유화 또는 공유화의 첫 번째 폐해는 정부가 여론 형성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시에 국유 방송은 여론이 형성되기도 전에 탄핵이 잘못되었음을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그 결과로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은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는 여론이 대세가 되었을 뿐 아니라 탄핵을 법적으로 심사하고 판결한 헌법재판소도 그런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독재시절과 달리 민주주의 시대에도 국유 방송은 마음만 먹는다면 여론을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물론 정권과 국유 방송의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한데 그 점은 아래에서 다룰 것이다.
정부가 국유화된 또는 공유화된 언론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자신의 의도에 반하는 내용의 기사나 비판을 싣는 언론사를 언제나 통제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그 점은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에서 잘 드러났다. 정부는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주요 신문사들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강력하게 실시했고, 정부에 호의적이거나 덜 비판적인 방송사들(국유 방송사들은 여기에 포함됨)과 신문사들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하는 모양새만 갖추었다. 이러한 사실은 언론사의 국유냐 사유냐 상관없이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여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다만 정부가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고자 했을 때는 국민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지만 국유방송을 통해 여론을 조작했을 때는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은 자신의 의견이 방송사들에 의해 조종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국유 방송 기관의 두 번째 폐해는 비효율이다. 방송사의 비효율이란 방만한 경영에 의한 낭비,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는 방송의 편성, 수익성 없는 자회사 운영 등이다. 비효율의 크기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국유화의 정도가 클수록 그에 따른 비효율도 클 것이다. 정부 소유의 방송국은 정부 소유의 기업보다 더 나쁘다. 그것은 정부 소유의 방송사는 비효율이 있을 뿐 아니라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여론의 왜곡에 의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없게 만드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론 왜곡이라는 단점이 비효율이라는 단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국유 방송의 세 번째 폐해는 국유 언론기관을 통해 소득재분배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방송에서 이 문제가 현저하다고 하겠다. 예를 들어, 자녀가 없거나 교육방송을 전혀 시청하지 않는 자녀를 둔 세대는 자식이 많거나 교육방송을 많이 시청하는 자녀를 둔 세대에게 소득재분배를 하고 있다. 또 정부가 KBS와 EBS를 설립하고 운영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것도 소득재분배를 가져온다.
국유 언론기관의 네 번째 폐해는 시청료의 강제 징수라고 하겠다. 한국방송공사는 2005년 한 해 동안에 5조1,340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수신료를 국민으로부터 징수했다. 한국방송공사의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시청자도 누구나 빠짐없이 시청료를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되기 때문에 시청료는 실질적으로 세금과 다름이 없다. 시청료의 강제 징수는 국유 방송의 명시적인 폐해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사유화된 언론 또는 방송의 폐해는 무엇일까? 광고주의 기사 작성에 대한 간섭, 더 일반적으로 말해 광고주의 언론 자유에 대한 간섭을 이유로 들어 방송 또는 언론을 국유화 또는 공유화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유 언론사 또는 사유 방송사는 광고주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폐해는 만약 있다하더라도 국유 방송의 여론 조작으로 인한 폐해에 비한다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광고주의 간섭은 언론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 광고주가 그렇게 많은 언론사 모두에게 광고를 게재하고 부당한 요구를 하기란 자원의 제약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광고주는 자신이 만든 재화를 국제화된 넓은 시장에서 언제나 심판받아야 하기 때문에 광고를 통해 어느 정도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하더라도 그 크기는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탄핵 보도에서 보듯이 국가적인 중대사를 국유 방송사 또는 공유 방송사가 왜곡함으로써 국가적인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방송위원회의 역할과 폐해
한국언론재단은 ‘한국신문방송연감 2005/2006’에서 탄핵 방송과 관련하여 방송규제기관으로서의 방송위원회를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상 보도 프로그램 심의에 대한 최종 판단은 방송위원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원회는 공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언론학회에 일임했다. 언론학회의 연구보고서는 ‘느슨한 잣대로 측정해도 탄핵 방송보도는 불공정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으나 방송위원회는 공정성에 대한 판단을 끝까지 유보함으로써 자신의 소임과 임무를 방기했으며 규제기관으로서의 위상과 도덕적 권위에 흠결을 남기고 말았다.” 한국언론재단의 이러한 평가는 방송사들을 감시?감독해야 할 방송위원회 자체가 권력의 눈치를 보고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증거이다.
방송위원회가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음은 방송위원회의 구성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방송법에서 방송위원회는 방송의 공적 책임 및 공정성과 공평성을 실현하고 방송 내용 전반의 질적 향상 및 방송사업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외형적인 목적일 뿐이다. 방송위원회의 위원들을 임명하는 절차는 방송위원회가 명백히 정치적 목적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방송위원회는 대통령이 9인의 위원을 임명하는데, 그 중 3명은 대통령 본인이 직접 임명하고, 3명은 국회의장이 국회 교섭단체와 협의하여 추천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하며, 나머지 3명은 국회문화관광위원회의 추천을 얻어 국회의장이 추천한 사람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러한 임명절차는 방송위원회가 정치적 파당에 기초를 두고 있음을 의미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현직 대통령과 여당의 강력한 영향 하에 있음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탄핵 보도의 공정성 여부 판단에 있어서 방송위원회가 자신의 소임과 임무를 방기했던 것은 방송위원회의 구성에서 이미 잉태되어 있었다고 하겠다.
방송위원회가 정치 집단화함으로써 방송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한국방송공사가 친정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방송법에서 한국방송공사는 11인의 비상임 이사회에 의해 주요 정책과 사항이 결정되고, 한국방송공사의 사장과 감사는 이사회가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하고 부사장의 임명을 동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런 비상임 이사회는 방송위원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방송법은 규정하고 있다. 결국 한국방송공사도 방송위원회라는 정치 집단에 의해 결정되고 궁극적으로는 현직 대통령의 영향 하에 있다고 하겠다.
국유 방송사가 불공정한 보도를 했던 것은 방송위원회가 제도적으로 현직 대통령과 여당의 영향 하에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는 국유 방송사의 불공정 보도를 조장했을 뿐 아니라 방송사의 재허가 문제도 정치적 이유로 문제 삼았다. 한국 방송정책상 방송 재허가 문제가 불거진 것은 방송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물론 독재정권 시절에 정부 당국이 언론사의 허가를 취소한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규제기관인 방송위원회가 방송 재허가 문제를 명시적으로 거론한 것은 방송 사상 처음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런 재허가 문제가 방송법에 명시된 소유권 관련 규정 위반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SBS, MBC, 경인방송 재허가 과정에서 방송위원회는 방송 수익의 환원 문제, 땅 투기 문제, 투자의 확실성 보장 등의 경영상의 문제를 쟁점화 함으로써 재허가를 문제 삼았다. 물론 방송법은 방송위원회가 소유권 관련 규정 위반 뿐 아니라 경영상의 문제로도 방송의 재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런 경영상의 문제를 문제 삼아 재허가를 취소하고자 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고 매우 자의적인 결정이라고 하겠다. 이런 결정은 탄핵방송과 맞물려 방송사 길들이기 차원에서 재허가를 문제 삼았다는 인상이 짙다, 그것은 결국 방송 재허가에서도 방송위원회는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방송위원회가 방송법을 악용하여 사유 방송사들을 탄압하는 권력의 시녀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4. 국유 방송의 민영화와 방송위원회 폐지
국유 방송을 민영화하는 것은 통상적인 공기업의 민영화보다 더 시급한 과제이다. 왜냐하면 국유 방송은 언론 본연의 기능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론의 조작을 통해 정권의 시녀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그 결과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근본 원리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신문은 거의 대부분 사유 기관이다. 그러나 방송은 오히려 그 정반대로 시장이 모두 국유 또는 공유 방송사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은 그 중요성이 천천히 쇠퇴할 것이지만 뉴스에 있어서는 아직도 그 영향력이 막강함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지상파 방송을 신문사처럼 사유로 만드는 것은 매우 당연한 시대적 요구이다. 국유 또는 공유 방송의 민영화에는 교육방송도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교육방송 서비스도 다른 재화나 서비스처럼 사적재화(private goods)이지 공적재화(public goods)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유 방송의 민영화만으로 국유 방송으로 인한 병폐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방송위원회는 언제든지 민영방송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요체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방송위원회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적으로, 국유 방송의 민영화와 함께 방송위원회를 폐지하는 것이 언론을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할 뿐 아니라 언론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다.
전용덕(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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